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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나의 집은 기도의 집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4,162 추천수0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나의 집은 기도의 집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가 가까워지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그리고 성전에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자들과 환전꾼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끈으로 채찍을 만드시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셨다. 또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 버리셨다. 비둘기를 파는 자들에게는,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하고 이르셨다(요한 2,13-16).

 

 

예루살렘 성전을 둘러싼 역사

 

떠돌던 이스라엘 백성의 선조들에게 성전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개인에게 나타나시고, 사람들은 제단이나 돌기둥을 세워 이를 기념했습니다(창세 28,18; 35,14 참조). 그런데 이스라엘이 민족 단위로 성장하면서 하느님을 섬길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뒤 광야를 헤매다 가나안 땅에 가 정착한 판관 시대까지는 성막이 그 역할을 했습니다(탈출 25,8 참조).

 

왕정 시대에 들어 솔로몬 임금은 기원전 960년경, 지금의 예루살렘 옛도시 동쪽 ‘하람 에슈 셰리프(Haram esh-Sherif)’ 지역에 첫 성전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기원전 587년 바빌론에 의해 무너지고, 이스라엘 백성은 바빌론으로 유배되었습니다. 기원전 538년 페르시아 키루스 임금의 칙령에 따라 고국에 돌아온 즈루빠벨을 비롯한 유다인들은 두 번째 성전(제2성전)을 건립하기 시작해 기원전 515년에 완공했습니다(에즈 3,8 참조). 그 뒤 기원전 169년에 시리아 임금 안티오코스 4세에 의해 짓밟힌 성전을 기원전 164년에 유다 마카베오가 정화하였습니다. 헤로데 대왕은 유다인의 환심을 사려고 기원전 19년부터 기원후 64년까지 두 번째 성전을 크게 증축하였습니다(마르 13,1 참조). 이 성전은 6년 뒤 70년에 로마 제국에 의해 파괴되었으며, 로마 제국은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서쪽 벽 일부만 남겨두고 그 자리에 유피테르 신전을 세웠습니다.

 

그 후 팔레스티나를 정복한 이슬람 세력이 638년 같은 자리에 이슬람 성전을 지었습니다. 1,100년경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장악했지만, 12세기말 이슬람이 다시 예루살렘을 정복한 이래 그곳에는 오늘까지 이슬람 성전이 남아 있습니다. 많은 정통 유다인이 그곳에 세 번째 성전을 짓는 꿈을 꾸지만, 그 일을 할 사람은 메시아라고 믿고 있습니다.

 

 

모든 민족을 위한 기도의 집

 

성전은 야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현존하신다는 거룩한 표징을 나타내는 장소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성전에서 제사와 각종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사제는 군중과 함께 ‘셰마 이스라엘’을 합송하고, 저녁에는 군중을 축복했습니다. 낮에는 유다인들이 성전 뜰에서 지성소를 향해 서서 기도하고(루카 18,10 참조), 라삐들은 주랑에서 사람들을 가르쳤습니다(마태 21,23; 루카 2,46; 요한 7,14; 8,2 참조). 성전에서는 큰 소리로 율법을 낭독했습니다.

 

유다인 남자는 적어도 1년에 세 차례, 무교절, 수확절, 추수절 축제를 지내러 성전을 찾았습니다(탈출 23,14-17 참조). 순례자들은 남쪽 성벽에 있는 ‘훌다(여예언자) 문’(이중문)을 지나 이방인 뜰로 들어갔습니다. 성전 뜰에서는 상행위를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했는데, 이방인 뜰은 헤로데 대왕이 증축한 구역이므로 법을 교묘히 피할 수 있었습니다. 로마 제국은 대사제의 옷을 성전 옆의 요새에 보관해 놓고, 유다인이 제사를 드릴 때마다 그곳에서 대사제의 옷을 찾아가게 했습니다. 그때 줘야 하는 뇌물을 마련하려고 대사제들은 상인들이 이방인 뜰에서 장사하도록 허락하며 폭리를 취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의 집’이라는 성전의 본질을 왜곡하는 이러한 행태를 꾸짖으신 것입니다.

 

“‘영과 진리 안에서’(요한 4,24) 드리는 신약의 예배는 어느 한 특정 장소에만 매이지 않는다. … 신자들이 한 장소에 모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영적 집’으로 세워지도록 모인 ‘살아 있는 돌’(1베드 2,5)이 되는 것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은 생수가 솟아 나오는 영적인 성전이다. 성령으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된 우리는 ‘살아 계신 하느님의 성전’(2코린 6,16)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179항).

 

[성서와 함께, 2013년 11월호(통권 452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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