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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지혜문학: 잠언 - 올바른 삶을 위한 현자들의 교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1 조회수4,612 추천수0

[성서의 세계] 구약성서의 지혜문학 2 : 잠언 - 올바른 삶을 위한 현자들의 교훈

 

 

1. 잠언이란?

 

잠언은 히브리어 마샬(      )을 번역한 용어로써 “사람이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교훈을 주는 짧은 문장으로 집약된 지혜의 가르침”을 말한다. ‘탁월한 경구’, ‘힘을 지닌 말’인 잠언은 주로 두 행으로 구성되어 대구법(Parallelism)을 통해 표현된다. 여기에는 ① 어떤 대상을 다른 대상과 대비시킴으로써 전하고자 하는 교훈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비교’② 두 개의 대상을 나란히 제시하는 ‘병행’이 대표적인 표현 방식으로 사용된다. 후자의 경우 두 대상의 관계에 따라 동의적 병행법, 반의적 병행법, 종합적 병행법으로 구분된다.

 

잠언의 본질적인 특징은 일상의 구체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이러한 교훈들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통용성’에 있다. 다시 말해서 잠언에 담긴 근본 정신은 본래 잠언이 형성되었던 구약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 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 자신들에게도 삶의 자세와 방향을 제시해주는 소중한 가르침이라 하겠다.

 

 

2. 구약성서의 잠언집

 

구약성서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잠언집에는 구약의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서 형성되고, 전수되어왔던 다양한 잠언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잠언들은 언제, 누구에 의해 쓰여졌을까? 잠언집의 표제(1,1)는 이 책에 수록된 잠언들의 저자가 기원전 10세기 중반 통일왕국의 솔로몬 임금이라고 밝히고 있다. : “이스라엘 임금, 다윗의 아들 솔로몬의 잠언”물론 이스라엘의 지혜문학이 솔로몬 시대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1열왕 5,12에 따르면 솔로몬 임금이 삼천 개에 이르는 잠언을 지었다고 전하는 것으로 보아 잠언집에 수록되어 있는 잠언들 가운데 일부가 그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잠언들의 내용 가운데에는 솔로몬 시대보다 휠씬 후대의 상황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고, 다른 저자들(현인들, 마싸 사람 아굴, 마싸 임금 르무엘 등)이 명시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솔로몬 임금이 잠언집 전체의 저자일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언집의 최종 편집자가 이스라엘의 임금이자 다윗의 아들인 솔로몬을 저자로 내세운 것은 다음과 같은 의도에 의해서였다. : ① 이스라엘 지혜전통의 대표적인 인물인 ‘솔로몬’의 이름 아래 잠언집 전체를 귀속시킴으로써 책의 권위를 높이고자 하였고 ② ‘이스라엘의 임금’이 지니는 의미, 즉 하느님과 백성들 사이의 중개자요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전달자임을 부각시킴으로써 잠언집의 종교적 특성을 밝히고 있으며 ③ 같은 의도에서 저자를 ‘하느님의 기름부음 받은 이’인 다윗의 아들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에 있어 구약성서의 잠언집은 기원전 10세기에서 4세기에 이르는 장구한 세월 동안 여러 현자들에 의해 쓰여진 다양한 잠언들이 수록된 하나의 선집(選集)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잠언집은 늦어도 기원전 4세기경 어느 익명의 편집자에 의해 최종 형태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3. 잠언집의 목적

 

이스라엘의 잠언들이 쓰여지게 된 목적은 1,2-7에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잠언을 통해 사람들이 “지혜와 교훈을 터득하고 예지의 말씀을 이해하며, 현철한 교훈과 정의와 공정과 정직을 얻게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지혜의 근본이 “주님을 경외함”임을 강조함으로써 지혜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선물임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잠언집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활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올바르고 지혜롭게 처신할 수 있도록 종교적이며 도덕적인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다 하겠다.

