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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가의 복음서◆ 인쇄

한자 ∼福音書
라틴어 Evangelium secundum Lucam

   1. 필자 및 독자 : 무라토리 경전목록(180년경 로마에서 작성)과 프랑스 리용의 주교 이레네오(130~200?)의 반이단론에 따라, 바울로의 동료 루가가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집필했다는 통설이 생겨났다. 그러나 두 가지 작품과 바울로의 친서를 비교해 볼 때 차이가 큰 까닭에 바울로를 따라 다닌 루가가 두 가지 작품을 썼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편의상 두 가지 작품의 필자를 루가라고 할뿐이다. 필자의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루가 복음서와 사도행전의 내용 중 그가 이스라엘의 지리를 잘못 전하고(4:29) 유태인들의 관습과 풍물을 착각한 점(1:59, 2:22-24, 5:19, 6:48, 14:5)으로 미루어보아 필자는 이방계 그리스도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는 복음서 작가들 가운데서 그리스 어문을 가장 잘 익힌, 상당히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필자는 독자들을 위해서 자기 나름대로 이스라엘의 지리를 설명하고(1:26, 2:4, 4:31, 8:26, 23:51, 24:13) 유태교 관습을 설명한다(1:9, 2:22-24, 41-42, 22:1.7). 또한 유태인들의 정결례를 다루는 단락(마르 7:1-23)을 아예 삭제해 버렸는가 하면 히브리어나 아람어 낱말을 그리스어로 바꾸기도 한다(마르 9:5 비교 루가 9:33, 마르 10:51 비교 루가 18:41, 마르 3:18 비교 루가 6:15, 참조 사도 1:13). 그런가 하면 마르코 복음서의 나자렛 설교를 개작하면서 그 옛날 하느님이방인들에게 베푸신 은혜를 들추기도 하고(4:25-27), 초대 교회이방인 전도활동을 상세히 기록하기도 하였다(사도 10:13-28장). 위의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이 이 복음서의 독자라는 결론을 내려 마땅할 것이다.

   2. 집필 장소, 연대 및 동기 : 집필 장소에 대해서 정확히는 알기가 어렵고, 루가가 이스라엘의 지리와 관습에 서투르다는 사실과 이방인 전도에 많은 관심을 표명한 사실을 참작하여 이스라엘 밖에서 복음서를 집필했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을 따름이다. 집필 연대는 50~60년대에 집필된 예수어록과 70년경에 집필된 마르코 복음서를 참고했을 뿐 아니라, 유대 독립전쟁 말기(서기 70년)에 일어난 일들을 전한 점 등으로 미루어보아 집필 상한연대는 70년이고, 1세기 말엽에 집필된 사도행전보다는 분명히 먼저 집필되었으므로(사도 1:1) 그 하한연대는 100년으로 본다. 대체로 집필 연대를 80~90년으로 잡는다. 집필 동기는 그 머리말에 잘 나타나고 있다(1:1-4).

   3. 사료 : 루가는 복음서를 집필하면서 70년경에 씌어진 마르코 복음서의 구조를 따르면서, 50~60년대에 쓰여진 예수어록을 곳곳에 삽입했고, 또한 자기 나름대로 예수에 관한 또 다른 사료를 수집하여 삽입했는데 이를 루가의 특수사료라 한다.

   ① 마르코 복음서 : 루가는 마르코 복음서의 구조를 따라 자기 복음의 골격을 갖추었으며 어록과 특수사료를 여기저기 삽입하여 복음서를 엮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르 3:19 다음에 루가는 6:20-8:3을, 그리고 마르 9:40 다음에 루가는 9:51-18:14를 삽입하였다. ② 예수 어록 : 루가는 대체로 어록의 말씀 배열을 존중하면서 3-4장, 6-7장, 9-17장에 집중적으로 옮겨놓았는데 루가 복음서에 인용된 어록의 말씀은 모두 70개가 넘는다. ③ 루가의 특수사료 : 오직 루가만이 수집한 사료들을 일컫는데, 특수사료들 가운데는 문헌도 있었고 구전도 있었겠지만, 오늘날 그 두 가지를 밝혀내기란 불가능하다. 루가 복음서에 있는 특수사료들은 모두 60개 남짓이다.

