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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쇄

한자 社會
라틴어 societas
영어 society

   1. 사회학에서의 사회론 : 사회라는 말은 대단히 모호하면서도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상식적 수준에서는 모든 사회현상이나 사회적 사실들을 의미하지만, 학문적으로는 개념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회학자들은 사회를 "공통된 문화와 지역적 토대를 갖고 있으며, 상호작용하는 개인들과 상호관련된 집단들로 구성된 거대하고 지속적이며 조직화된 인간집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사회학자들이 정의하는 사회의 개념에서 공통된 특성은 다음과 같다. ①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는 인간의 사회적 행위이다. ② 사회는 경제적 자원이나 기타의 모든 자원을 획득하고 배분하는 절차와 방식을 제공한다. ③ 사회는 의사결정 과정과 성원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종적인 권위를 갖는다. ④ 사회는 그 성원이 충성을 바치는 최고의 조직체이다. ⑤ 사회성원들은 특수한 문화와 언어를 공유한다. ⑥ 다른 사회와의 관계는 엄격히 통제되어 있다. ⑦ 사회는 모든 집합체 가운데 가장 높은 자기충족성(self-sufficiency)을 갖는 집합체이다.

   사회에 대한 인식이나 지적 탐구는 근대 이전까지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사화라는 개념은 국가라는 개념과 거의 구별되지 않고 있었다. 이 두 가지 개념이 구별되면서 사회에 대한 지적 관심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나타난 절대주의 국가에 대한 시민계급의 투쟁과, 그 후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성장으로 인한 전통 사회질서의 붕괴에 직면하면서부터이다. 이때부터 서구 지성계는 혼란된 사회질서와 급증하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으며, 사회와 국가는 별개라는 인식을 나타내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의 구조와 변동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사회학의 성립을 가져왔다.

   사회학이 발전됨에 따라 사회에 대한 인식은 두 가지로 구분되었다. 그 하나는 '사회명목론'(社會名目論, social nominalism)으로서, 사회의 기본 단위는 인간의 사회적 행위이며 집단이나 사회는 사회적 행위의 단순한 집합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에서는 사회란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서 단지 사회적 행위를 분석하기 위한 추상적 개념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한다. 즉 개인만이 실재하는 것이며, 사회보다도 개인이 우월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자연법 사상, 공리주의, 사회원자론 등에 연유한다. 다른 하나는 '사회실재론'(社會實在論, social realism)으로서, 사회는 개인의 사회적 행위로 구성되지만, 개인을 초월한 그 자체의 속성을 갖는다는 입장이다. 즉 집단이나 사회는 개인에 외재(外在)하면서 개인을 구속하는 나름대로의 속성과 유형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입장에서는 사회란 실재하는 실체이며, 개인보다도 우월성을 갖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 관점은 사회유기체설, 집단심설과 맥락을 같이한다. 현대 사회학자들의 상당수는 사회실재론적 입장을 취한다.

   사회질서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사회학은 사회질서나 사회체계를 어떠한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두 가지의 사회론으로 대별되기 시작하였다. 19세기 초반 대부분의 사회이론가들은 사회질서는 고전경제학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손'(the invisible hand)에 의해 스스로 유지되어 나아갈 것으로 낙관하면서, 사회는 생물계에서와 같이 적자생존의 원칙에 의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진화 · 발전될 것으로 전망하였다[사회진화론]. 그러나 19세기 후반 산업화자본주의의 발달이 기존 사회질서를 크게 붕괴시키면서 도덕적 사회적인 문제들을 보다 심각하게 나타내자, 이에 대한 원인과 대책은 다양하게 모색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뒤르켐(Emile Durkheim)은 사회질서의 해체 원인을 공리주의적 원리의 확대와 함께 공동체적 연대가 약화되는 가치붕괴에서 찾으면서 규범혼재상태(Anomie)에 주목하였고, 마르크스(Karl Marx)나 베버(Max Weber)는 권력의 편재에서 나타나는 인간소외현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와 같은 튀르켐의 가치합의와 마르크스의 권력관계에 대한 주목은 현대사회학에 전승되어 구조·기능주의(structural-functionalism)와 갈등이론(conflict theory)이라는 두 개의 경쟁적인 사회론으로 정착되었다.

