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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콩으로 메주를 쑨다하여도...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04 조회수673 추천수9 반대(0) 신고
 
 

콩으로 메주를 쑨다하여도... - 윤경재

 

군중이 점점 더 모여들자 예수님께서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요나가 니네베 사람들에게 표징이 된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이 세대 사람들에게 그러할 것이다. 심판 때에 니네베 사람들이 이 세대와 함께 다시 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 그들이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루카 11,29-32)

 

  이 대목은 선행하는 루카 11,25-26절의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그분께 요구하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베엘제불의 하수인 정도로 여기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니 새삼스럽게 무슨 표징을 보여주더라도 애당초 예수님을 베엘제불의 하수인일 거라 생각했던 추측을 더 굳힐 뿐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표징을 보여 준다는 믿음은 도대체 생길 수가 없었습니다.

  니네베 사람들은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라는 요나의 설교만으로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회개하는 행동을 실천하였습니다. 요나는 니네베까지 와서 이런 설교를 하는 것 자체가 못마땅했기에 어떤 구체적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의 악행을 지적하지도 않았고 누가 시켰는지, 어떤 사연이 담겼는지, 누가 징벌을 내리는지 등등 어떤 자초지종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경고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나타나 사십 일 뒤에 무너진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니네베 사람들은 그 말만으로도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모두 단식하며 회개하였습니다. 임금마저 칙령을 내려 하느님께 부르짖으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마음을 돌리시어 재앙을 내리시지 않았습니다.

  이에 비해 예수님께서는 오랫동안 수많은 기적과 표징을 보여주셨고 회개하라고 간곡하게 외쳤습니다. 늘 가르치셨고 여러 번 경고의 말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처음부터 예수님의 말씀을 들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하여도 곧이듣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수수께끼를 해결할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 그곳에서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뜻하지 않게 섬광처럼 떠오르는 영감이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합니다. 그때 새로운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게 되고 여태껏 억눌려있던 감정과 생각이 열려 어떤 직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체험합니다. 그리고 그 직관과 영감이 문제해결 방법을 열어주게 됩니다. 그 직관을 붙잡고 새롭게 해석을 내림으로서 위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탄생한다는 것을 압니다.

  인류 역사에서 그런 위대한 순간이 늘 있었습니다. 위대한 과학자나 예술가들이 보여준 창조적 영감이나 직관이 전 인류를 풍부한 삶으로 이끌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직관을 얻었는지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들의 업적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직관이나 창조적 영감을 체험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아하-체험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시고자 하셨던 표징은 결국 당신의 십자가로 완성되었습니다. 아니 인간의 어리석음이 그런 결말을 유도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어리석음까지 받아주시고 몸소 그 질곡을 지어주셨습니다. 어리석음을 어리석음으로 해결해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그런 신비를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할지라도 지금 새 봄이 오고,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며, 그래도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을 보면 예수님 사랑의 십자가 업적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아하-체험입니다. 콩으로 남겨두는 것보다 메주를 쑤어 보관하면 더 오래 보존되고, 여러 가지 음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영양가와 맛이 더 좋아진다는 이치를 깨닫습니다. 그처럼 예수님의 십자가는 주님의 인격과 말씀이 온전히 옳았음을 깨닫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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