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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23일 야곱의 우물- 마르 9, 14-29 묵상/ 악령에게 빼앗긴 자기 자신 되찾기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23 조회수460 추천수5 반대(0) 신고
악령에게 빼앗긴 자기 자신 되찾기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산에서 내려와] 다른 제자들에게 가서 보니, 그 제자들이 군중에게 둘러싸여 율법학자들과 논쟁하고 있었다. 마침 군중이 모두 예수님을 보고는 몹시 놀라며 달려와 인사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저들과 무슨 논쟁을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군중 가운데 한 사람이 대답하였다.

“스승님, 벙어리 영이 들린 제 아들을 스승님께 데리고 왔습니다. 어디에서건 그 영이 아이를 사로잡기만 하면 거꾸러뜨립니다. 그러면 아이는 거품을 흘리고 이를 갈며 몸이 뻣뻣해집니다. 그래서 스승님의 제자들에게 저 영을 쫓아내 달라고 하였지만, 그들은 쫓아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아, 믿음이 없는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 곁에 있어야 하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를 참아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아이를 내게 데려오너라.” 하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이를 예수님께 데려왔다.

그 영은 예수님을 보자 곧바로 아이를 뒤흔들어 댔다. 아이는 땅에 쓰러져 거품을 흘리며 뒹굴었다. 예수님께서 그 아버지에게, “아이가 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되었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가 대답하였다. “어릴 적부터입니다. 저 영이 자주 아이를 죽이려고 불 속으로도, 물속으로도 내던졌습니다. 이제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고 말씀하시자, 아이 아버지가 곧바로,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떼를 지어 달려드는 것을 보시고 더러운 영을 꾸짖으며 말씀하셨다. “벙어리, 귀머거리 영아, 내가 너에게 명령한다. 그 아이에게서 나가라. 그리고 다시는 그에게 들어가지 마라.” 그러자 그 영이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마구 뒤흔들어 놓고 나가니, 아이는 죽은 것처럼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아이가 죽었구나.” 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아이가 일어났다.
 
그 뒤에 예수님께서 집에 들어가셨을 때에 제자들이 그분께 따로,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마르 9,14-­29)
 
 
 
 
◆산에서 내려오신 예수님 일행은 율법학자들과 논쟁하는 다른 제자들을 보았다. 논쟁은 어떤 아이 때문이었다. 멀쩡했다가도 갑자기 쓰러져 거품을 흘리며 뻣뻣해지는 아이. 당시엔 원인을 알 수 없었기에 필경 악령의 짓이라 생각했다. 벙어리와 귀머거리까지 겹쳐 있었다니,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완전히 단절될 만큼 심한 상태였다는 말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믿음이 없기 때문에 그 아이를 고치지 못했다고 하신다. 그러나 어쩌면 신앙인이 믿음이 없을 때 이 아이의 상태와 같이 된다는 말씀 같기도 하다. 곧 신앙인들 중에는 물인지 불인지 모르고 아무 일에나 덤벼드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의 능력이나 한계와 상관없이 오직 자리만 탐내며 경쟁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올바른 의견에는 귀를 막고, 정말로 해야 할 말은 입을 닫으면서도 쓸데없는 논쟁에는 거품을 물며 끼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세속에서 쓰던 악습을 그대로 가져와 믿는 이들의 공동체를 오염시키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일으키는 소동 때문에 교회는 가끔 마비되고 중병을 앓는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증상을 해결하는 것은 기도뿐이라고 하신다. 그렇다. 기도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함으로써 자기 자리를 찾게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분별하도록 해주어, 할 말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게 한다. 기도 안에서만 자신 안의 악습을 찾아 몰아낼 수 있고, 기도 안에서만 인격도 믿음도 깊어지는 것이다. 기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는 의사소통이 원활한 건강한 공동체가 된다.
이인옥(수원교구 기산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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