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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철학◆ 인쇄

한자 ~敎哲學

   1. 그리스도교 철학역사 : 서양 철학사에서는 그리스도교 철학시기를 일반적으로 교부철학(敎父哲學, 2~8세기말)에서부터 시작하여 스콜라철학(9~15세기말)까지를 잡고 있다. 그리스도교 철학은 서양의 중세를 지배하는 강력한 사상체계로서 자리잡고 있었다. 초기의 그리스도교 철학시기에 있어서 여러 출중한 교부 철학자가 있었지만, 초기의 그리스도교 철학아우구스티노(Augustinus)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초기의 그리스도교 철학(=교부철학)은 플라토니즘, 네오 플라토니즘을 그리스도교적 신앙의 재보에 융화시키려는 노력과 함께 발전한 것이다. 초기의 그리스도교 철학은 체계적인 통일을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철학사적으로 볼 때 스콜라철학과 신학(神學)의 준비단계로서 중요성을 띠고 있다. 스콜라철학은 신학과 함께 중세의 학교에서 형성된 학문이다. 스콜라철학의 성립에는 세 가지 원천이 기여를 하였다. 먼저 교부학자인 아우구스티노의 영향이 지대하다. 신플라토니즘은 아우구스티노, 위(僞)디오니시오(Pseudo-Dionysius), 프로클로스(Proklos), 그리고 이슬람 유대적인 철학을 통하여 영향을 미쳤다. 보에시오(Boetius)의 사상은 주로 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받고 있으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적 사고방식도 교차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은 12세기 중엽 이후에 점차 라틴어로 번역되기 시작하였고, 그것의 그리스적 주석과 아랍적 주석(특히 Avicenna와 Averroes에 의한)이 뒤따르게 되었다. 어쨌든 스콜라철학 시기안셀모(Anselmus), 에리우제나(J.S. Eriugena), 보나벤투라(Bonaventura),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스코투스(Duns Scotus) 등과 같은 출중한 학자가 배출되었다. 특히 알베르토 마뉴스(Albertus Magnus)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아우구스티노의 유산과 일치시키려 하였고, 이것을 완성한 사람이 그의 제자인 토마스 아퀴나스이다. 스콜라철학의 후기에는 철학종교가 분리되기 시작함으로써 철학은 점점 합리론적 경향이 짙어지게 되었다. 그리스도교 철학의 큰 움직임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신스콜라철학이다. 신스콜라철학은 16세기 중엽 이후에 있었던 스콜라철학쇄신운동으로 이해되고 있다. 넓은 의미의 신스콜라철학은 의식적으로 토마스 아퀴나스, 보나벤투라, 둔스 스코투스 및 수아레즈(Suarez)의 사상에 되돌아가 철학스콜라철학적 방법으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19세기와 20세기의 새로운 운동으로 이해되고 있고, 가톨릭의 영역 안에서 현재까지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상의 조류이다. 신스콜라철학은 계몽주의철학 시기에 거의 지리멸렬되었던 그 본래의 고유한 전통을 다시 계승하여 발전시켜야만 하였다.