   구조 · 기능주의는 사회도 생물유기체와 같이 특정한 구조 내지는 조직을 가지며, 사회의 각 부분은 서로 연관성을 맺을 뿐만 아니라, 각기 자기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전체의 유지에 기여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사회론에서는 사회질서는 성원간의 가치합의에 의해 유지되며, 사회는 필요로 하는 것[기능]을 충족시킬 수단[구조]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균형과 안정을 찾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이 입장에서는 사회의 질서, 조화 및 균형(equilibrium)에 주목한다. 반면, 갈등이론은 사회의 기본구조는 통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갈등상태, 특히 이익의 갈등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사회론에서는 사회의 기본특성을 성원간의 불합치에서 찾으려 하면서, 이 불합치는 권력과 부의 편재 때문인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이 입장에서는 사회의 질서가 가치합의가 아닌 지배와 복종이라는 힘과 강제의 권력관계에 토대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현대사회학에서의 사회에 대한 정의나 관점은 사회학의 수효가 사회학자의 수만큼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하다. 그러나 공통된 것은 사회를 보는 동기나 관점이 사회질서의 회복이나 개편, 또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있다는 점이다.

   2. 그리스도교 사회론 : 사회학에서의 사회론이 사회질서와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에서 연유하는데 비해, 그리스도교 사회론은 그리스도교인간론의 한 부분으로서 출발한다. 즉 그리스도교 사회론은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실천강령이나, 또는 그리스도교적 사회학 교육을 위한 현대사회학에서의 유용한 지식의 선택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인간론의 불가결한 한 부분인 것이다(어머니와 교사). 따라서 그리스도교 사회론은 초기부터 교회의 주요 관심사가 되어 왔다. 그러나 이 주제가 크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산업사회의 등장에 따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간의 대립과 함께 인간 실존의 문제가 크게 제기되면서부터이다.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그리스도교 사회론이 교리의 발전만이 아니라 그 교리의 올바른 적용에 있어서도 자기 몫을 다할 수 있도록 그 가르침을 연구하라고 신자들에게 촉구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사회론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였다(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31). 그리스도교 사회론에 대한 교회의 지침은 여러 사회회칙, 즉 <노동헌장>(1891), <노동헌장 40주년>(1931), <어머니와 교사>(1961), <지상의 평화>(1963), 그리고 <민족들의 발전>(1967)이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현대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에 나타나 있다.

   그리스도교 사회론의 신학적 토대는 다음과 같다. ① 인간의 신의 모상으로서 그리스도의 피를 통해 구원되고 신과의 영원공동체부르심을 받고 있다. 또한 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은 신약의 큰 계명이다. 따라서 인간은 국가적 사회적 경제적인 처리과정의 대상과 수단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 사물의 질서는 인간의 질서에 종속되어야 하며,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② 그리스도는 개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인간을 구원하였다. 따라서 개별적인 영혼만을 구원의 대상으로 한정하는 것은 그리스도교인간관을 위축시키며 기형화하는 것이다. ③ 그리스도교 사회론은 공동생활에는 신의 의지에 기인하는 질서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사회적 질서와, 복음의 구원계획에 따른 그 회복과 완성(노동헌장 40주년),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의한 그 구성(어머니와 교사)은 그리스도교 사회론의 대상이다. ④ 인간이 그 속에 살고 있는 사회적 제 관계는 인간을 자주 탈선시키고 악행으로 유인함으로써 영원인간 구원의 실현을 곤란하게 만든다. 구원에 역행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는 단순한 사회비판이나 자선의 형식만으로써가 아닌, 그리스도교 사회론의 제 원칙에 근거한 새로운 사회질서를 확립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빈곤 · 기아 · 질병 · 재해를 물리치는 일은 그리스도교적 의무이다.