 

 

4. 잠언집 내용의 구성

 

잠언집은 표제(1,1)와 목적을 제시하고 있는 짧은 글(1,2-7)에 이어 다양한 내용을 지닌 아홉 개의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단락의 구분은 히브리 원전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번역 과정에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임의적으로 설정된 것이다. 각 모음의 소제목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지혜의 가르침들과 담화(1,8-9,18)

 

이 단락에는 두 개의 주제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첫째, 지혜의 기원과 의인화, 둘째, 악한 이들과 낯선 여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이 주제들은 다시 열두 개의 소 단락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① 잘못된 길로 유혹하는 나쁜 친구들을 경계하라는 첫 번째 가르침(1,8-19)에 이어 의인화된 지혜가 그의 훈계에 귀를 기울일 것을 호소하는 초대(1,20-33)를 전한다. ② 지혜가 주는 다섯 가지 복(2,1-22) ③ 현자들의 말에 따를 때 주어지는 보상(3,1-12) ④ 지혜를 찾음은 곧 행복이란 가르침(3,13-26), ⑤ 이웃 사랑과 상선벌악에 대한 가르침(3,27-35) ⑥ 귀중한 재산인 지혜를 가르치는 현자에게 순종할 것을 훈계(4,1-9) ⑦ 현자의 교훈이 생명의 길잡이임을 제시하는 가르침(4,10-27)에서는 생명으로 이끄는 지혜의 길(11-13절)과 멸망으로 이끄는 악인의 길(14-19)이 대조되고 있다. ⑧ 간음녀를 상징하는 낯선 여자를 경계하고 아내에 충실할 것을 가르치는 가르침(5,1-23)에 이어 ‘보증’, ‘게으름’, ‘사악한 사람의 운명’, ‘주님께서 싫어하시는 것’에 관한 몇 가지 가르침이 담겨 있는 부분이 첨가되고 있다. ⑨ 간음에 대한 경고(6,20-35) ⑩ 누이로 의인화된 지혜와 유혹하는 간음녀(7,1-27) ⑪ 지혜에 순종함이 참된 행복이라는 가르침(8,1-36) ⑫ 첫 번째 모음의 결론인 마지막 가르침에서는 숙녀 지혜의 초대와 의인화 된 우둔함이 대조를 이루며 제시되고 있다.

 

2) 솔로몬의 첫째 잠언집(10,1-22,16)

 

잠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잠언들이 수록되어 있는 부분으로 모두 376개에  달하는 짤막한 격언들이 전해진다. 여기서는 도덕적 삶에 대한 종교적인 교훈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현명한 이와 우둔한 이의 태도, 의로운 이와 불의한 이의 태도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3) 현인들의 첫째 잠언집(22,17-24,22)

 

솔로몬의 첫째 잠언집의 첫 번째 부록의 성격을 띠고 있는 여기에서는 이집트의 ‘아멘엠오페의 가르침’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는 열 가지의 주제(22,22-23,11)와 함께 술을 무절제하게 마시는 이에 대한 경고의 가르침(23,29-35)이 제시되고 있다.

 

4) 현인들의 둘째 잠언집(24,23-34)

 

솔로몬의 첫째 잠언집의 짤막한 두 번째 부록으로, 특히 게으름을 경계하는 가르침(24,30-34)이 인상적이다.

 

5) 솔로몬의 둘째 잠언집(25-29장)

 

이 단락에 수록되어 있는 127개의 다양한 잠언들은 남왕국 유다의 히즈키야 임금 치세(기원전 716-687년)때 봉직했던 신하들에 의해 수집되어 전해져 온 것으로 여겨진다.(25,1) 대부분 한 쌍을 이루는 두 줄이 대구의 형태를 띠고 있는 잠언들은 실로 삶의 다양한 영역에 관한 교훈들을 전하고 있다.

