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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 맛들이기] 향심기도<4> - 이승구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14 조회수623 추천수4 반대(0) 신고

 

향심기도 < 4 >

 

 

   우리 마음의 골방으로 들어가자


  하느님과의 관계를 깊게 해주는 향심기도

 

   예수님께서는 산상설교에서 "너희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마태 6,6)고 하셨는데, 이 말씀은 우리 존재 중심(마음 가장 깊은 곳)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 즉 형식적인 관계가 아닌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으라는 초대이다.


   예수님 시대 이전 구약시대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 이름에 대한 깊은 공경심 때문에 하느님 이름을 함부로 부르거나 기록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그분을 아주 친밀하고 애정 깊은 아버지, '압바'라 부르심으로써 이러한 고정 관념을 깨뜨렸다.


   예수님께서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숨어계신 하느님께 기도하라고 하셨을 때 이 골방은 우리가 생각하는 어떠한 공간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인데, 이 골방에서 우리와 하느님 사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주 깊은 친밀감을 암시하고 계신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이 골방은 우리 내면의 깊은 곳이라 할 수 있는데, 이곳은 우리의 일상적인 의식 너머(일상적 의식보다 깊은 영적 의식)에 있는 비밀의 방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압바, 하느님께서 바로 이 골방에 현존하시고 우리를 기다리시며 은밀히 숨어(왜냐하면 하느님은 볼 수 없는 분이시기 때문에) 계시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이곳은 아주 친밀하고 가깝고 다정하신 궁극적 신비의 현존이신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이다. 그러므로 골방에 들어간다는 것(Centering)은 바로 그곳에 계신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것이고, 이곳에서는 구약시대처럼 두려움과 경외심으로 가득 찬 그런 관계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대신 아주 평화롭고 편안하고 친밀한 상태가 된다.


   이 골방에서는 말(염경기도)이나 생각(묵상기도)도 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우리의 말이나 생각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지향)에 귀를 기울이신다는 것을 믿음으로 알면서 오직 절대침묵 가운데 자신의 모든 것, 즉 온 존재를 그분께 내어드리고 맡겨드리겠다는 지향 안에 머무르는 것이다.


   따라서 골방에 들어간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에 대해 방법을 제시해주신 것이며, 향심기도는 단지 이 가르침을 실천하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다. 향심기도는 너무나 방법에 익숙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골방으로 들어가는 방법들이 초대 교회부터 세기와 시대와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로 적절하게 생겨나고 표현되어 전해지고 있는데, '예수님의 기도' '마음의 기도' '단순기도' 등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향심기도는 단지 이러한 기도를 표현하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적용시킨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또한 향심기도는 여러 가지 단순기도들 중에서도 아마 가장 수동적이고 수용적인 방법일 것이다. 왜냐하면 향심기도는 하느님 현존 안에 머물면서 그분께서 우리 안에서 사랑으로 행하시는 활동에 대해 우리 자신을 열어드리고 내어드리겠다는 지향을 유지하는 것 말고는 우리 쪽에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이승구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향심기도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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