   신스콜라철학은 먼저 이탈리아에서 순수한 토미즘의 입장을 고수하려는 부제티(V. Buzzetti, ?~1865)에 의하여 태동하기 시작하였다. 신스콜라철학의 운동은 1879년 8월 4일에 발표된 교황 레오(Leo) 13세의 회칙 를 통하여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되었는데, 이 회칙철학의 과제, 원천, 방법, 철학계시(啓示)와의 관계 등을 취급하고 있다. 이 회칙에서는 가톨릭 계통의 학교 특히 신학교(神學校)에서 성 토마스의 학설을 연구하고 그것을 교육을 위한 규범으로 삼도록 적극 추천하고 있다. 스콜라철학과 성 토마스철학은, 그 뒤에 비오 11세의 회칙(1923.6.29), 사도적 헌장인 (1931.5.24), 비오 12세의 회칙 (1950. 8. 12),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제양성에 관한 교령> 16항에서도 계속 추진 장려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제양성에 관한 교령>에서는 동시에 다른 중요한 견해들, 특히 신학의 성서학적(聖書學的) 기초가 정립되어야 함을 덧붙이고 있다. 중세 스콜라철학역사적 연구는 독일에서는 데니플레(H. Denifle), 에를레(Fr. Ehrle), 베움커(Cl. Baeumker), 그라프만(M. Grabmann)에 의하여, 프랑스에서는 망도네(P. Mandonnet), 질송(E. Gilson) 등에 의하여 실시되었다. 이와 같은 연구는 강단(講壇)의 영역을 넘어서 수도원에서도 실시되었다. 예컨대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는 프란치스코학파(Bonaventura, Scotus)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스콜라철학에 되돌아감은 낡은 명제들을 그저 반복해야 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스콜라철학이 삶의 힘이 되려면, 그 고유하고 위대한 근본사상을 현대의 사조와 연관시키면서 계속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것은 스콜라철학을 보다 더 정확하게 앎으로써 철학적 신학적 문제를 보다 더 풍부하고 생명력 있게 이해하게 되어 근세철학과 기타 학문의 문제 제기에 그리스도교적 입장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톨릭의 학계가 근세철학에 보다 더 이해성 있는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은 비로소 20세기에 들어와서 가능하게 되었다. 벨기에예수회 신부루슬로(P. Rousselot)와 마레샬(J. Marechal)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들은 독일관념론, 특히 칸트와 대결하면서 스콜라철학형이상학을 선험철학적(先驗哲學的) 기초에서부터 새로이 해석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리하여 스콜라철학의 본질적이며 타당한 내용을 근세철학의 질문제기에 대한 대답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고, 다른 철학사조와의 성과 있는 대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계기는 특히 독일에서 하이데거(Heidegger) 사상과의 대결에서 발전되었는데, 철학분야에서는 로츠(J.B. Lotz), 지베르트(G. Siewerth), 벨테(B. Welte), 뮐러(M. Muller), 브루거(W. Brugger), 코레트(E. Coreth), 신학분야에서는 라너(K. Rahner) 등에 의하여 주도되었다. 이 밖에도 마리탱(J. Maritain), 세르티앙즈(A.D. Sertillanges), 파브로(C. Fabro), 베르자에프(N. Berdiajew), 과르디니(R. Guardini), 에브너(F. Ebner), 마르셀(G. Marcel), 리쾨르(P. Ricoeur), 트레스몽탕(C. Tresmontant), 네동셀(M. Nedoncelle), 바르트(H. Barth), 슈타인(E. Stein) 등의 탁월한 그리스도교(가톨릭) 철학자들을 들 수 있다.

   2. 그리스도교 철학의 가능성 문제 : 그리스도교 철학의 가능성 여부를 둘러싸고 그리스도교 신자철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다. 더군다나 하이데거는 그리스도교 철학을 ‘나무로 된 쇠’(ein holzernes Eisen)라고 꼬집어 말한 바 있고, 야스퍼스(Jaspers)는 신자가 동시에 철학자일 수 없고, 철학자는 신앙할 수 없다고 말하여, 종교적 신앙과 철학의 불일치를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서 문제되는 것은 신앙과 지식, 신학과 철학의 관계이다. 철학은 지식의 한 형태로서 존재의 전체성에 대한 문제를 인간적 숙고를 통하여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신학은 그리스도교적인 의미에서 신적인 계시를 근거로 하여 최후의 결정적인 문제들에 관하여 다른 해답을 주는 것이다. 즉 신학과 달리 철학은, 그 본질상 신적인 계시에 근거하지 않고 인간이성에 근거하여 얻는 인식을 지향하는 학문인 것이다. 신앙은,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며 그리스도의 위격(位格)을 통하여 우리에게 향해 오는 하느님께 대한 인격적인 귀의(歸依)를 의미한다. 신앙은 또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확신”(히브 11:1)이며 그리스도를 통하여 신자들에게 나누어진 하느님의 말씀계시를 근거로 하는 확신인 것이다.

