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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이사야: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1-8)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17 조회수4,946 추천수1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들]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1-8)

 

 

아모쓰(12소예언자 가운데 하나인 아모스가 아님.)의 아들 이사야는 기원전 8세기 중엽의 유다 예언자이다. ‘하느님의 구원’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이사야는 히브리 예언자들 가운데 가장 출중한 예언자였으며, 그의 이름으로 쓰인 이사야 예언서는 구약성서에서 종교적으로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한 시들을 담고 있다. 이사야서의 메시지는 강하면서도 우아하고,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장중하다. 또한 본문 안에는 일상 삶에서 끌어낸 표상과 직유들이 풍요롭게 나온다.

 

이사야는 기원전 765년경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25세에 예언자 소명을 받았다. 이사야가 환시와 더불어 소명을 받던 바로 그해(기원전 740년)에 아자리야라고도 불리는 우찌야 임금이 죽었다.

 

(구약성서 새번역) 1 우찌야 임금이 죽던 해에, 나는 높이 솟아오른 어좌에 앉아계시는 주님을 뵈었는데, 그분의 옷자락이 성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2 그분 위로는 스랍들이 서있었는데, 저마다 날개를 여섯씩 가지고 있었다. 둘로는 얼굴을 가리고 둘로는 발을 가리고 둘로는 날아다녔다. 3 그리고 그들은 서로 주고받으며 외쳤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님!

온 땅에 그분의 영광이 가득하다.”

4 그 외치는 소리에 문지방 바닥이 뒤흔들리고 성전은 연기로 가득 찼다. 5 나는 말하였다.

“큰일났구나. 나는 이제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으로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

6 그러자 스랍들 가운데 하나가 제단에서 타는 숲을 부집게로 집어 손에 들고 나에게 날아와, 7 그것을 내 입에 대고 말하였다.

“자, 이것이 너의 입술에 닿았으니

너의 죄는 없어지고 너의 죄악은 사하여졌다.”

8 그때 나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

“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가리요?”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하고 내가 아뢰었다.

 

이사야는 천상 환시 가운데서 소명을 받는다. 6장 1절의 ‘성전’은 예루살렘 성전이라기보다 하느님이 계시는 천상 궁궐을 말한다. 이곳에서 날아다니는 ‘스랍’은 히브리말로 ‘타오르는’이라는 뜻인데, 본디 이 낱말은 시나이 광야에서 불평하던 이스라엘을 물어죽인 불뱀을 가리켰다(민수 21,6-8; 신명 8,15). 그러나 여기서는 하느님을 찬미하고 섬기는 천상 존재로 드러난다. 고대 근동에서 스랍들은, 몸은 동물이나 얼굴과 손은 사람인 혼합적 존재이다. 스랍들의 ‘타오르는’ 모습은 4절에 묘사된 하느님의 현현 때에 발생하는 번개를 상징할 수 있다. 스랍들이 주님의 거룩하신 현존을 두고 외치는 소리,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님!”은 이미 이사야 이전의 전례에서 사용되던 환호에서 따왔을 것이다. 천둥과 연기를 동반한 거룩하신 분의 현현은 이사야를 몹시 두렵게 하였다. 하느님의 얼굴을 뵈오면 죽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출애 3,6; 판관 6,22; 1열왕 19,13 등). 그때에 스랍 하나가 제단에서 타는 숯을 부집게로 집어 이사야의 입에 갖다 댄다. 예레미야의 경우에는 주님께서 그의 입에 손을 대신다(예레 1,9; 다니 10,16 참조). 이로써 이사야는 입술이 정화되어 하느님의 거룩한 말씀을 전할 준비를 갖춘다. “누구를 보낼까?” 주님의 물음에 이사야가 선뜻 나서서 “저를 보내십시오.” 하고 대답한다.

 

이사야는 비극의 예언자 예레미야와 달리 소명을 받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머뭇거리거나 후회하는 일 없이 예언직을 올곧게 수행하였다. 그는 평생 예루살렘에 머물며 다윗 왕실의 조언자로 임금들의 통치에 깊숙이 간여하였다. 그의 예언 활동은 네 임금, 곧 요담과 아하즈와 히즈키야와 므나쎄의 통치 기간에 걸쳐 이루어졌지만, 이사야서의 신탁은 아하즈와 히즈키야 시대의 두 사건에 집중된다.