 

6) 아굴의 잠언(30,1-14)

 

외국 출신의 현자로 추정되는 마싸 사람 아굴에 의해 제시된 잠언 모음이다. 여기서 아굴은 하느님께 정직한 말을 해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슬기를 청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7) 수(數) 잠언(30,15-33)

 

이 단락에는 다섯 개의 수 잠언이 수록되어 있다. 수 잠언이란 먼저 셋 또는 넷이란 숫자를 제시한 다음 그 숫자대로 동일한 범주에 속하는 항목들을 나열하는 잠언의 형태를 말한다. 여기에는 일상생활의 경험에 의해 얻어진 여러 교훈들이 전해지고 있다.

 

8) 르무엘의 잠언(31,1-9)

 

마싸의 임금 르무엘이 전하는 잠언들로서 여인들과의 성적인 관계에 대한 경계(2-3절), 무절제한 음주에 대한 경고(4-7절),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의 권리를 지켜주라는 훈계(8-9절)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9) 훌륭한 아내(31,10-31)

 

히브리어 알파벳의 순서에 따라 작성된 시로, 훌륭한 아내의 덕목들을 칭송하는 가운데 이상적인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다.

 

 

5. 주제에 따른 잠언들의 가르침

 

잠언집의 첫째 단락으로서 모두 열두 개의 주제들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는 “지혜의 가르침들과 담화”(1,8-9,18)를 제외한 나머지 단락들에는 주제별로 잠언들이 배열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내용들이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의 잠언들을 읽고,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주제별로 해당되는 잠언들을 선별하여 살펴보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하겠다.

 

1) 올바른 삶

 

잠언은 올바른 삶이란 근본적으로 주님을 경외하고 섬기는 삶임을 강조하면서, 악인들의 유혹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가르치고 있다. : 11,17; 11,30; 12,10; 23,17; 24,29; 25,21-22; 28,13; 29,1.

 

2) 성공적인 삶

 

현자들은 인간이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덕목들, 특히 성실함(10,4-5; 12,11.24; 14,23; 15,19; 19,24; 20,4; 21,25; 24,30-34), 신중한 언사(12,16; 13,316,24; 19,11), 정직함(11,1; 15,27; 20,14), 나눔의 삶(11,24-26; 14,31; 19,17), 하느님께 대한 신뢰(3,5-6; 16,3) 등을 가르치고 있다.

 

3) 가난과 부

 

재산은 근본적으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임을 전제(신명 8,17-18)로 부정한 수단에 의해 부를 축적해서는 안되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 10,2.4; 11,24.28; 13,11; 19,22; 20,21; 21,6; 28,6.

 

4) 교만과 오만에 대한 경계

 

인간의 교만과 오만은 분쟁을 유발하고, 결국 창피를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됨을 가르치면서, 주님께서는 이러한 이들을 싫어하시고 징벌하신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겸손의 덕을 강조하면서 지혜를 얻으면 주님을 경외하게 되고 결국 영광을 얻게 된다는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 13,10; 15,25; 16,5.18; 18,12; 27,1.2; 29,23.

 

5) 부모와 자녀

 

잠언은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야 할 책임이 부모에게 있으며, 부모가 자녀를 훈계하는 것은 자녀로 하여금 지혜를 사랑하고 게으름에 빠지지 않아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임을 가르치고 있다. : 1,8-9; 4,2-4; 10,1; 13,24; 20,11; 22,6.

 

6) 남편과 아내

 

남편과 아내의 신실한 관계를 강조하는 있는 가르침이 제시된다. : 12,4; 18,22; 19,14; 31,11-12.

 

7) 친구와 이웃을 대하는 태도

 

잠언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이웃을 사랑함은 그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대한 응답임을 전제로 함께 살아가는 친구와 이웃과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가르치고 있다. : 10,12; 17,9.17; 18,24; 25,17; 26,18-19; 27,5-6.

 

[월간 빛, 2003년 6월호,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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