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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잠언: 문학유형과 구성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26 조회수3,596 추천수2

[김혜윤 수녀의 성서말씀나누기] 잠언 (3) : 문학유형과 구성

 

 

문학 유형

 

「잠언」을 매우 특화된 문학장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전문적 「언어 패러다임」을 그 기본적 틀로 제시함으로써 군더더기 없는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이유로 잠언은 「금언」(金言)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특수한 「패러다임」을 일반문법에서는 「병행법」 (parallelism)이라고 부르며, 같은 리듬과 구조로 표현된 두 개의 문장 혹은 구절이 서로 대치되어 있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 병행법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동일한 내용을 반복함으로써 그 의미를 재차 강조하는 「동의(同意)적 병행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서로 상반된 의미의 어구를 대비시켜 놓음으로써 대조적 뉘앙스를 부각시키는 「반의(反意)적 병행법」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기교는 주로 잠언 10~29장 사이에 많이 등장하며, 나머지 부분에는 약간 변형된 형태의 병행법이 등장하기도 한다. 대비되는 어구가 두 개 등장하는 대신, 세 개 혹은 네 개의 어구가 서로 짝을 이루거나, 같은 리듬과 어조를 사용하지 않고 앞 문장에 대한 보충 설명이나 부연이 추가되는 형태를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 각 병행법의 예를 들어 보기로 하자.

 

 

1) 동의적 병행법의 예

 

『거만한 자에게는 채찍이 떨어지고, 미련한 자의 등에는 매가 내린다』(19, 29).

 

『포도주를 마시면 방자해지고, 독주를 마시면 행패를 부린다』(20, 1).

 

위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동의적 병행법」은 동일한 구조(19, 29 : 간접 목적어+주어+동사 / 20, 1 : 직접 목적어+동사)와 동의적 내용(19, 29: 거만한-미련한, 채찍-매, 떨어지다-내리다 / 20, 1: 포도주-독주, 마시다-마시다, 방자해지다-행패를 부리다)을 반복하여 제시함으로써 그 의미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2) 반의적 병행법의 예

 

『부드럽게 받은 말은 화를 가라앉히고, 거친 말은 노여움을 일으킨다』(15, 1).

 

『의논 없이 세운 계획은 무너져도, 중론을 모아 세운 계획은 이루어진다』(15, 22).

 

반의적 병행법의 경우, 그 구조는 동일하지만(15, 1: 주어+목적어+동사 / 15, 22: 주어+동사) 내용을 이루는 표현들은 완전히 대조적이다(15, 1: 부드러운 말-거친 말, 화를 가라앉힌다-노여움을 일으킨다 / 15, 22: 의논 없이-중론을 모아, 무너지다-이루어지다).

 

 

구성

 

성서 잠언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9장이 일정한 주제에 의한 체계적 구성을 보여준다면, 10장 이후부터는 앞 뒤 아무런 관련 없이 모아진 일종의 우연성을 띄고 있다. 쉽게 말해, 처음 1~9장을 각 주제별로 스크랩된 앨범에 비유할 수 있다면, 10장 이후부터는 그냥 아무런 차별 없이 책상 서랍 안에 함께 모아져 있는 사진 상자를 연상하면 될 것이다.

 

1) 1~9장은 주로, 지혜를 하느님에 대한 경외에서 찾는 「지혜시」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열 개의 교훈(instruction) 형태로 되어있다. 가난 혹은 육체 노동의 문제가 등장하지 않고 풍족한 생활이 전제되고 있으므로 와이브레이(Whybray) 같은 학자는 이 부분이 상류층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잠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번에 그 편집 연대를 소개하면서, 1~9장은 책 전체의 서론 격으로 최후에 첨가되었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는 잠언 전체를 1~9장의 시각에서 읽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시킨다. 1~9장은 서론이지만, 잠언 전체를 수렴하는 기능으로서, 체계적 형태를 띄고 최종적으로 첨가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10~31장은 간결한 속담들을 단순하게 수집한 일반 잠언집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답다」는 말은 「앎」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삶을 「알아갈 때」 인간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극 혹은 불행은 「앎(지혜)의 부재」에서 생기는 것일까. 『인생의 그 무엇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해야할 대상』이라고 한 마리 퀴리의 지혜로운 잠언에 이제는 진심으로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가톨릭신문, 2004년 2월 22일, 김혜윤 수녀(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광주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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