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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이성◆ 인쇄

한자 信仰~理性
라틴어 fides et ratio
영어 faith and reason
[관련단어] 신앙 

   신앙이란 하느님부르심부르심에 대한 인간의 인격적인 응답이요 신학 또는 교의(敎義)에 관한 지식이며 인간 상호간 및 인간에 관한 지식이며 인간하느님간에 성립하는 초자연적 측면이다. 한편 이성인간이 지식을 분석하고 전개시키는데 사용되는 지적(知的) 능력이며 피조물간에 상호간 및 피조물과 조물주간에 존재하는 자연적 측면이다. 이런 두 개념을 연관 시켜 신앙이성이라 할 때 이는 인식론적 조화의 문제 뿐 아니라 넓게는 자연과 초자연, 좁게는 학문과 계시의 관련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양자의 관계에 관하여 이를 구별하지 않는 견해와 구별하는 견해가 대립되어 있다. 전자에 속하는 견해로는 ① 신앙이성의 필요를 배제한다는 신앙주의나 전통주의, ② 이성신앙 문제를 망라하고 있다는 합리주의, 과학주의, 현대주의, ③ 신앙이성의 구별은 사고상의 한계에 기인할 뿐 실제적인 상태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는 자연주의 또는 초자연주의의 입장 등이 있다. 이와 반대로 후자의 견해는 ① 신앙이성은 두 가지 인식 양태로서 서로 대립되며 인간의 모든 사고와 행위 영역에서 독립된 역할을 수행하고, ② 신앙(또는 이성)은 인간에게 확실하고 적절한 지식을 제공하나 이성(또는 신앙)은 모호한 지식밖에 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역사를 통해 볼 때, 초대 교회에서는 신앙이성의 문제가 그리스도교 계시와 그리스 · 로마적 지식과의 관계가 나타났다. 계시 진리를 받아들이는 근거는 계시하신 하느님권위이었으나 세속적 지식의 그것은 그 지식에 대한 합리적 증명이었다. 그러면서도 초대교회 호교론자들은 그리스도교를 유일하고 참된 철학으로 제시하고 신앙을 모든 이의 생활양식에 관련지으려 하였다. 아우구스티노에게 있어서 신앙이성은 구별되지 않는다. 그는 신앙에 접근함에 있어서 믿음에로 이끌어 주는 이성을 추구하며, 신앙으로 무장하여 이해에 도달하고자 한다.

   6~7세기에도 교부들 특히 아우구스티노의 영향이 지속되었고 계시를 이해하기 위하여 인간적 지식이 총동원되기 시작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철학이 서방에 도입되었다. 신학은 11세기까지 문법체계를 갖추었고 12세기에 와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적 방법을 적용하였다. 13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전 저작이 소개되자 신학자들은 자연, 인간, 윤리, 존재 등에 관한 총체적 개념을 갖게 되었고, 신앙이성의 관계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그 결과 대 알베르토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저서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롭게 균형잡힌 자유주의가 탄생하였고 마침내 신학은 신앙이성을 새롭게 종합함으로써 가히 학문이라는 칭호를 획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종합도 오래가지 못하였다. 둔스 스코투스와 윌리암 오캄의 저서에서 지지받은 14세기의 비평신학은 신학의 학문 칭호를 부정하였고 신앙이성을 분리시켰던 것이다.

   양자의 괴리는 15세기 이후 특히 종교개혁가톨릭 개혁(Counter-Reformation) 이래 더욱 깊어졌다. 그러나 신자들은 변천하는 세태로 인하여 신앙정치적, 사회적 발전에 더욱 관련시키고자 애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상과 현실간에 간격을 메우기 위한 시도가 에크하르트, 토마스 아 켐피스 등의 반(反)지성적 신비주의 경향(Devotio, Moderna), 쿠사의 니콜라오 (Nicholas of Cusa)의 '박학한 무지'(docta ignorantia), 에라스무스의 인문주의 등으로 표현되었다. 스콜라 철학신학교의 교과목으로 위축되고 가에타노(Cajetanus)와 성 토마스의 요한(John of St. Thomas)등이 펴낸 아퀴나스의 주석서들은 이성신앙을 더욱 분리시켰으며 신학이 교의신학윤리신학으로 분화되었다.

   19세기의 신학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대결로 일관하였는데 그 결과 이성의 옹호자와 신망의 옹호자 양측은 극단적인 입장의 한계를 깨닫게 되어 그 후로는 대화를 모색하는 경향이다.

   그렇다면 신앙이성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이 물음은 양자 간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음을 전제한다. 공통점은 지식을 습득하는 수단이다. 다만 이성은 지적을 습득하는 수단임에 반하여 신앙은 초자연적인 수단인 것이다. 유태 그리스도교 전승에 의하면 신앙인은 이성의 자연적 수용력을 초월하는 진리를 확신하는 자이다. 그 확신은 이성을 납득시키는 증명에 근거 하지 않고 속지도 속이시지도 않으시는 하느님권위에 근거하며 이 권위의지를 움직여 동의하게 만든다. 이 점에서 신앙이성은 일단 구별된다. 그러나 신앙이 지식을 수반하는 한 신앙인은 하느님권위를 인식하는데 있어서 다른 사람의 중개를 받는 등 인간적인 방법을 거친다. 한편 인간이 인식하는 진리는 그것이 아무리 이성적인 것이더라도 궁극적으로 진리의 원천이신 하느님의 창조적 현존에 바탕을 두고 있다. 더구나 그러한 지식은 감각의 사실성, 논리의 일관성, 원리들의 진실성 등에 대한 신뢰 또는 믿음을 전제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대의 일부 경향은 신앙이성을 명확히 구별하지 않고 정도의 차이로 이해한다.

   아퀴나스에 의하면 신앙교리에 대한 지식임과 동시에 교리를 진정한 것으로 받아들임 의미한다. 이 받아들임은 의지의 작용이다. 그러나 의지적 요소 역시 신앙이성을 구별하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때 특정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처럼 모든 지식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의지행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신앙이성과의 관련문제는 인간적인 면과 신적(神的)인 면, 인식적 측면과 의지적 측면에서 해명되어야 할 것이 많다고 하겠다. (⇒) 신앙

   [참고문헌] E.F. Byrne, E.A. Masziarz, Faith and reason, New Catholic Encyclopedia, Vol. 5, McGraw-Hill, 1967.
출처 : [가톨릭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