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3월 11일 사순 제2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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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9-03-11 | 조회수947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3월 11일 사순 제2주간 수요일-마태오 20,17-28
“무엇을 원하느냐?”
<먼지처럼, 티끌처럼>
오늘날 우리가 우러러보는 대부분의 성인(聖人)들이 지니고 있었던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부단히 작은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내려가기를 바랐습니다. 한결같이 겸손의 덕을 쌓아갔습니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같은 경우 최종 목표가 자신이 부서지고 부서져 마침내 먼지처럼, 티끌처럼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 역시 겸손의 극치를 보여주었는데, 대수도회의 창립자이면서 총장이었던 그지만 갓 입회한 지원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으며, 그들에게 즐겨 순명했습니다.
돈보스코 성인도 ‘겸손의 덕’에 있어서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가 이뤄낸 기적 같은 일들 앞에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며 ‘대단하다’고 칭찬할 때 돈보스코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그 모든 일은 하느님께서, 또 도움이신 마리아께서 하신 일입니다.”
돈보스코의 제자인 가경자 치마티 신부 역시 겸손 빼놓으면 시체였습니다. 다방면에 걸친 탁월한 재능으로 교회를 위해 헌신한 그에게 몬시뇰이란 직책이 부여되자, 그는 그렇게 송구스러워했습니다. 수도회 총회 기간 동안, 그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 대의원들이 그에게 중책에 임명할 것을 건의하자 그는 일부러 바보처럼 행동해서 높은 자리에 앉을 ‘위기’를 피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서글픈 체험 한 가지를 하고 계십니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십자가 죽음이 눈앞입니다. 정녕 피하고 싶은 잔입니다. 아무리 신인(神人)이신 예수님이셨지만 예견된 끔찍한 죽음 피하고만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었기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런 표시로 제자들 앞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슬픈 최후에 대해서 미리 언급하십니다.
“보다시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다. 거기서 사람의 아들은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넘겨질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사람의 아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그를 다른 민족 사람들에게 넘겨 조롱하고 채찍질하고 나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할 것이다.”
참으로 침통하고 비장한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제자된 도리로서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침묵 속에 애통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두 제자, 야고보의 요한, 그리고 그의 어머니 살로메의 하는 행동을 보십시오.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않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십시오.”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을 그들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승께서는 얼마 있지 않아서 맞이하게 될 끔찍한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철없는 사람들, ‘인사 청탁’을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살로메, 인사 청탁하는 데 그냥 왔겠습니까? 양주 한 병이나 씨암탉 한 마리 보자기에 싸서 예수님께 드리면서 청하지 않았겠습니까?
예수님 입장에서 볼 때 참으로 기가 막히고 통탄할 노릇이었습니다. 떠날 날은 멀지 않았는데, 아직도 갈 길이 먼 제자들의 모습 앞에 한심한 마음을 금할 길 없었을 것입니다.
제자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내 모습, 우리의 현실을 바라봅니다. 송구스런 마음과 더불어 ‘사도들께서도 그러셨는데...’하는 마음과 함께 솔직히 어느 정도 안심도 됩니다.
여러 측면에서 어려운 이 시절, 우리 모두가 좀 더 낮아지길 바랍니다. 낮아지면 좀 더 멀리 바라볼 수 있습니다. 밑으로 내려가면 좀 더 편안한 자세로 오래도록 기다릴 수 있습니다.
결국 한 평생 우리가 추구해야 할 그리스도교 덕 중의 덕은 겸손입니다. 그냥 능력이 없어서, 머리에 든 것이 없어서 내려서는 겸손이 아니라 모든 것을 꿰뚫고 있으면서도 예수님 때문에 내려서는 참 겸손, 생활하는 겸손을 체득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15번 / 수난기약 다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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