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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 은총의 풀 운향: 십일조로 바치는 식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17 조회수3,564 추천수0

[성경 속의 동식물] 75 - 은총의 풀 운향


십일조로 바치는 식물

 

 

운향은 지중해 연안과 남부 유럽이 원산지인 다년생 초본이다.

 

운향에는 혈압을 내리는 효과가 있는 루틴(Rutin)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강한 냄새와 쓴맛이 있는 게 그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이 루틴을 추출해서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했다. 히스테리 같은 신경질환, 복통, 기침, 류마티스 등에 달여 먹기도 했다.

 

운향은 방충효과가 뛰어나 꽃다발로 묶어서 문 위에 걸어 놓으면 파리를 막을 수가 있다. 책갈피에 넣어 두면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하는데 옛날에는 이나 벼룩을 없애는데도 사용했던 중요한 방충제다.

 

운향은 고대 로마에서는 은총의 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주일에 교회에서 사제가 운향의 줄기로 성수를 뿌리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날부터 운향의 강한 향기는 마취제, 자극제로 쓰였다. 또한 운향은 강하고 역한 냄새로 모든 액을 물리치는 신통한 마력이 있다고 믿었다. 심지어 마녀의 저주를 물리치는 향초로까지 알려져 있다.

 

그리스 신화에는 운향이 마녀 키루케(Circe)의 저주를 물리칠 수 있는 풀로 등장한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인이나 로마인들은 부적으로 운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집의 마룻바닥에 문질러 두면 그 냄새 때문에 악마를 물리칠 수 있고, 문이나 처마 끝에 걸어 놓으면 악마나 병마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사람들은 파세리와 함께 둥글게 틀어서, 몸에 지니고 다니는 부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14세기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운향을 만능약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운향의 약효에는 미신적인 것이 많았다. 구충, 통경, 흥분제로서의 효능이 있지만 옛날에는 시력 회복의 특효약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독이 있는 짐승에 물린 상처나 독버섯, 부자 같은 것의 해독제로도 사용했다.

 

또 옛날 사람들은 해독제뿐만 아니라, 경련이나 경기에 잎을 달여서 차로 마시면 낫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운향의 잎을 감아 놓으면 마귀의 장난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그래서 16~17세기 유럽에 페스트가 유행할 때 일반 가정이나 법정에도 마력이 있고, 살균력이 강한 운향의 잎을 뿌려놓았다. 당시 사람들은 운향이 전염병균을 막는 효능이 있다고 믿었다.

 

성경에 십일조로 드리는 식물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그 용도는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약효나 마력적인 신통력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다. 현재는 향신료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운향은 성경에 바리사이파인들이 외식하는 것을 꾸짖는 대목에 인용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채소류의 십일조로 드리는 식물로 등장하고 있다.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운향과 모든 채소는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은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십일조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만, 바로 이러한 것들을 실천해야 한다"(루카 11,42).

 

[평화신문, 2007년 12월 16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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