   4. 편집 사상 ① 구조 : ㉮ 머리말(1:1-4) : 신약성서 작품들 가운데 루가 복음서와 사도행전(1:1-5)에만 머리말이 있다. 이는 그리스 문인들의 관례를 따른 것이다. ㉯ 전사(前事, 1:5-2:52) : 요한 세례자와 예수의 수태, 탄생, 성장과정을 나란히 서술하면서 예수가 요한보다 훨씬 더 위대함을 강조한다. ㉰ 활동준비(3:1-4:13) : 우선 요한 세례자의 활약상을 소개하는데 루가는 그를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로 간주한다(3:20, 16:16, 사도 13:25). 예수의 족보(3:23-28)에서는 아담에게까지 소급한다. 예수가 온 인류의 구원자이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유혹사화(4:13)에서는 악마가 예수를 유혹한 다음 물러갔다가(4:13) 수난할 때에야 다시 덤벼드는 것으로(22:3, 31-32 · 53) 묘사하니 루가는 예수의 시대를 구원의 시대로 서술하고 있다. ㉱ 갈릴레아 활동기(4:14-9:50) : 맨 먼저 고향에서 활약하신다(4:16-30). 그러나 동향인들이 그분을 배척한다. ㉲ 예루살렘 상경기(9:51-19:28) : 갈릴레아에서부터 예루살렘 근처에 도착하신 때까지의 활약상이 기록되어 있다. ㉳ 예루살렘 활동기(19:29-24:53) : 예루살렘 입성에서부터 승천까지의 활약상이 기록되어 있다.

   ② 구원사관 : 루가는 신약성경 필자들 가운데서 구원의 역사를 가장 분명하게 구분한 사람으로, 그는 구원사를 우선 이스라엘의 시대와 구원의 시대로 양분한 다음, 구원의 시대를 예수시대와 교회시대로 또다시 세분하였다. ㉮ 이스라엘의 시대 : 율법예언자들의 시대, 구원을 예고하는 시대로서 요한 세례자는 이 시대의 마지막 예언자이다(3:20, 16:16, 사도 13:25). ㉯ 예수시대 : 예수의 나자렛 설교로 구원이 이룩되는 새 시대가 시작되고(4:21, 참조 사도 13:25) 그것은 예수 승천으로 끝난다(24:50-51, 사도 1:1-2. 6-11). 예수 부활부터 승천까지의 40일은 예수시대를 마무리 짓고 교회시대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활동무대를 보면 예수께서는 갈릴레아에서 활동을 시작하여(4:14-9:50) 상경하고(9:51-19:28) 그 다음에는 내내 예루살렘에서 활약하신다(19:29-24:53). ㉰ 교회시대 :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룩하신 구원이 온 세상으로 확산되는 시대로서, 열두 사도에게 성령이 내린 오순절부터(24:49, 사도 2:1-13) 예수께서 종말에 재림하실 때까지(1:11) 계속될 것이다. ㉱ 종말 : 종말은 시간의 중단이므로 시대의 구분에 속하지 않는다. 루가가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집필한 시대의 그리스도인들 대부분은 종말이 곧 닥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19:11, 사도 1:6), 루가는 종말임박설을 경계하여 종말지연설을 내세우고(17:20-21, 23-24, 19:11-27, 21:8-9, 23-24, 사도 1:6-7), 사도행전을 집필하여 세상에 정착하는 교회상을 정립하였다.

   ③ 사도관 : 루가는 예수시대와 교회시대의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갈릴레아에서부터 예수사건을 목격한 증인들만 사도라 부르고 예수사건을 전부 목격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위대한 전도사일지라도 사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루가는 바울로를 무척 존경하면서도 그를 사도라 부르지 않았던 것이다. 사도행전 14:4.14에서 바울로바르나바를 ‘사도들’이라 한 것은 그들을 열두 사도와 같은 계열의 사도로 간주한 것이 아니고 오직 안티오키아 교회의 ‘심부름꾼들’이란 뜻으로 그 낱말을 사용했을 것이다.

