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prosy left him immediately, and he was made clean.
(Mk.1.42)
제1독서 레위 13,1-2.44-46
제2독서 1코린 10,31─11,1
복음 마르코 1,40-45
작년에 친구와 함께 디지털카메라를 사기 위해 용산에 있는 한 전자쇼핑몰에 갔습니다. 친구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현재 팔리고 있는 디지털카메라의 종류와 가격에 대해 이미 통달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친구의 수첩에는 가격대, 제품 성능에 대한 정보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이렇게 철저한 사전준비를 본 저는 10분이면 쇼핑이 끝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금방 끝날 것이라는 저의 판단과는 달리 친구는 30여 개의 점포를 들러보며 끊임없이 제품들을 비교하고 질문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1시간 30분 동안 여기저기 휘젓고 다닌 끝에 결국 친구는 한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했습니다.
전철을 타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구입한 제품이 얼핏 보기에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고 또 사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 선택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말이지요. 그러자 친구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별건 없어. 플레이어를 파는 형제님의 인상이 너무 좋아서 샀어. 계속 웃잖아.”
저는 기능이나 가격 등이 선택 기준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기대를 벗어난 사뭇 의외의 대답이었지요. 30여 개의 점포를 다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했지만 종업원이 자신을 정말 반갑게 맞아주며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곳은 그곳뿐이었다는 것입니다. 친구는 이성적으로 물건을 고르는 것 같았지만, 결국 자신을 반겨주며 기분 좋게 해주는 점포에서 제품을 샀던 것이었지요.
예수님께서는 당신에게 다가와 도움을 청하는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 해주십니다. 예수님을 찾아왔을 때, 나병 환자의 아픔을 떠올려 봅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나병이 걸리는 순간, 모든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게 되지요. 심지어 고향과 가족에게서 쫓겨나게 됩니다. 지금도 혼자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데, 당시 모든 사람들로부터 내쳐졌을 때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까요? 그런 아픔 속에서 나병 환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 앞에 나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이 간절한 마음, 당신께 대한 간절한 믿음을 보시고, 그를 치유해주십니다. 결코 그가 부유해서, 능력이 많아서, 또 앞으로 하느님 일을 하는데 큰일을 할 것 같다는 조건을 달고서 치유하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서 물건을 구입하는 기준이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이 아니라 종업원의 친절함 때문이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이처럼 주님께서도 부와 명예 그리고 능력 등의 세속적인 기준을 보시고 우리들을 선택하시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들이 노력해야 할 것은 분명해집니다. 더 많은 부와 지위를 얻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주님께 대한 믿음을 간직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노력해야 합니다. 그때 주님 안에서 비로소 깨끗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는 걸로는 부족하다. 응용해야 한다. 마음만으론 부족하다. 실천해야 한다.(괴테)
작은 기쁨(김숙희, ‘좋은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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