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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 맛들이기] 향심기도<3> - 이승구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08 조회수593 추천수1 반대(0) 신고

향심기도<3>

 

 

기도, 입→ 머리→ 가슴으로 진화


   기도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깊게 하는 것

 

   기도는 무엇인가? 기도의 스승들마다 서로 다르게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기도는 하느님께 무엇인가를 청하고 구하는 것, 즉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어내고 어려움이 닥치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나약하고 한계를 지닌 인간이 만물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필요한 것을 청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결코 아니지만, 문제는 그것을 기도의 모든 것, 기도의 본질로 생각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 교리서에서 "기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지는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2564항)라고 정의하고 있듯이, 기도는 바로 하느님과의 관계이며 그 관계를 깊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하느님과의 관계는 어떻게 깊어지는가? 하느님과의 관계가 어떻게 깊어져 가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깊어져 가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만남이 있어야 한다. 그 만남 후 많은 시간과 대화를 통해서 우정과 사랑이 생기고 마침내는 결혼해 오랜 세월 함께 동거 동락함으로써 친밀함이 깊어지게 된다. 이렇게 깊어진 친밀한 관계에서는 사실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고 서로의 눈빛만 보고도 이심전심으로 상대방이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지를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함께 머무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감을 누리게 되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님과의 관계도 기도의 성장 단계를 통해서 깊어져 가는데, 우선 '구송(염경)기도'를 암송하는 것이 의식적으로 주님과의 관계를 시작하는 일반적 방법이다. 이렇게 시작한 관계는 주님의 말씀에 대해서 생각하고 생각한 바를 삶 속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묵상기도'를 통해서 그 관계를 발전시키게 된다.


   묵상기도를 통해서 주님과 말씀을 나누고 주님에 관해서 생각하고 주님의 말씀이 우리 마음을 관통해 주님과의 관계가 발전하는 어느 지점에서, 우리는 단지 우리의 말이나 생각이 아닌 우리 존재의 깊은 곳으로부터 응답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정감의 기도'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입술이나 머리가 아닌 마음(가슴)으로 기도하게 된다. 이때가 바로 주님과 진정한 관계가 발전되어 가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이 단계의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우리는 서서히 우리의 생각, 말, 영상과 같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할 시기가 온다. 왜냐하면 이때 우리는 더 이상 우리 마음에 있는 것들을 표현할 수가 없고 모든 것들이 점점 단순해져 간다. 그러면 말없이 침묵 속에서 그분의 현존 속에 머물게 되는데 이것을 '단순기도'라고 한다.


   향심기도는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께 자신을 열어드리고 내어드리면서 그분께서 활동하시도록 동의해드리겠다는 지향을 가지고 '침묵 속에 머무는' 단순기도이다. 이것은 기도 중에 우리가 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단순하게 하는 것이고,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말과 정서를 넘어서 하느님 현존의 친밀성에 우리 자신을 열어드리면서 '주님의 현존 안에 쉬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사랑으로 주님을 기다리는 것이고, 특정한 말, 개념, 이미지 혹은 상징에 주의를 주지 않고, 단지 하느님의 현존 안에 머무르겠다는 지향과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행하시는 정화(치유)활동에 동의하겠다는 지향을 유지하는 것이다.

 

▣ 이승구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향심기도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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