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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음식 규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12-03 조회수2,257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음식 규정

 

 

‘사람은 자기가 먹는 음식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지만 유다인들에게 특히 그러합니다. 유다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정결 음식, ‘코셜 푸드’(Kosher food)입니다. 율법에서 허락한 먹거리를 유다교 규정에 맞게 준비하고 조리한 음식을 가리키는데, 이는 성지 순례를 하면서 이스라엘의 독특한 음식 문화로 접해볼 수 있습니다. ‘코셜’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카셰르]는 ‘적당하다’ ‘옳다’라는 뜻으로, 성경에는 세 번 나오는 단어입니다(에스 8,5; 코헬 10,10; 11,6).

 

코셜 규정의 뿌리는 식용 동물을 구분해 놓은 레위 11장(신명 14,3-21 참조)에 있습니다. 여기서 식용의 기준으로 삼은 건 제사 때 제물로 바칠 수 있는 동물, 곧 “굽이 갈라지고 그 틈이 벌어져 있으며 새김질을 하는 것”(레위 11,3)입니다. 소, 양, 염소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동물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백성에게 이는 상식으로 통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기본으로 하여, 제물로는 적당하지 않지만 백성이 먹을 수 있는 동물 군을 넓혀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돼지는 이 목록에서 제외되는데요, 돼지는 발굽이 갈라진 우제류(偶蹄類)지만 새김질을 하지 않는 ‘변칙’을 보이는 데다 고대 근동인들이 지하 신들을 상대로 바친 의식과 관련된 동물이라 그런 듯합니다.

 

식용 날짐승의 기준은 다리가 둘 달리고, 짐승의 사체를 먹지 않는 종류입니다. 여기에선 곤충도 날개가 있으므로 조류로 구분됩니다. 우리는 곤충의 다리를 여섯으로 셈하지만, 성경에서는 귀뚜라미나 메뚜기에게 달린 뒷다리 둘을 ‘뛰는 다리’로 따로 구별하였습니다: “네 발로 걸으며 날개가 달린 모든 벌레 가운데, 발 위로 다리가 있어 땅에서 뛸 수 있는 것은 먹어도 된다”(레위 11,21). 그에 비해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네 발로 걷는 벌레’(23절)가 나오는데, 이는 관용표현으로 보입니다. 곧 실제 발이 네 개가 아니라 ‘뛰는 다리’가 없어 직립하지 못하는 곤충을 가리킵니다. 모기나 파리 같은 것들이지요.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살 때 메뚜기를 주식으로 삼은 데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마태 3,4).

 

레위 11장은 이런 규정을 나열한 뒤 ‘하느님께서 거룩하시므로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거룩하다’는 말은 ‘세속과 분리되다.’라는 뜻이기에, 하느님처럼 거룩해지라는 건 우상을 섬기는 세속의 타민족과 구분된 겨레가 되라는 주문입니다(레위 20,25-26). 하느님은 이스라엘을 사제의 민족으로 택하셨으므로(탈출 19,6), 이스라엘은 세상의 짐승 가운데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몇 종류만 먹으며 자기 정체성을 세상 만민에게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음식 규정은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맏아들로 선택된 백성이라는 표시에 해당되는 셈이지요.

 

하지만 하느님의 백성과 이방인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는 이런 규정이 필요 없게 됩니다. 사도 10장에서, 베드로 사도는 온갖 짐승이 담긴 아마포 그릇의 환시를 보고 그 메시지를 깨달으면서 이방인 선교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12월 4일(가해)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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