   ⑤ 그리스도교 사회론이 그리스도교 인간론의 한 부분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리스도의 강생에 근거한다. 그리스도의 강생으로 인해 교회인간사회의 생명원리가 되었다. 따라서 교회와 세계는 분리된 것으로서가 아니라 융합된 실체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교회는 구원을 힘을 지닌 채 '누룩'과 '소금'과 '씨앗'과 '빛'으로서 세상 한 가운데 현존한다. 그리스도의 공현을 통해서 전 인류의 역사는 신의 구원사업 속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상과 같은 신학적 토대를 통해 볼 때, 그리스도교 사회론은 "인간사회의 본질과 질서, 그리고 거기에서 생겨 각 시대의 사회적 관계에 적용될 규범과 질서의 과제에 관해서 사회철학적으로(본질적으로 사회성을 지닌 인간본성에서), 그리고 사회신학적으로(그리스도교적 구원질서에서) 획득된 지식의 총체"라고 정의될 수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사회론의 대상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비추어 사회질서를 형성하고 쇄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 사회론은 존재과학적인 내용과 규범과학적인 내용을 포함하면서, 동시에 사회철학적인 방법과 사회신학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이 사회론은 자연법의 제 원칙과 계시의 제 진리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신 앞에 공통적인 원천을 갖는다는 것과, 이 양자는 그리스도에 의해 구원된 인류 안에서 합치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즉 자연과 초자연을 포괄하는 구원질서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 사회론에서 보면, 자연법적으로 정당한 것은 그리스도교적인 것이며 구원경륜에 속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스도교 사회론이 인간사회의 모든 현실을 종교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교 사회론은 국가 · 경제 · 신학 · 예술 등 문화의 전통분야가 갖는 나름대로의 상대적인 독자성을 인정한다.

   창조와 구원에서 출발하는 그리스도교 사회론은 모든 피조물이 그러하듯이 사회적인 것도 구원을 필요로 하고, 또 그리스도와 관계를 맺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 사회론은 자연법초월하여 신학적 범주를 전개시킴으로써 사회에 대한 관심이나 이론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예를들면, 모든 인간의 근원적인 결합성과 연대성의 사회적 의미를 상세히 검토하여 그것이 어떻게 하여 창조에 대한 가르침과 남녀의 창조, 그리스도에 의한 구원과 신에 대한 자녀관계, 그리고 그리스도의 신비체로부터 밝혀지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이 사회론의 주요 관심사이다. 또한 죄의 사회적 영향과 그 결과, 그리고 반 그리스도론과 그리스도에 의한 세계역사의 구원론이 갖는 역사신학적 의의도 주요과제가 된다.

   한편, 사회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그리스도교 사회론에는 18세기 이후 계속 등장하는 모든 공상적 사회론을 경계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현세의 낙원약속하는 각종 신흥종교와 이단종파,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그리고 산업화나 과학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그리스도교 사회론이 경계해야 할 중요한 대상인 것이다. 그리스도교 사회론의 목적은, 특히 그 사회정책적 · 사회윤리적 · 사회교육적 측면에서의 목적은 현세적 낙원이나 세속적 세계가 승리하는 영광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신의 뜻을 실현하고 그리스도교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질서의 형성인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비추어 사회질서를 형성하고 쇄신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사회론의 대상이라고 할 때, 사회형이상학적 · 사회윤리적 · 사회신학적 기초를 연구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되겠지만, 신이 세운 불변의 가치와 질서는 이 기본 원칙 안에서 현실의 시대상에 대한 분석과 결부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일반론이든 특수론이든 그리스도교 사회론에 내포된 모든 문제들은 해명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본명제 자체에는 잘못이 없더라도 자칫 추상론에 빠질 위험성이 있게 된다. 여기에서 그리스도교 사회론은 경험적 체계적 사회학, 사회사, 사회심리학, 인구학 등의 성과를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이것은 급격한 기술적 경제적 발전이 인간의 생존양식과 생활형태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키는 현대에 와서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의 그리스도교 사회론은 신적인 것과 역사적으로 가변적인 것, 특전(特典)된 것과 부과된 것, 그리고 필연성과 자유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려고 고민하고 있다. (盧吉明)

   [참고문헌] David L. Shills, ed.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Social Science, The Macmillan Company & The Free Press, 1974 / 吳甲煥, 社會의 構造와 變動, 博英社, 1974 / Jonathan H. Turner, The Structure of Sociological Theory, The Dorsey Press, 1978 / Jeseph Kardinal Hoffner 著, 朴永道 譯, 그리스도교 社會論, 분도 出版社, 1979 / 飯島幡司 著, 趙基勳 譯, 그리스도교 사회관, 가톨릭출판사, 1982.
출처 : [가톨릭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