 

첫 번째 사건은 아하즈 시대에 있었던 아시리아 임금 디글닷-빌네셀 3세의 이스라엘 침공이다. 기원전 734년 북왕국 이스라엘 임금 베가는 아람 임금 르신과 결탁하여 아시리아를 거슬러 반역을 꾀하였다. 그들은 유다 임금 아하즈에게도 함께 동맹을 맺자고 부추기지만 거절당하자 아시리아를 치기 전에 유다부터 먼저 공격하기로 한다. 다급해진 아하즈는 아시리아에 원병을 요청하고 그곳의 이교 신앙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이사야는 아하즈의 결정에 반대하였다. 이사야가 염려한 대로 아시리아는 이스라엘과 다마스커스를 패배시키고 아하즈를 구해 주었으나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였다. 디글닷-빌네셀 3세는 이스라엘을 셋으로 나누어 아시리아의 한 지방 장관이 니니베에서 직접 다스리도록 조처하고, 베가를 살해한 뒤 북왕국 이스라엘의 마지막 임금이 된 호세아에게는 사마리아와 그 주변 지역만 남겨주면서 무거운 조공을 바치게 하였다. 그리고 나서 아시리아 임금은 남부 유다 왕국도 자신의 신하국으로 삼고 해마다 엄청난 액수의 조공을 바치며 아시리아 제국에 충성을 다할 것을 강요하였다. 이 시기에 나왔을 이사야 예언자의 신탁이 이사 6-11장에 소개된다.

 

두 번째 사건은 히즈키야 시대에 일어난 아시리아 임금 산헤립의 예루살렘 침공이다. 기원전 705년 아하즈의 아들 히즈키야는 아시리아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반기를 들었다. 아시리아 임금 사르곤 2세가 죽은 데다가 이집트 25왕조의 임금 샤바코가 지원을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사르곤의 후계자 산헤립은 왕위에 오르자 처음 몇 년 동안 동쪽의 왕국들, 특히 바빌론과 전쟁을 벌였고, 반란 세력을 진압하는 데만 4년이 걸렸다. 아시리아 제국 동부를 평정한 산헤립은 701년 팔레스티나에 진군하여 유다를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유다의 모든 주요 도시를 점령하고 유다를 말살하려고 예루살렘을 완전히 포위한 채 공략하였다. 이때 이사야가 나서서 히즈키야를 돕는다. 히즈키야는 유다의 우물을 모두 틀어막아 아시리아 대군이 물을 얻지 못하게 한 다음, 예루살렘 주민들을 위해서는 518m나 되는 지하 터널을 파고 예루살렘 성 밖에 있는 기혼 샘의 물을 실로암 못에까지 끌어들였다(2열왕 32,1-8). 히즈키야가 판 지하 터널은 오늘날 관광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사 37,36과 2열왕 19,35에 따르면 주님의 천사가 흑사병으로 아시리아 진영을 치니, 아시리아 병사 십칠만 오천 명이 쓰러졌다. 산헤립은 예루살렘에서 군대를 철수하여 니니베로 돌아갔다. 이렇게 하여 아시리아의 예루살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주님께서 히즈키야와 이사야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유다는 이 아시리아의 침략으로 잃은 것이 많았다. 예루살렘을 제외한 유다의 모든 성읍이 파괴되었고, 히즈키야는 자신의 왕좌를 유지하고 아시리아가 다시 쳐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엄청난 조공을 아시리아에 바쳐야 했으며, 유다의 백성은 예루살렘 · 성전 · 유다가 하느님의 특별한 보호를 받아 결코 멸망하지 않으리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나중에 예레미야와 에제키엘은 불의와 악을 저지르면서도 이런 헛된 믿음에 안주하는 유다의 지도자들과 백성을 단죄한다.

 

이 두 사건을 겪으면서 이사야는 유다의 임금들에게 외세에 의지하지 말고 오로지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께 충실할 것을 호소한다. 아하즈에게는 아시리아의 도움을 청하지 말고, 히즈키야에게는 이집트의 도움을 청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사 7; 9; 11장에 나오는 저 유명한 임마누엘 환시는 유다 임금들이 주님의 길을 충실히 따르면 주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시어 번영을 누리게 해주실 것임을 역설한다. 그러나 아하즈와 히즈키야가 이사야의 호소와 경고를 배척하자 이사야는 주님의 뜻을 충실히 따름으로써 온 땅에 큰 복을 가져올 미래의 임금 메시아에게 관심을 돌린다(이사 9,1-6; 11,1-9).

 

이사야는 귀족 출신으로 하느님의 소명을 받고 주저함없이 초지일관 주님의 말씀을 충실히 전하였다. 그는 4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유다 왕실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왕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큰 도움을 주었지만, 유다 임금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꾸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그의 사상과 예언 활동은 그가 시도한 개혁의 성패와 관계없이 후대의 예언자 전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신탁은 바빌론 유배를 겪던 제2이사야서(40-55장)와 제3이사야서(56-66장)의 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고, 하깨와 즈가리야와 같은 유배 이후 시대의 예언자들에게 메시아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나아가 이사야서는 예수님의 삶과 사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경향잡지, 1998년 12월호, 정태현 갈리스도 신부(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 / 사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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