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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열왕기: 남북왕국시대 - 엘리사 예언자와 북왕국의 멸망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1 조회수3,610 추천수0

[성서의 세계] 열왕기 - 남북왕국시대Ⅲ - 엘리사 예언자와 북 왕국의 멸망

 

 

2) 엘리사 예언자

 

기원전 9세기, 스승 엘리야와 함께 구약 예언운동의 초석을 놓았던 엘리사는 본래 농사를 짓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한 엘리사의 생활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은 그를 당신의 예언자로 정하신 하느님의 선택 때문이었다. 호렙산에 몸을 피해 있던 엘리야에게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통해 다가오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것이 야훼종교의 참된 본질임을 계시하신 후 “엘리사에게 기름부어 네 뒤를 이을 예언자로 세워라”(1열왕 19,16ㄴ)고 명하신 것이다. 이러한 하느님의 분부에 따라 엘리야는 열두 겨릿소를 앞세우고 밭을 갈고 있던 엘리사에게 자기 겉옷을 걸쳐줌으로써 자신의 예언자로서의 능력을 넘겨주고자 한다. 이에 엘리사는 곧장 주변을 정리한 후 엘리야를 따라나서게 된다.

 

그러나 엘리사가 예언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스승인 엘리야의 승천(2열왕 2,1-18) 이후이다. 엘리야로부터 영과 겉옷을 전수 받은 엘리사는 다른 예언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많은 기적들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전한다(2열왕 2,19-25; 4,1-8,15; 9,1-13; 13,14-21). 여기서는 북왕국 이스라엘의 요람(852-841), 예후(841-814), 여호아하즈(820-803), 여호아스(803-787) 임금 시대에 엘리사가 행했던 기적들 가운데 몇 가지를 선별해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엘리사가 특정한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해 행한 기적으로 “수넴의 아이 없던 여인”과 관련된 이야기(2열왕 4,8-37)를 들 수 있다.

 

이즈르엘 평야 동쪽, ‘수넴’이란 마을에는 엘리사가 방문할 때마다 따뜻하게 맞아주던 가정이 있었다. 어느 날 다시 그곳을 찾은 엘리사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생각하다 아직 아이가 없는 그 집의 부인에게 내년 이맘 때 한 아들을 안게 되리라고 예언한다. 하지만 부인은 “어르신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고 반문하며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 옛날 성조시대에 마므레로 아브라함을 찾아온 하느님께서 이미 나이도 많고, 달거리가 그친지 오래된 사라가 아들을 갖게 되리라고 말씀하셨을 때 사라가 믿지 못하였던 것처럼…. 그러나 엘리사가 예언한 대로 부인은 임신하여 아들을 낳게 된다.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예언자의 말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별탈 없이 잘 자라던 아이가 그만 죽고만 것이다. 이때 수넴 부인이 취한 행동은 이 기적 이야기의 핵심적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다. 부인은 ‘하느님의 사람’인 엘리사를 찾아가 아이에게 일어난 일을 알린 다음, 그가 도와줄 때까지는 떠나지 않으리라고 “살아 계신 하느님”과 엘리사의 생명을 두고 맹세하며 매달린다. 이러한 부인의 간절한 청과 전적인 믿음은 엘리사로 하여금 아이를 다시 살리는 기적을 행하도록 한다.

 

