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상영된 영화 <기적>이 있다. 그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떠난 수녀를 대신해 수녀원의 성모상이 그 수녀로 변해 돌아올 때까지 대신 수도 생활을 한다는 내용이다. 수녀가 돌아오자 성모상이 있던 자리로 스윽 올라가는 성모님의 그림자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중학교 때 그 영화를 처음 보았던 것 같은데, 그때는 성모상이 수녀로 변신해서 오랜 시간을 그 수녀로 살았던 일이 기적이고, 영화 제목도 그래서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영화를 보고, 생각해 보니 그런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기적이 아니라 주인공 데레사 수녀가 방황 속에서 다시 하느님의 사랑을 찾고, 자신의 삶의 소중함을 깨달아 본래 자리로 돌아와 무릎 꿇는 것, 그녀 스스로 하느님의 사람으로 먼 길을 돌아온 것이 진정한 기적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신기하고 놀라운 일은 기적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림자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한다. 신기하고 놀라운 일을 보아야 믿겠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그런 태도가 영 잘못되었다고 질책하신다. 기적의 본모습을 알아봐야지 그림자만 쳐다보려 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손가락을 들어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지 손가락 끝만 보아서는 안 된다.
어디서 성모상이 눈물을 흘린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신기해 쫓아다니는 것은 그림자를 부여잡으려는 바보짓과 같다. 신기한 일만 붙잡을 것이 아니라 그 뜻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예수님과 성모님은 사랑과 일치를 주시는 분이시다. 사랑과 일치에 어긋난다면 그 신기한 일은 기적도, 참된 것도 아니다. 표징만을 쫓는 바리사이는 되지 말아야 한다.
이재학 신부(인천교구 바다의 별 청소년수련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