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 당신을 사랑해요! - 주상배 안드레아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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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9-02-27 | 조회수930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 주님, 당신을 사랑해요!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겁쟁이인 줄 잘 아는 식복사 언니가 내게 물었다 신부님, 기증하고 나시니 어떠세요?
응, 뭐, 후련하지 참 잘하셨네요. 내가 생각해도 그래…
대답은 그렇게 속 시원하게 했지만 실은 좀 찝찝했다. 언제고 기회가 닿으면 그러리라 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사제 성화의 날, 장기기증을 한다는 말을 듣고
아무리 사후에 일이라곤 하지만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와 마취도 안하고 내, 장기를 마구 떼어낼 것이고 그러면 막 아플 것 같고… 그리고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그 사람의 최후와 함께 한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왠지 섬뜩하고 선뜻 내키질 않았다
그날따라 유난히도 팔을 길게 벌리고 십자가에 달리시어 유독 나만, 뚫어져라 바라보시는 예수님을 똑 바로 쳐다보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십자가상의 예수님은 이상하게도 내게 더욱 바짝 다가와 코앞에 서계셨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아주 부드럽게 속삭여 주셨다. "sacerdos, alter Christus" " 사제, 또 다른 나, 그리스도 "
배 밑에서부터 뜨거움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뜨거움 안에 희미하게, 마지막 심지가 다 타 들어가는 촛불을 바라보듯 자신의 장기 기능이 떨어지면서 서서히 최후가 다가옴을 느껴 불안에 떨며 애타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환우와
내 눈을 통해 암흑에서 광명의 세계로 새로운 삶의 희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감격의 눈물을 한없이 흘리는 또 다른 이의 모습이
그리고 이번엔 "안드레아야!" 하고 다정하게 부르시며 "오늘도 "나"로 살아가는 네가 고맙다, 겁내지마 내 도와 줄께" 하시며 미소를 지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지며 그려졌다.
그때 난 그랬다. "좋아요 예수님, 한번 봐드릴게요, 그리고 꼭 기억해두셔야 해요!"
그리곤 서품 때처럼 "ADSUM, DEO GRATIAS!" (예, 주님 저 여기 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라고 중얼거리며 봉헌 서에 서명했다
잠시나마 주저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평온이 깃들었다. 그리고 새 사제가 됐을 때처럼 산뜻하고 뿌듯했다. 마당에 소나무도 한결 푸르고 싱그러워 보였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과연 겁쟁이 주 신부죠? 좀 부끄럽지만… ^^* 그래서 봉헌이 아름다운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도 그렇게 하시고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기쁨과 평화 행복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 주상배 안드레아 광장동 주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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