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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두 나그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8 조회수591 추천수10 반대(0) 신고
 
 

두 나그네 - 윤경재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주어졌지만, 저 바깥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그저 비유로만 다가간다.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여 저들이 돌아와 용서받는 일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 “씨 뿌리는 사람은 실상 말씀을 뿌리는 것이다. 말씀이 좋은 땅에 뿌려진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마르 4,1-20)

 

  스무여 남은 가구가 사는 동네가 있었습니다. 고즈넉하고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어느 오후에 나그네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고 상념에 빠진 한 노인을 지나치려다가 나그네가 묻습니다.

“노인장, 이 마을 사람들 인정은 좀 어떤가요?” “같이 살 만한가요?”

“왜 그러시나요?” “그럼 나그네께서 사시는 마을은 어떤데요?”

“예, 전에 살던 마을은 인심이 고약했습니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인사는커녕 무엇이라도 빼앗을까 봐 얼굴을 돌렸죠. 조그만 동네에 왜 그리도 말 깨나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늘 서로 잘났다고 다투었죠.” “그래서 다른 동네에서 살려고 마음먹고 이렇게 이사할 동네를 찾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노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눈길을 먼 산에 돌리면서 말했다.

“아! 그렇구먼요. 그럼, 잘못 찾아 오셨구려. 이 마을도 비슷할 거군요.”

  다음날 비슷한 시간에 한 청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도 노인을 발견하고는 가까이 다가가 공손히 인사하며 말을 건네었습니다.

“어르신, 이 마을 분들 마음씨는 어떻습니까?” “어르신처럼 넉넉하고 인상이 좋겠죠?”

이 질문에 노인은 어제와 똑같이 묻습니다.

“왜 그러시나요?” “그럼 나그네께서 사시는 마을은 어떤데요?”

“예, 제가 살던 마을은 참 살기 좋았죠. 시원하고 아늑한 경치도 이 마을 못지않았고요. 사람들 모두 한 식구처럼 지냈습니다. 집안 애경사는 물론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 줄 다 알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새 근무처로 발령받아서 부득이하게 집을 옮겨야 합니다. 다들 헤어지기 아쉬워하고 있답니다. 저도 그렇긴 하지만 새로 고향을 만들어 보려고 이렇게 이사할 곳을 찾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던 노인은 아주 반색하며 청년의 손을 맞잡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제대로 찾았네. 우리 마을도 사람들 인심이 좋고 모두 한 형제처럼 산다우. 마침 이웃에 살던 우리 아들 내외도 직장을 옮겨야 해서 새로 들어올 사람을 구하고 있었는데 잘 됐구려. 한 번 구경하지 않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뿐만이 아니라 동시에 상대방도 알맞은 사람을 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흔히 잊고 지냅니다. 자기 기준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세상의 모습은 언제나 자기가 만들어 갑니다. 마음먹기에 달렸고 자신이 할 탓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내 마음의 밭이 얼마나 기름지고, 그 밭을 열심히 가꾸는지 살펴보라는 말씀이겠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좋은 밭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그 밭을 놀리고 가꾸지 않아서 길이 되고 돌밭이 되었으며 가시덤불이 자라난 것입니다. 정말, 들을 귀 있는 사람만이 좋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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