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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바오로 서간 해설50: 선으로 악을 이겨내는 하느님 사랑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24 조회수2,954 추천수1

[유충희 신부의 바오로 서간 해설] (50) 선으로 악을 이겨내는 하느님 사랑

 

 

이는 바오로가 예수께서 말씀하신 사랑의 이중계명을 교우들에게 깨우쳐주려고 애썼다는 증거이다. 바오로는 12장 1~8절에서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에 따라 예언·봉사·가르침·권면·나눔·지도·자비의 은사를 받은 교우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받은 은사를 공동선을 위해 선용하라고 권고한 후 12장 9~21절에선 그 은사가 그리스도인 공동체에서 어떻게 활용돼야 하는 지에 관해 언급한다.

 

1세기 그리스도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형제로 통했다(로마7, 1; 16, 17; 1코린 10, 1). 이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으로 한 가족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바오로는 12장 9~13절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공동체 내에서 실천해야 할 사랑을, 12장 14~20절에서는 공동체 밖에서 보여주어야 할 사랑을 이야기한다. 교우들이 공동체 내에서 실천해야 할 사랑의 덕목은 형제애·상호존중·열심·기쁨·인내·기도·가난한 이들과의 나눔·손님접대이다. 바오로는 교우들이 공동체 밖에서 실천해야 할 사랑을 언급하면서 여러 번에 걸쳐 원수 사랑을 강조한다.

 

“여러분은 박해받는 자들을 축복하십시오. 저주하지 말고 축복해 주십시오. …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해 줄 뜻을 품으십시오. … 사랑하는 여러분, 스스로 복수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느님의 진노에 맡기십시오. … 그대의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거든 마실 것을 주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은 그대가 숯불을 그의 머리에 놓는 셈입니다. 악에 굴복 당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 시키십시오”(12, 14·17·19~21). 12장 20절의 말씀은 바오로가 칠십인역 구약성경(LXX) 잠언 25장 21~22절을 인용한 것이다. 이 인용문에는 원수를 잘 대해주는 것이 곧 원수의 머리에 숯불을 놓는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 뜻이 매우 모호하다. 이 말씀에 대하여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나 교우들이 원수에게 잘 대해줌으로써 그가 하느님 앞에서 참회의 숯불을 머리에 놓게 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바오로는 20절의 말씀을 통하여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는 하느님의 사랑을 강조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통하여 우리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셨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로마 5, 8). 예수께서는 원수마저도 사랑하여 복수의 악순환을 끊고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심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 보이신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선으로 악을 이겨내어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바오로는 12장에서 로마 교우들에게 형제애를 발휘하여 모든 이들과 평화롭게 지내라고 타이른다.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해 줄 뜻을 품으십시오. 여러분 쪽에서 할 수 있는 대로, 모든 사람과 평화로이 지내십시오.”(12, 17·18)

 

이제 바오로는 13장 1~7절에서 교우들이 국가 공권력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지를 가르친다. 바오로는 “권위는 하느님으로부터 나왔다”(1절), “지배자는 하느님의 일꾼이다”(4절), “세관원은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다”(6절)라고 하면서 로마 교우들에게 권위에 복종하라고 타이른다(1절). 이는 바오로가 로마 교우들이 국가 권력과 맞서 박해받을까 염려해서 한 말이라 하겠다. 실제로 49년 로마 교우들이 소요 사태를 일으켰다가 클라우디우스 황제에 의해 로마에서 추방된 일이 있었다(사도 18, 2).

 

바오로는 13장 8~10절에서 이웃사랑을 율법의 완성이라고 한다.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것은 예외입니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한 것입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13, 8·10). 바오로는 13장 11~14절에서 그리스도인에게 구원의 시간이 가까이 왔으니 죽음을 초래하는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구원을 가져다주는 빛의 갑옷을 입고 품위 있게 살아가라고 권면한다.

 

[가톨릭신문, 2009년 2월 15일, 유충희 신부(원주교구 백운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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