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하느님의 사랑-아가페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10 조회수596 추천수10 반대(0) 신고

썸머타임이 시작되어 1시간이 앞당겨져서 아침에 성당에 가는 시간에도 아직 새벽의 어스름이 깔려 있다. 오늘은 특히나 구름이 하늘을 온통 덮고 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엔 만물이 소생하는 시간이다. 고운 목소리로 아침을 노래하고 희망찬 날개짓을 하는 새들은 성당을 가며 내가 제일 먼저 만나는 반가운 아침의 친구들이다.

시간이 갈수록 만개하였던 나무의 흰 꽃들은 서서히 돋아난 여린 이파리들과 어울려 더 없이 훌륭한 색깔의 조화를 만들어 내고 노랑, 보라, 분홍 등 봄의 꽃들 또한 앞 다투어 고개를 내민다. 따스한 봄날 아침이 너무 사랑스럽다.

성체조배를 하며 '나는 왜 이렇게 사랑하고 싶을까? 사랑이면 세상의 미움도 다툼도 다 해결될 것 같은데 왜 사람들은 여전히 싸우고 서로를 아프게 하며 지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힘든 세상살이를 덜 해서 모든 것이 사랑이면 다 해결될 것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걸까?

어릴 적부터 엄마께서 '너는 그리 순진해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까 모르겠다. 어수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이나 당하지 않을까 몰라' 하시는 걱정 섞인 말씀을 많이 들으며 자라왔다. 그렇다고 내가 아주 뭐 순진하고 착한 사람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나도 알 건 다 알고 구약의 시대나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나 지금도 마찬가지로 서로를 미워하고 반목하여 갈등이 생기고 전쟁이 나고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 받으며 죽어가는 시대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주변 사람들이 하느님이 원하는 모습으로 착하게 살고 있으며 악한 사람이라고는 사실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 이웃들을 보며 나는 지금도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상으로 만드신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서로의 사랑으로 살기 좋은 세상, 이 세상에 천국을 만들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품으며 살아간다. 

오늘은 내가 마음 놓고 사랑얘기를 해도 될 듯하다. 복음 말씀은 형제를 심판하지 말고 단죄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신다.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나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고 하신다. 큰 되질로 사랑을 주면 더 큰 되질로 돌려받는 것이 사랑이라는 말씀이다.

모든 신부님을 존경하고 좋아하지만 오늘은 특히 내가 존경하는 노신부님께서 미사를 집전해 주셨다. 말씀 하나 하나, 미사를 드리는 모습 하나 하나가 거룩함이 흘러넘친다. 신부님께서 하느님 사랑에 관한 정의를 해 주셨다. 영어에는 Love라는 한 단어로만 사랑이 표현되어 그 의미를 넓게 전달할 수 없지만 그리스어로는 사랑을 표현하는 여러 단어가 있다. 우리 모두가 잘 알 고 있는 Eros는 남녀 간의 열정적인 사랑이고 Philia은 가족의 사랑 더 넓게 말하면 형제애적 사랑이며 Agape은 다른 사람을 향한 능동적인 사랑이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할지라도 그것에 상관없는 무조건적이고 한계를 두지 않는 사랑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아가페의 사랑임을 우리 모두는 안다. 하느님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할지라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지라도 무조건적으로 우리를 사랑하신다. 하느님은 이렇게 우리를 사랑하심으로 인해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 주셔서 당신의 선의지와 소망을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보여 주셨다. 그리하여 우리 그리스도인도 하느님의 사랑 즉 아가페의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전(challenge)하게 하신다. 나를 정의롭지 않게 대하는 사람으로 인해 내 안에 분노가 치밀고 화가 날 지라도 그것을 고귀한 사랑이란 것으로 승화시키길 원하신다. 더 나아가 나의 적까지도 사랑하기를 원하시고 그로 인해 우리는 더욱 은총 받고 거룩한 하느님의 사람이 되길 바라신다.

그러기에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첫째가는 계명을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셨다. 

신부님의 강론을 통해 사랑의 정의와 그 중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에 관한 말씀을 들으면서 내가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하느님 때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참다운 사랑을 할 수 있는 신앙인이 되기도 간절히 원한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너무나 쉽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 내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참 사랑이다.

그런데 내가 앞서서 말했듯이 내가 보는 이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 내가 만나는 하느님 만드신 사람이 아름다워서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사랑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이것도 어쩜 교만일지도 모르나 지금의 내 심정은 그렇다. 내가 인생을 더 살고 정말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때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느님 안에 참 신앙인으로 자라기를 소망한다. 아니 그보다 나를 미워하거나 내가 미움을 느낄만한 오해가 생기지 않게 서로 간에 잘 소통하며 살기를 더 소망한다. 

미움의 감정이 싹트지 않도록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매일 매일 내 삶의 순간에서 반성하고 성찰하며 잘못한 것은 바로 바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하느님 도와주실 것을 믿습니다.

오늘은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커피 대신 녹차를 옆에 두고 글을 썼습니다. 어제 주일학교 친구들과 1주일 동안 각자가 포기할 것에 관하여 이야기 했는데 아이들은 소다를 마시지 않겠다고 했어요. 선생님은 무엇을 포기할까 고민을 했더니 늘 커피를 손에 들고 다니는 저를 알고서는 선생님은 커피를 포기하라 숙제를 제게 주었습니다.

그래서 사순 2주간은 사랑하는 커피를 포기하고 대신 녹차를 사랑해 볼 겁니다. 글과 함께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이곳이 있어 참 행복합니다.

오늘도 주님 안에 행복하시고 평화로운 날 되세요. 사랑합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