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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판관 드보라(판관 4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2-27 조회수1,108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판관 드보라(판관기 4장)

 

 

판관 에훗과 더불어 시작되었던 평화의 시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시 우상숭배의 유혹에 빠졌고, 그 결과 하초르를 다스리는 가나안 임금 야빈의 지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철 병거 구백 대를 가지고 있으면서 20년간 이스라엘을 심하게 억압하였습니다. 판관들의 시대는 철기 시대 초기이므로, 야빈이 철 병거를 가졌다는 것은 철기를 제작할 기술을 가지고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이 철기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사울이 임금으로 등장한 이후인 것으로 보입니다. 1사무 13,19-20에 따르면 사울 임금 당시에도 이스라엘에는 대장장이가 한 명도 없어서 보습이나 곡괭이를 벼리려면 필리스티아인들에게 가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야빈 임금의 장수는 하로셋 고임에 사는 시스라였습니다.

 

당시에 이스라엘에는 드보라라는 여판관이 있었습니다. 그는 라피돗의 아내이자 여예언자였습니다. 사람들은 재판을 받으러 드보라 야자나무 아래로 가곤 하였습니다. 이 야자나무는 에프라임 산악지방인 라마와 베텔 사이에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드보라에게 주신 구원신탁은 납탈리의 케데스에 사는 아비노암의 아들 바락에 관한 것으로, 납탈리와 즈불룬 지파에서 군사 만 명을 소집하여 타보르산으로 행군하면 하느님께서 야빈의 군대 장수 시스라와 그의 병거대와 그의 무리를 키손천으로 끌어내어 바락의 손에 넘겨주시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락은 드보라를 통해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을 신뢰하지 못하고, 드보라가 이 행군에 함께하지 않으면 자신도 가지 않겠노라고 버팁니다. 그러자 드보라는 자신이 함께하겠지만 이 전쟁의 영예는 바락이 아니라 한 여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드보라는 바락과 함께 케데스로 갔고, 바락은 즈불룬과 납탈리 지파에서 군사 만 명을 소집하여 타보르산쪽으로 행군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시스라는 철 병거 구백 대와 전군을 이끌고 키손 천으로 향하였습니다. 오늘이 바로 주님께서 시스라를 넘겨주시겠다고 말씀하신 날이라는 신탁을 드보라에게서 들은 바락은 군사들을 이끌고 타보르산에서 내려갔습니다. 주님께서 바락 앞에서 시스라의 군대를 혼란에 빠뜨리셔서 시스라는 병거에서 내려 도망을 쳤고, 시스라의 온 군대는 몰살 당하고 말았습니다. 시스라는 야빈 임금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던 카인족 헤베르의 천막 쪽으로 달려갔는데, 이때 야엘이 그를 보고 천막 안으로 맞아들여 우유를 마시게 하고 담요로 덮어 주었습니다. 그가 지쳐서 잠들었을 때 야엘은 시스라의 관자놀이에 말뚝을 박고, 그의 시신을 바락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이스라엘은 야빈의 억압에서 벗어났고, 결국에는 그를 멸망시키게 되었습니다. 사실 하초르 임금 야빈의 멸망은 여호 11,1-10에서도 보도되는데, 판관기 4장의 보도와는 차이가 납니다.

 

한편 판관기 4장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철 병거대를 이끄는 야빈의 군사령관 시스라와 군사 만 명을 이끄는 이스라엘의 군대 장수 바락은 규모의 차이는 있기는 하지만 둘 다 강력한 인간적인 힘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이와 대조되는 여예언자이자 판관인 드보라와 시스라를 죽인 평범한 여인 야엘은 인간적인 힘과 능력의 측면에서 보면 그들에게 비할 바가 없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승리는 바로 이 연약한 이들을 통하여 이루어졌습니다. 능력주의를 내세우는 현대인들에게 이 이야기는 비합리적인 것으로 들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연약한 여인들을 영웅으로 내세움으로써 인간적인 힘과 무력(武力)을 조롱하며, 그것에 의존하려는 자세를 비난하는 효과를 자아냅니다. 과연 구원은 어디에서 올까요? 우리는 무엇에 의존하려 합니까? 하느님입니까? 아니면 인간적인 수단이나 힘입니까?

 

[2023년 2월 26일(가해) 사순 제1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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