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는 폐암으로 수술·방사선 치료·항암제 치료를 받고 지내던 중, 다시 재발하여 항암제 치료를 하는 2년 동안 2차·3차 약까지 사용했고 신약도 사용해보았지만 점점 악화되었다.
“항암제 치료가 듣는 것 같지도 않고 정말 힘든데 더 해야 할까요?”라고 나에게 물었다. 이제 항암제 치료도 효과가 별로 없고 무엇보다 식사도 잘 못하는 정도라면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마무리를 잘하여 남아 있는 시간을 귀하게 써야 한다고 권했다.
그리고 호스피스 완화 의료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환자에게 통증을 포함한 증상완화치료를 적극적으로 하고 정신적·영적 고통도 상담을 통해 환자와 가족에게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와 가족은 너무나 힘들게 지내왔기 때문에 솔직하게 모두 이야기 해준 것에 감사하고 오히려 편안하다고 말했다.
L씨도 역시 폐암 환자였고 오랫 동안 항암제 방사선 치료를 받아오다 뇌로 전이되어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었다. 오랜 투병 생활 중에 나와 친해진 L씨는 어쨌든 치료를 받으면 계속 생명이 연장될 줄 알았고, 점점 몸이 꺼져가는데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이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환자가 정말 말기임을 알렸고 그 이유는 자신을 정리할 시간이 없이 임종을 맞게 되면 너무 큰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끝까지 투병 의지를 불태우던 환자는 너무나 실망하고 식사를 잘 못하더니 며칠 뒤 사망하고 말았다.
내가 잘못 말한 것일까라고 자문해 보았지만 너무 늦게 이 사실을 알려준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죽음이 임박해 오더라도, 두렵더라도 주님의 사랑 곧 호스피스에 의지하면 그 두려움은 잠잠해지고 평안한 가운데 아름다운 임종을 맞을 수 있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는 가톨릭 수도회에서 사랑의 마음으로 종교와 관계없이 말기 환자를 돌본 데서 시작되어 이제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었으며 우리나라도 곧 제도화되어 보험급여가 될 전망이다. ●
이창걸(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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