   이러한 확신 중의 중요한 내용은 ‘신앙고백’(Credo) 속에 집약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물론 신앙이나 그 내용이 어떤 증명에서 나온 필연적인 결과는 아니다. 신자가 자신의 그리스도교적 실존에 대하여 반성을 계속해 나가는 데는 인간의 본질구조에 대한 철학적 반성을 필요로 할 것이다. 신앙의 가르침 속에는 엄격한 의미에서 학문적인 형태는 아닐지라도 학문 이전의 형태로 인간본성,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 하느님과의 관계 등 철학적 통찰을 위한 근본적인 내용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신앙의 내용을 학문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용어의 힘을 빌어야 한다. 스콜라철학은 이러한 의미에서 그리스철학을 빌어 쓴 것이라 할 수 있다. 신학은 철학과 마찬가지로 논리적 기초뿐만 아니라 인간학적 기초를 필요로 하며 철학적 반성에서 얻어내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리스도교 철학은 ‘신학의 시녀’(ancilla theologiae)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개신교 계통의 그리스도교 철학자인 홈즈(A.F. Holmes)는 그리스도교 철학의 과제를 세 가지 봉사로써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첫 번째 과제는 신학에 대한 봉사이다. 신학적 문제의 논의에 있어서 예민한 통찰력을 제공함으로써 오류를 가려내고 진리를 분별하는데 도움을 주는 작업이고, 두 번째 과제는 변증학(apologetics)적 봉사로서 그리스도교의 의미와 정당성을 명석하고 일관된 논리와 현대인에게 이해 가능한 표현으로써 변호하는 작업이며, 세 번째의 과제는 문화적인 봉사로서 일관된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의 인생관을 제시하고, 철학적 문제에 대하여 비(非)그리스도 신자인 전문가들이 이해할 수 있는 대답을 제시함으로써 그 시대의 지적양심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은 가능한 대로 포괄적이려고 한다. 그러므로 인간철학적 숙고와 통찰도 하나의 전체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적인 계시의 가르침과 연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현대 경제세계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그리스도교적인 사회윤리의 요청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여러 가지 사회윤리적인 요청들을 신약성서에서만 얻어낼 수는 없게 된 것이다. 현대의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관계를 인간적으로 숙고하고 통찰함으로써 복음의 가르침은 보다 신빙성 있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다.

   3. 그리스도교 철학의 의미 : 그리스도교 철학이란 간단히 말해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배경으로 하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뵈너(Bohner)와 질송의 견해에 따르면 ‘그리스도교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철학철학자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구성요건과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① 그리스도교 철학은 사고와 철학함을 하느님의 소명(召命)으로 의식하는 그리스도교 신자. 믿음을 통한 확신을 가진 그리스도교 신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② 철학적 지식과 신앙의 질서를 구별한다. 그리스도교 철학은 본질적으로 그리스도교 신학과 구별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교 신학은 특별히 하느님으로부터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계시된 명제들을 포괄하고 계시진리에서 결과될 수 있는 명제들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③ 그리스도교 철학은 원리와 방법에 있어서 철학적이어야 한다. 논리적인 증명은 이성이 접근할 수 있는 명제와 사태로써 이루어지므로 애초에 신앙의 명제 자체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철학이 못 된다. ④ 명제들을 자연이성적인 논거로써 증명하지만 이성을 위하여 가치 있고 필요한 도움을 그리스도교계시에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⑤ 신앙은 그리스도교 철학자의 인식상태를 규정한다. 고대와 현대의 많은 철학자들에 있어서 철학자연이성종교 혹은 종교를 대신하는 것으로 머물러 있다. 그들은 철학 속에서 지성적 욕구의 만족을 추구한다. 특히 최종적인 삶의 문제에 대한 대답을 구하는 경우에 그러하다. 그리스도교 철학자는 철학으로부터 그러한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의 세계관은 신앙에 의한 것이고 신앙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시계(視界)를 그에게 중개하여 준다. ⑥ 신앙은 철학함의 의미를 규정한다. 그리스도교 철학자에 있어서 철학종교적 과제이기도 하다. 그의 철학함의 의미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있어서처럼 진리를 위한 진리를 추구하여 그것을 향유함으로써 최고의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 또 지식의 획득을 통하여 인간자연에 대한 지배를 확보하려는 베이컨(F. Bacon)의 이상도 아니고, 휴식 없는 연구와 추구를 의미하는 괴테(Goethe)의 이상도 아니다. 그리스도교 철학자는 최종적으로 언제나 신 자체인 영원진리 때문에 진리를 추구한다. 그러므로 철학적 노고는 결국 종교적 과제를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철학인간현존(現存)의 사유적 성취라고 한다면 종교의 현상을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종교는 언제 어디서나 인간현존의 근본구조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그리스도교 철학 혹은 철학자는 인간의 경험과 정신사(精神史)에 나타나는 수많은 사상들의 내용과 흔적을 선별적으로 반영해도 좋을 것이고, 자신을 말씀의 계시 안에서 변화시키고 심화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朴鐘大)

   [참고문헌] Josef Pieper, Verteidigungsrede fur die Philosophie, Munchen 1966 / G. Sohngen, Art in: H. Fries, (Hrsg.), Handbuch theologischer Grundbegriffe, Bd. 3, pp. 328-340, Munchen 1962 / P. Bohener, E. Gilson, Christliche Philosophie von ihren Anfangen bis Nikolaus von Cues, Paderborn 1954 / Walter Brugger(Hrsg.), Philosophisches Worterbuch, Freiburg, Basel, Wien 1967.
출처 : [가톨릭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