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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하느님 뭐라꼬예?: 여호수아의 유언과 스켐에서의 계약(여호수아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03 조회수1,397 추천수0

[하느님 뭐라꼬예?] ‘여호수아의 유언’과 ‘스켐에서의 계약’

 

 

하느님만을 섬겨라!

 

모세의 뒤를 이어 자신의 소임을 다 한 여호수아도 가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노쇠한 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말합니다. “보라, 오늘 나는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을 간다.” 여호수아는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예감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의 유언은 먼저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가나안의 민족들을 몸소 내쫓아주시고 그 땅을 상속 재산으로 나누어 주신 하느님에 대한 찬미로 시작하며, 다음 이스라엘 백성들이 계속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며 살아가라는 호소로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아주 굳세어져서 모세의 율법서에 쓰여 있는 모든 것을 명심하여 실천하고, 거기에서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래서 너희 곁에 남아 있는 이 민족들과 어울리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들 신들의 이름을 찬미하여 부르거나 그 이름으로 맹세해서도 안 되고, 그 신들을 섬기거나 그들에게 경배해서도 안 된다. 너희는 오늘날까지 해 온대로 오직 주 너희 하느님께만 매달려라.”(여호 23,6-8)

 

여호수아의 유언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방민족들과 어울려 우상을 섬기지 말고 오직 참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께만 매달려 살아야 한다는 호소였습니다. 이를 위해 여호수아가 강조한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사람들과 혼인관계를 맺지 않고 그들의 신들을 섬기지 않는 등 야훼 하느님을 공경함에 있어서 순수성을 지켜나가는 일이었지요. 덧붙여 그는 경고하기를, 이스라엘 백성이 지금처럼 하느님께 충실한 삶을 살면 좋은 땅을 주실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로 멸망하게 될 것이라 했습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이르신 그 모든 좋은 말씀이 너희에게 다 이루어진 것처럼, 주님께서는 그 모든 나쁜 말씀도 너희에게 이루셔서, 마침내 너희에게 주신 이 좋은 땅에서 너희를 없애버리실 수도 있다. 그러므로 주 너희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계약을 너희가 어기고 다른 신들에게 가서 그들을 섬기고 경배하면, 주님의 분노가 너희에게 타올라, 너희는 주님께서 주신 이 좋은 땅에서 바로 멸망하게 될 것이다.”(여호 23,15-16)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을 나는 간다!” 여호수아는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으러 나갑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죽음을 내 삶의 일부로 껴안고 살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죽는 것도 사는 것처럼 내 인생이 겪는 필수적인 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를 청해봅니다. 자신의 죽음을 내다보고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여호수아, 그러기에 그의 유언이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르신 ‘그 모든 좋은 말씀’이 다 이루어지는 것처럼 ‘그 모든 나쁜 말씀’도 다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씀이 가슴을 울립니다.

 

나에 대한 하느님의 그 모든 말씀은 과연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그것은 내가 그분의 말씀을 얼마나 따르며 살고 있는가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내가 하느님의 뜻과 계명을 소홀히 하거나 어기는 삶을 살아간다면, 하느님께서 나에게 이르신 그 모든 말씀들에서 (안타깝게도 좋은 말씀이 아닌) 나쁜 말씀이 실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일러주신 나쁜 말씀은 어떤 말씀일까요? 우리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계명의 길을 걷지 않거나 우상을 섬기는 죄를 범할 때, 진노하시고 벌하시며 심지어 멸망을 시키실 수도 있다는 성경의 말씀, 그런 말씀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느님의 그 모든 좋은 말씀만 온전히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느님의 좋은 말씀을 그대로 이루며 살아가기를 우리 일생일대의 사명으로 삼아야겠습니다!

