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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하느님 뭐라꼬예?: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마음의 할례와 율법서(신명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10-06 조회수1,675 추천수0

[하느님 뭐라꼬예?]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마음의 할례와 율법서

 

 

하느님의 저주: 새로운 희망의 시작

 

하느님의 축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께 청하는 우리 기도도 대개는 하느님의 축복을 바라며 비는 내용이겠지요. 이런 우리에게 하느님의 축복만이 계속 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경우도 그러하였습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축복 속에서 번성하기도 했지만 어떤 때에는 하느님의 분노로 (그분께서 허락하시거나 내리신 것으로 이해되는) 저주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특히 조국을 잃고 이방인들의 나라에서 떠돌던 (모세시대 이후의) 유배시기에 (하느님의 벌로서의) 저주의 시간을 처절하게 견디어내야 했던 것입니다.

 

모세는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예언자답게 이스라엘 백성이 겪어야 할 저주의 시간을 미리부터 내다보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저주를 백성 위에 내리시는 일이 결코 되돌릴 길 없는 절망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희망을 기약하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마음속으로 뉘우치고,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와서,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대로 너희와 너희의 아들들이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의 운명을 되돌려 주실 것이다.”(신명 30,1-3)

 

여기서 ‘운명을 되돌려 주신다.’는 말은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켜 주신다.’는 말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즉 모세는 (장차)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을 저버리고 어긋나더라도) 회심하여 돌아와 마음과 정신을 다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다면, (하느님으로부터 받던 저주 대신에 예전에 누리던) 축복을 받아 (과거의) 운명을 돌려받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렇듯 모세는 자신의 (죽음 후의) 부재상황(不在狀況)을 내다보며 이스라엘 백성에게 (앞날에 저주를 받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말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마음의 할례

 

모세는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저주의 시간에도 이처럼 ‘회심하는 백성에게는 새로운 축복’이 내리게 될 것임을 선포하면서 ‘하느님께서 베푸시게 될 마음의 할례’를 언급합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마음과 너희 후손의 마음에 할례를 베푸시어, 너희가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게 하셔서, 너희를 살게 해 주실 것이다.”(신명 30,6)

 

여기서 ‘마음의 할례’란, (육신의 할례를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하느님의 백성이 ‘죄로 더럽혀진 마음을 깨끗이 하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는 일’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에 할례를 베푸신다.”는 표현은 백성의 회심이 (백성 스스로가 이루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일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에 할례를 베푸시니,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호의와 이끄심으로 회개하여 새로운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도움의 은총

 

하느님께서 사람이 새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건드리신다는 것은 “사람이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이 작용하여 사람을 준비시킨다.”는 (오늘날) 교회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물론 교회는 이러한 하느님의 자유로운 주도[主導]가 인간의 자유로운 응답을 요구하고 있음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은총을 받아들이도록 인간을 준비시키는 것은 은총이 이미 작용한 결과이다. 은총은 신앙을 통한 의화(義化)와 사랑을 통한 성화(聖化)에 계속 협력하도록 하는 데 필요하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 시작하신 일을 완성하신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원의(願意)를 일으키심으로써 일을 시작하시며, 우리의 의지에 협력하심으로써 일을 완성하십니다.’(성 아우구스티노)”(가톨릭교회교리서, 2001항)

 

우리는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은총을 받아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구원의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를 ‘성화 은총(聖化恩寵)’ 혹은 ‘신화 은총’(神化恩寵) 이라고 하는데, 지속적이고 초자연적인 성향이라는 뜻에서 ‘상존 은총’(常存恩寵)이라고도 부릅니다. 한편 우리의 회개를 가능케 하는 하느님의 개입을 뜻하는 표현으로는 ‘조력 은총’(助力恩寵)이란 말이 있는데, 모세가 말한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마음의 할례’는 바로 이 조력 은총에 의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도 마음의 할례를 강조하셨습니다. “겉모양을 갖추었다고 유다인이 아니고, 살갗에 겉모양으로 나타난다고 할례가 아닙니다. 오히려 속으로 유다인인 사람이 참유다인이고, 문자가 아니라 성령으로 마음에 받는 할례가 참할례입니다. 그렇게 하는 이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께 칭찬을 받습니다.”(로마 2,28.29)

 

사도의 이 말씀처럼 우리도 마음의 할례를 받아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야 하겠습니다. 내 마음에 얼룩져있는 죄의 허물을 벗겨내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이 태어날 수 있도록 성령의 도우심을 청합시다!

 

 

율법서의 역할: 백성들의 나쁜 행실에 대한 경계와 심판

 

모세는 율법의 말씀들을 다 기록한 다음 레위인들에게 명령하기를, 그 책이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증인이 되도록 하느님의 계약 궤 곁에 두라고 했습니다. 모세는 그 이유로 자신이 백성의 반항심과 고집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오늘 이처럼 너희와 함께 살아 있는데도 너희가 주님께 반항하는데, 내가 죽은 다음에는 얼마나 더하겠느냐?”(신명 31,27) 모세는 자신이 죽고 난 뒤에 백성이 하느님의 눈에 거슬리는 짓을 하게 될 것을 내다보고, 그러할 때 율법서가 백성이 해야 할 착한 행실을 안내하면서 그들이 저지르는 나쁜 행실에 대해서는 판단하고 징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구약성경을 통해 전해지는 율법은 하느님께서 말씀을 맡겨 보내주시는 예언자의 역할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약의 율법은 단순히 과거 유대인들의 삶을 위한 유산만이 아니라,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를 위한 신앙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 말씀을 생각해 봅니다. (좋은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던)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 집 대문 앞에는 (종기투성이의 몸으로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라며) 비참한 삶을 살던 가난한 라자로가 누워있었습니다. 그러다 둘 다 죽었는데, 저승에서 고통을 받던 부자가 아브라함과 그의 곁에 있는 라자로를 멀리 올려다보고서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아무리 애원해도 자신의 처지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부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브라함) 할아버지, 제발 라자로를 제 아버지 집으로 보내 주십시오. …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가야 그들이 회개할 것입니다. … (이에 아브라함이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루카 16,27-31)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이 비유말씀은 마치 당신이 예언자 모세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하신 말씀인 듯 들리지 않습니까? “구세주인 내가 오늘 이처럼 너희와 함께 살아 있는데도 너희가 하느님께 반항하는데, 내가 죽은 다음에는 얼마나 더하겠느냐? 너희가 내 제자들이 전하는 복음의 말씀을 믿지 않는다면, 내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도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레지오 단원 여러분! 혹 ‘내게 하느님께서 나타나신다면’ 더 잘 살 것이라 장담하십니까? ‘부활하신 예수님을 내 눈으로 뵙는다면’ 그분의 말씀을 더 잘 들을 것이라 자신하십니까? 믿지 않는 토마스에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지요.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부디 행복한 여러분이시길 바랍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10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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