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3.15 사순 제3주일
탈출20,1-17 1코린1,22-25 요한2,13-25
"몸과 마음의 성전 정화"
아침 성무일도 독서 시 두 구절이 새롭게 와 닿았습니다.
“주님의 기쁨이 우리의 힘이로다.”(느헤8,10).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이 우리의 진정한 힘이라는 말씀입니다.
“너희는 나를 섬기는 거룩한 백성이다.”(탈출22,30).
바로 이런 주님께로부터 기쁨을 얻어 힘있게 살고자,
주님을 섬기는 거룩한 백성이 되어 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물론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여기 수도원의 거룩한 성전입니다.
꾸밈없는 단순 소박한 성전이라
편안한 마음에 저절로 기도분위기에 젖어 든다는 것입니다.
성전은 단순 소박하여 하느님의 현존이 잘 드러나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주님의 성전 정화 사건도 이해가 갑니다.
끈으로 채찍을 만드시어 양과 소와 함께 장사꾼들과 환전상들을 쫓아내고, 또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 버리시며 말씀하십니다.
“이것들을 여기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거룩한 아버지의 집인 성전이 오염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예수님의 격렬하면서도 거룩한 분노입니다.
예수님의 예언자다운 모습이 약여합니다.
마침 어제 어디선가 언뜻 본 글의 제목도 생각이 납니다.
‘맘몬을 숭배하는 한국교회, 예수가 보면 뭐라 말할까?’
획일적으로 결론짓는 부정적 어구가 눈에 거슬리지만
오늘날 한국교회가 경청해야 할 말 같습니다.
주님의 단순 소박한 거룩한 성전은 그대로 주님의 몸인 성전을 상징합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부활하신 당신 몸을 일컬어 성전이라 말씀하십니다.
거룩한 성체성사가 늘 거행되는 성전이요
성체성사가 거행되는 그곳에서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생겨납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이요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모신 우리들도 모두 주님의 거룩한 성전이 됩니다.
주님의 거룩한 성전인 우리들이 정화됨에 따라
저절로 정화되는 성전 분위기임을 깨닫습니다.
하나하나 거룩한 성전인 사람들이 모였을 때 거룩한 성전입니다.
하느님만을 찾는 단순 소박한 사람들이 모였을 때 거룩한 성전입니다.
하느님 중심이 확고할수록 단순 소박한 거룩한 삶에 거룩한 성전입니다.
바로 거룩한 성전은 주님의 몸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몸의 지체들인 우리가 거룩할 때 비로소 주님의 거룩한 몸입니다.
더불어 주님께서도
우리를 부단히 은총으로 정화시켜주시고 성화시켜 주십니다.
이래서 끊임없이 기도가 이어지는 기도의 집인 성전입니다.
성전 정화에 앞서 내 자신의 성전 정화가 우선임을 깨닫습니다.
첫째,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내 삶의 중심에 모실 때
정화되는 우리 몸과 마음의 성전입니다.
이 성전이 그대로 우리 몸과 마음의 성전을 상징합니다.
여기 수도원 성전은 군더더기 장식물들 하나도 없어
성전 중심의 제대와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여러분의 몸과 마음의 성전도 이래야 합니다.
이래야 비로소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입니다.
몸과 마음 안 중심에 있는
제대의 하느님을,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가려버려
복잡하게 만드는 모든 이기심의 탐욕을 말끔히 청소해야 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기도 합니다.
십자가의 그리스도는 참 지혜와 힘의 원천입니다.
바오로의 말씀이 정말 좋습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도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들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그렇지만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는 거룩한 바보들이 진정 크리스천들입니다.
이렇듯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에 모신 이들,
역설적으로 어리석은 듯 보이나 실상 하느님의 지혜로운 이들이요,
약 한 듯 보이나 실상 하느님의 강한 이들입니다.
그대로 그리스도의 몸과 하나 된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이 된 사람들입니다.
둘째, 십계명을 지키는 단순한 삶이 우리 자신의 성전을 정화합니다.
계명대로, 법대로, 관례대로, 일과표대로 살지 않아 복잡 혼란한 삶이요,
오염되는 몸과 마음의 성전입니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본질에 충실한 단순 소박한 삶을 살라고 하느님 주신 십계명의 선물입니다.
구체적으로 십계명을 준수함으로
십계명이 내 삶의 양식(樣式)이 될 때
삶의 질서와 더불어 단순한 마음, 단순한 삶이 됩니다.
저절로 정화되고 성화되는 내 몸과 마음의 성전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오늘 탈출기의 십계명을 요약한 교리서의 십계명을 소개합니다.
과연 어느 정도 십계명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1.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2.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3.주일을 거룩히 지키라.
4.부모에게 효도하라.
5.사람을 죽이지 마라.
6.간음하지 마라.
7.도둑질하지 마라.
8.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
9.남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
10.남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
비범한 영성생활이 아니라
이런 기본에 충실한 계명 준수의 평범한 삶이 영성생활의 기초입니다.
주님은 이 십계명의 요약인
'마음을 다해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사랑의 이중 계명에
‘남이 너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는
황금률의 준수를 명령하십니다.
정말 이대로 꾸준히 실천해 간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의 성전은 계속 정화되고 성화될 것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의 성전이 정화될 때
저절로 보이는 이 성전도 더욱 깨끗하고 거룩해질 것입니다.
우리 몸과 마음의 성전 중심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살아갈 때,
또 꾸준히 하느님의 계명을 준수할 때
정화되고 성화되는 우리 몸과 마음의 성전입니다.
하느님의 지혜와 힘으로 충만한 삶이 됩니다.
오늘도 주님은 이 성전에서의 거룩한 미사은총을 통해
이 성전과 더불어 우리 몸과 마음의 성전도 깨끗이 정화시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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