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혼식에서 주례자가 삼종기도를 바치고 나서 주례사를 했다. 마침 12시였기 때문이다. 가톨릭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그분은 무슨 일이 있든 정해진 기도 시간은 어김없이 지키는 분이다.
팔을 쳐들고 기도해야 더 효과가 있다며 심심하면 팔을 들고 묵주기도를 하자고 제안하는 자매가 있다. 그 자매는 두 시간 정도는 가볍게 무릎을 꿇고 기도했는데, 함께 기도하는 사람들이 팔이나 발이 저려 쩔쩔매면 평소에 기도를 안 하니까 그런다고 무섭게 몰아붙인다.
헌금 봉투에 넣어서 봉헌할 때와 헌금액이 보이게 봉헌할 때, 주일헌금 총액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헌금하면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본다는 뜻이다. 그래서 헌금봉투 사용을 금지시킨 신부님도 있다.
금육재를 지키지 못했다는 고백은 하지 말라는 신부님이 있다. 단식재와 금육재의 의도는 음식을 절식함으로써 그것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나누라는 것이지, 단순히 음식을 먹었는가 아닌가는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나누었는가 아닌가를 고백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외적 신심 행위도 내면의 자세만큼 중요하긴 하지만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서, 사람들의 인정을 얻기 위해서, 신심의 깊이를 나타내려고 쇼를 벌이기보다는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의 수요일, 이마보다는 마음 깊이 숨어 있는 허세와 허례와 위선에 재를 발라야 할 것이다. 그 모두도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갈’ 것이 아닌가.
이인옥(수원교구 기산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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