 

 

하느님만을 섬기겠습니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온 백성을 ‘스켐’으로 모이게 하였습니다. 스켐은 열두 지파 연맹의 성읍이며 성소(聖所)였지요.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의 원로들, 우두머리들, 판관들, 관리들을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계약의 궤’ 앞에 서게 한 후,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장엄하게 선포하였습니다. 이어서 그는 이스라엘 백성이 요르단을 건너서 예리코에 이르렀을 때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스라엘 백성이 거기에 살던 숱한 종족들에 맞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결코 그들이 잘 나거나 잘해서가 아니라 바로 하느님께서 베푸셔서 된 일임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렇게 한 것은 너희의 칼도 너희의 화살도 아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너희에게 너희가 일구지 않은 땅과 너희가 세우지 않은 성읍들을 주었다. 그래서 너희가 그 안에서 살고, 또 직접 가꾸지도 않은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게 되었다.”(여호 24,12-13)

 

여호수아는 유언을 마무리하며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만을 섬기기를 선택하라’고 하면서, 주님을 경외하며 그분을 온전하고 진실하게 섬기겠다는 다짐을 이끌어냈습니다.

 

“만일 주님을 섬기는 것이 너희 눈에 거슬리면, 너희 조상들이 강 건너편에서 섬기던 신들이든, 아니면 너희가 살고 있는 이 땅 아모리족의 신들이든, 누구를 섬길 것인지 오늘 선택하여라. 나와 내 집안은 주님을 섬기겠다.”(여호 24,15-16)

 

이에 이스라엘 백성은 말합니다. “우리도 주님을 섬기겠습니다. 그분만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여호 24,18) 이렇게 하느님을 잘 섬기겠다고 장담하듯 말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여호수아는 (모세의 뒤를 이은 예언자답게 멀지 않아 그들이 하느님을 배반하게 될 것을 내다본 듯) 말합니다.

 

“너희는 주님을 섬길 수 없을 것이다. 그분께서는 거룩하신 하느님이시며 질투하시는 하느님으로서, 너희의 잘못과 죄악을 용서하지 않으신다. 너희가 주님을 저버리고 낯선 신들을 섬기면,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선을 베푸신 뒤에라도, 돌아서서 너희에게 재앙을 내리시고 멸망시켜 버리실 것이다.”(여호 24,19)

 

 

계약의 체결 – 다짐과 증인, 그리고 율법

 

그래도 백성은 거듭 다짐합니다. “아닙니다. 우리는 주님을 섬기겠습니다.”(여호 24,21) 여호수아는 “주님을 선택하고 그분을 섬기겠다고 한 그 말에 대한 증인은 바로 너희 자신이다.”(여호 24,22) 하면서 명령합니다. “그러면 이제 너희 가운데에 있는 낯선 신들을 치워 버리고,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마음을 기울여라. … 우리는 주 우리 하느님을 섬기고 그분의 말씀을 듣겠습니다.”(여호 24,24) 하느님만을 섬기겠다는 백성의 다짐이 반복되며 드디어 이스라엘 백성과 하느님 사이의 계약이 체결됩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맺은 계약은 무엇보다 ‘하느님만을 섬기고 그분의 말씀을 듣겠다는 백성의 다짐’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백성을 위한 규정과 법규들, 곧 율법은 이러한 다짐의 실천을 위해 부수적으로 주어진 것이지요.

 

“다른 신들을 섬기려고 주님을 저버리는 일은 결코 우리에게 없을 것입니다. … 그분께서는 우리가 걸어온 그 모든 길에서, 또 우리가 지나온 그 모든 민족들 사이에서 우리를 지켜 주셨습니다. … 그러므로 우리도 주님을 섬기겠습니다. 그분만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여호 24,16-18) 이스라엘 백성이 여호수아에게 한 이 다짐은 과거 그 언젠가 내 자신이 하느님 앞에서 드렸던 숱한 결심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때 그 마음은 이제 까마득한 옛일처럼 아무런 자책감도 들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하느님을 떠나가는 분들의 경우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분들은 자신이 세례 때 드렸던 다짐이 아무런 감흥도 못 일으킬 만큼 진부하여 (기꺼이!) 냉담의 길을 택하신 것 아닐까요?

 

“우리는 주 우리 하느님을 섬기고 그분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맺은 계약의 기반이 된 이 다짐이 이제 오늘을 사는 나의 다짐이 되어야겠습니다. “사랑하는 하느님, 당신만을 섬기고 당신만의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 비오니 부족한 저를 어여삐 보시고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3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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