   ④ 루가 복음서를 일컬어 흔히 소외자들의 복음서라 한다. 사실 예수께서는 갈릴레아 활동 벽두부터, 곧 나자렛 회당에서 설교하신 때부터 소외자들에 대해 큰 관심을 드러낸다. 예수님이 각별히 아끼신 여러 부류의 소외자들은 가난한 이들과 불쌍한 이들, 여자들, 죄인들로 분류할 수 있다.

   ⑤ 재물관 : 루가는 부자와 빈자, 소유와 포기문제에 관해 남달리 큰 관심을 쏟았다. 루가는 제자들이 재산을 포기한 사실을 남달리 강조할 뿐 아니라, 제자들의 이런 생활상을 예루살렘 교회에 투사하여 그 교회를 나눔의 공동체로 묘사한다(사도 2:44-45, 4:32-37).

   ⑥ 기도 : 루가는 공관복음서 작가들 가운데 기도에 관한 말씀과 이야기를 가장 많이 수록하였다. 예수님이 친히 기도하셨다고도 하고(3:21, 5:16, 6:12, 9:18 · 28-29, 10:21, 11:1a, 22:32 · 41-45, 23:34 · 41) 또한 제자들에게 기도를 권장하셨다고도 한다(6:28, 11:1b-13, 18:1, 21:34-36, 22:40 · 46). 루가는 믿음을 보존하고(22:32) 유혹을 이기며(22:40-46) 장차 재림하실 인자를 맞으려면(18:1 · 8b, 21:36) 늘 기도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자신들을 헐뜯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한다(6:28, 참조 23:34)고 한다.

   ⑦ 시청각교육방법 : 루가는 일찍이 시청각교육의 효과를 터득하여 내면적 체험을 외형적 사건처럼 서술하곤 하였다. 곧 신앙체험을 드라마로 꾸몄던 것이다. 몇 가지 실례를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 세례사화(마르 1:10, 비교 3:22), ㉯ 발현사화(24:39-43), ㉰ 승천사화(24:50-51, 사도 1:1-11), ㉱ 성령내림사화(사도 2:1-13), ㉲ 바울로의 개심기(사도 9:1-19, 22:3-21, 26:9-18).

   ⑧ 성령 : 루가 복음서에서는 열일곱 번에 걸쳐 하느님의 능력인 영에 관해서 언급한다(1:15 · 35 · 41 · 67 · 80?, 2:25 · 26 · 27, 3:16 · 22, 4:1 · 14 · 18, 10:21, 11:13, 12:10 · 12). 그런가 하면 영이 사도행전에는 무려 57번이나 나오는데, 1-16장에 집중적으로 45번이나 나온다. 그는 또한 영을 ‘아버지의 약속’이라고도 한다(24:49, 사도 1:4). 이스라엘 시대 말기에 영이 요한 세례자(1:15), 엘리사벳(1:41), 즈가리야(1:67), 시메온(2:25 · 27), 특히 마리아(1:35)에게 내린다. 그리고 예수시대가 도래하자 그분은 영을 듬뿍 받아 영검하신 분, 신통하신 분으로서 구원을 이룩하신다(1:35, 3:22, 4:14, 4:18, 10:21, 24:49, 사도 1:4-5, 2:1-13 · 33). 마지막으로 교회시대에 이르러 영은 하느님의 영일 뿐더러(사도 5:9, 8:39)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이기도 하다(16:7). 이 영이 오순절에 제자들에게 내려(2:1-13) 하느님의 백성이요 그리스도의 몸교회가 창립된다. 이제 그들은 영의 도우심으로 예수 그리스도복음을 지중해 각지에 전한다(8:29 · 39, 1:12, 16:7-8). (鄭良謨)

   [참고문헌] 정양모 역주, 루가복음서, 분도출판사, 1983 / 하워드 마샬 저, 강요섭 역, 루가복음(I), 한국신학연구소, 1983.
출처 : [가톨릭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