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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반사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09 조회수855 추천수12 반대(0) 신고

 

 

 

사순 2주간 월요일 - 반사

 

어릴 적 놀이 중에 ‘반사’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놀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그냥 남이 자신에게 안 좋은 말을 하면 ‘반사’라고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다른 친구에게 바보라고 했다면 그 친구는 재빠르게 ‘반사’라고 외칩니다. 그러면 그 말을 한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다시 반사’라고 외치면 상대는 ‘또 반사’라고 합니다. 이렇게 바보라는 말은 서로 자신이 바보임을 인정하지 않는 둘 사이를 왔다갔다 거립니다.

 

오늘 예수님은 복음에서 이 반사의 원리를 말씀하십니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 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주는 대로 받는다는 아주 단순한 원리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삶에 적용시키며 살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사랑 하여라. 그러면 사랑 받을 것이다.’

사랑을 받고 싶지만 사랑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용서하여라.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용서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단하지 마라. 판단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많은 판단을 하고 삽니다. 그러면서 남이 나를 판단하는 것은 싫어합니다.

이 ‘반사’의 원리는 이웃이 바로 나의 거울이라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즉, 내가 이웃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이웃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숨겨놓은 안 좋은 점들을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친구가 다른 친구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저는 그들이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 둘은 참 닮은 데가 많아.”

그 친구는 움찔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눈치를 챈 것 같았습니다. 내가 비록 행동하면서 살지는 않아도 내 안에 숨겨진, 혹은 억눌려진 안 좋은 면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 나타날 때 그것을 싫어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자신을 판단하는 꼴입니다.

예수님께 수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유다를 비롯해 사도들, 그 분께 은총을 받은 사람들까지 그 분을 배신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사람들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 마음 안엔 배신의 마음이 전혀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들을 슬픈 연민어린 눈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내 안에 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죄인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저는 로마에서 자칭 ‘바티칸 베테랑 가이드’라고 자부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가이드와는 달리 신학적인 면까지 첨가하여 가이드를 해 주기 때문입니다.

바티칸 박물관에 들어가면 브라만테가 설계한 팔각정원이 있습니다. 거기에 칼을 들고 있는 한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잘라 손으로 들고 있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머리가 잘려진 여자는 메두사입니다. 메두사는 그리스 신화에서 매우 아름다운 여인으로 나옵니다. 그는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과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정작 포세이돈을 좋아하던 처녀신 아테나가 있었습니다. 포세이돈은 메두사와 아테나의 신전에서 사랑을 나누게 되고 아테나는 그것을 목격함으로써 크게 화가 나 메두사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어버렸고 그녀의 눈을 보는 누구든 돌이 되게 해 버렸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영웅 페르세우스를 보내어 메두사를 죽이게 합니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나가 준 방패로 메두사의 얼굴을 반사시켜 자신이 자신의 얼굴을 보게 만듭니다. 그리고는 목을 벤 것입니다.

 

저는 이 동상을 볼 때마다 결국 다른 사람을 통하여 보이는 모습이 나의 모습임을 재차 느낍니다. 메두사는 결국 반사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고 그렇게 죽게 된 것입니다. 이웃은 나의 거울입니다. 이웃에게 화가 나는 것은 결국 나의 모습에 화가 나는 것입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말도 이와 같은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주는 대로 받는다는 이 진리를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사랑합시다. 모든 것이 사랑으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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