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순절 기도시 - 이해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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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9-03-05 | 조회수1,076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사순절 기도시 - 이해인 수녀님 해마다 이맘때쯤 당신께 바치는 나의 기도가 그리 놀랍고 새로운 것이 아님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의 얼음도 풀리는 봄의 강변에서 당신께 드리는 나의 편지가 또 다시 부끄러운 죄의 고백서임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살아 있는 거울 앞에 서듯 당신 앞에 서면 얼룩진 얼굴의 내가 보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나의 말도 어느새 낡은 구두 뒤축처럼 닳고 닳아 자꾸 되풀이할 염치도 없지만 아직도 이 말 없이는 당신께 나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소서 주님 여전히 믿음이 부족했고 다급할 때만 당신을 불렀음을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라 하셨습니다. 이 사십 일만이라도 거울 속의 나를 깊이 성찰하며 깨어 사는 수련생이 되게 하소서 이 사십 일만이라도 나의 뜻에 눈을 감고 당신 뜻에 눈을 뜨게 하소서 때가 되면 황홀한 문을 여는 꽃 한 송이의 준비된 침묵을 빛의 길로 가기 위한 어둠의 터널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재의 수요일 아침, 사제가 얹어 준 이마 위의 재처럼 자디잔 일상의 회색빛 근심들을 이고 사는 나 참사랑에 눈뜨는 법을 죽어서야 사는 법을 십자가 앞에 배우며 진리를 새롭히게 하소서 맑은 성수를 찍어 십자를 긋는 내 가슴에 은빛 물고기처럼 튀어 오르는 이 싱싱한 기도 "주님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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