이 기적 이야기는 먼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밝혀주고 있다. 즉 그분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시고 주관자이시며, 인간의 어려운 처지를 돌보아 주시는 사랑의 하느님이시라는 것이다. 또한 하느님의 사람인 예언자의 말씀은 반드시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과 함께 신앙인이 지녀야 할 근본적인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한편 엘리사는 빵의 기적을 통해 하느님의 놀라우신 능력을 드러낸다(2열왕 4,42-44). 엘리사에게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왔을 때 그는 군중이 식사를 하도록 보리빵 스무 개와 햇곡식 이삭 한 자루를 내어준다. 너무나 터무니없이 작은 양이었기에 분배를 맡은 시종은 “이것을 어떻게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반문한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엘리사는 “하느님께서 이들이 먹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는 대답으로써 이 기적을 행하시는 참된 주체가 누구이신지를 밝힌다. 이어 그 결과가 서술되는데 과연 “하느님의 말씀”대로 그 많은 군중들이 먹고도 남았다는 것이다. 이 기적은 특히 신약에 이르러 예수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마태 14,13-21; 마르 6,30-44; 루가 9,10-17)을 예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그리고 엘리사는 이방인들을 위해 기적을 행하기도 하였다. 아람 사람 나아만의 이야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2열왕 5장). 나아만은 용맹을 떨치던 아람 임금의 장수였으나 불행하게도 나병에 걸리고 만다. 이스라엘에서 온 하녀의 소개로 엘리사를 찾아온 그는 예언자가 일러 준 대로 요르단 강으로 내려가 일곱 번 몸을 씻는다. 그러자 그는 어린아이 살처럼 새살이 돋아 깨끗해진다. 이처럼 하느님의 능력을 몸소 체험한 나아만은 엘리사에게 돌아와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온 세상에서 이스라엘 밖에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습니다”(15절) 라고 고백한다. 여기서 나아만의 신앙고백은 하느님의 권능이 이스라엘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방인들에게도 역사(役事)하신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다. 이러한 하느님의 보편성은 이미 출애굽 사건 때 모세의 장인으로서 미디안 사제였던 이드로를 통해(출애 18,10), 모압 평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축복했던 이방인 발람을 통해(민수 22-24장), 나아가 유배지인 바빌론에서 에제키엘 예언자에게 나타나신 하느님의 현현사건을 통해(에제 1,4-3,27) 드러나기도 된다.

 

그밖에도 엘리사는 아람의 침략으로 곤경에 처하게된 이스라엘 백성을 구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짐을 증거하였다(2열왕 6,8-7,20). 또한 엘리사가 보낸 예언자에 의해 기름부음을 받고 임금이 된(2열왕 9,3) 예후가 아합 집안 출신 요람 임금(2열왕 9,14-26)과 이세벨(2열왕 9,30-37)을 징벌한 이야기는 이전에 엘리야 예언자를 통해 선포된 하느님의 말씀이 구현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엘리사의 죽음에 관해서는 2열왕 13,14-21이 전하고 있다.

 

 

8. 북왕국 이스라엘의 멸망(기원전 722)

 

기원전 8세기 중반부터 북왕국 이스라엘은 계속되는 정변으로 국력이 급속히 약화되어 오다가 결국 호세아 임금에 이르러 아시리아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 이때 아시리아 임금 샬마네셀 5세는 북왕국의 수도인 사마리아를 함락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본국으로 끌고 간다(2열왕 17,1-6). 북왕국의 멸망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열왕기 저자가 이 사건을 신학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성서 저자는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 자손이 멸망하게 된 것은 에집트 땅에서 그들을 구해내신 야훼 하느님께 죄를 짓고, 다른 신들을 경외하였으며, 이방 민족들의 풍속을 따라 걸었기 때문이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2열왕 17,7-8). 이미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너희의 악한 길에서 돌아서서, 내가 너희 조상들에게 명하고 나의 종 예언자들을 통하여 너희에게 보낸 모든 율법대로 나의 계명과 규정을 지켜라”(2열왕 17,13)고 끊임없이 타이르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덜미가 뻣뻣한 이스라엘 민족은 계약의 근본 정신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외면하는 삶을 살았고, 그 결과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선물로 주신 땅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하고 아시리아로 유배를 떠나게 되는 시련을 겪게 되었다고 성서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성서 저자는 이스라엘의 아픈 역사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해석하면서, 유배라는 고통의 시기가 바로 과거의 잘못된 삶을 반성하여 깨닫고, 회개하여 다시금 하느님께로 돌아오는 정화의 계기가 된다는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9. 사마리아인의 기원(2열왕 17,24-41)

 

북왕국 이스라엘의 멸망 후 정복자인 아시리아 임금은 정책적으로 다른 피정복지의 여러 민족들을 데려다가 사마리아 성읍들에 살게 한다. 이때 이주해온 이방인들은 이스라엘 사제의 가르침으로 알게된 하느님을 경외하면서도 자신의 신들을 함께 섬겼다. 다른 한편 사마리아에 남아있던 이스라엘 사람들도 이주민들의 영향을 받아 혼합종교주의에 빠져들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사마리아 지역에서는 이스라엘 민족과 이방인들이 혈통, 풍속, 종교 전반에 걸쳐 혼합되어간다. 이렇게 형성된 사마리아인은 후대 유대인들에 의해 이방인으로 여겨지게 되는데, 요한 4,1-42의 사마리아 여인 이야기는 이러한 경향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월간 빛, 2001년 10월호,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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