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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셈의 어머니, 당신의 이름이 알고 싶어요 - 장재봉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20 조회수886 추천수6 반대(0) 신고
  

- 광 야-

 

  셈의 어머니, 당신의 이름이 알고 싶어요.

 

   사순 시기입니다. 세상이 갖는 긴 기도의 때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오늘은 무척 새롭습니다. 어제와 다른 시선으로 보고 깨달을 수 있는 단 하루이니까요. 그리스도인의 매일은 지금 이 순간 하느님의 뜻으로 살아갈 때 족합니다. 하늘에 빨간 동그라미 다섯 개가 그려질 테니까요. 오늘 만점!


   여보, ‘일만 사천 톤’급 대형 선박을 만듭시다.


   하느님께서 ‘의인’이라 이르는 사람을 우리는 ‘성인’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그들의 삶을 살피면 별 볼일 없어 보이는 경우도 허다해서 하느님의 뜻이 참 아리송해집니다. 하느님의 기준은 우리네 것과 얼마나 다르고 획기적인지 의인이었던 노아를 살피며 생각해 봅니다.


   노아가 방주를 지은 세월이 자그마치 백 년입니다. 한 세기 동안을 꼬박 배만 짓고 살았다니, 어쩌면 ‘뻥이군.’ 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군요. 성경에서는 노아가 오백 세 되었을 때 자식을 낳고 육백 세 되었을 때 홍수를 만납니다(창세 5,32; 7,6 참조).


   그 사이에 방주를 만들라는 말씀이 내렸으니, 가장 길게 잡으면 백 년쯤 되지 않을까요? 게다가 그 배가 요즘 단위로 ‘일만 사천 톤’급의 대형 선박이라는 걸 알면, 수작업만으로 3층짜리 배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해되지 않나요? 산에서 나무를 베고 자르고 다듬어 맞추고 세우고…. 그 뿐인가요? 배 안팎으로 역청을 꼼꼼하게 발라야 했으니, 하느님을 향한 믿음이 아니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의인’의 작업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남편과 아버지로서 노아는 낙제점을 받지 않았을까 싶네요. 세상과 다른,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삶은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역행하기 마련이니까요. 독특한(^^) 가장을 한결같이 ‘존경’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일은 가족 편에서는 훨씬 힘들고 고역일 수 있으니까요. 더욱이 당시에 그 힘겨운 농사를 팽개치고 딴전만 피우는 가장이라니…. 노아는 결코 좋은 남편도, 자랑스러운 아버지도 아니었을 것이 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방주를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일러 주셨지만, 그 뒤 한 번도 노아를 독려하고 격려해 주신 적이 없습니다. 물론 가족들에게 힘을 주셨다는 말씀은 성경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자그마치 백여 년, 눈만 뜨면 방주를 만들고 있는 노아를 보면서 가족들이 느꼈던 감정이야말로 혼돈의 때이고 어둠의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그 오랜 세월을 지내는 동안 무모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까요? 혹시 아버지 노아가 하느님의 말씀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 의심했던 적은 없었을까요?


   그런데도 노아가 하느님의 명령에만 온전히 투신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협조와 이해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방주는 노아만의 작품이 아니라 온 가족의 노력과 희생, 그리고 사랑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 장재봉 스테파노 신부 / 부산 가톨릭 대학교

배경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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