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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 문제 해결의 척도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20 조회수1,260 추천수10 반대(0) 신고

 

문제 해결의 척도

   문제가 발생했다. ‘할례를 받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 없다’(사도 15,1)고 가르치는 사람이 유다에서 내려와 안티오키아 교회를 뒤흔든 것이다. 기실 이것은 그곳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스테파노의 박해 이후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 페니키아나 다마스쿠스는 물론, 소아시아 지역까지 교회가 설립되었다. 이처럼 교회가 이방세계로 신속히 뻗어나가는 동안, 이방인도 할례를 받아야 할 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할례는 하느님 백성에 속하는 표식(창세 17,11)이었기 때문에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안티오키아 교회는 예루살렘에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파견한다.

    마침내 사도들과 원로들이 모였다(사도 15,6). 예루살렘에서 열린 이 공식적인 회의를 일컬어 ‘최초의 공의회’라 한다. 이 모범을 따라 교회는 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때마다, 사도들의 후계자들과 원로들이 모여 기도하면서 지혜를 모았는데, 이것이 공의회 역사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첫 공의회 모습(사도 15장) 안에서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준 몇 가지를 뽑아본다.

   첫째, ‘사도들과 원로들이 모였다’(6절). 교회 공동체 전원이 모여 논의한 것이 아니라 대표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둘째, “오랜 논란 끝에”(7절) 결정을 내렸다. 어떤 결정이든 성급히 이뤄져서는 안 되고 오랜 토론을 거쳐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셋째, “베드로가 일어나 그들에게 말하였다”(7절). 이는 최종결정권이 교회 수장인 베드로에게 있음을 선언한다. 그런데 베드로는 결정의 근거가 하느님에게 있음을 밝힌다(7-11절). 즉 코르넬리우스와 카이사리아 사람들을 개종시켰던 자신의 체험(10장)을 통해 성령께서는 이방인들에게 아무런 조건을 씌우지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사실 베드로는 이방인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일 마음이 확고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안티오키아에서 바오로 사도와 그곳의 이방인 신자들을 섭섭하게 했던 어정쩡한 태도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갈라 2, 11-14). 그 같은 입장은 주님의 형제 야고보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불미스러운 보도가 있어서, 교회의 첫 번째 공적인 합의가 대표자들의 사견보다는 하느님의 뜻과 교회의 선익을 우선으로 결정되었음을 더 잘 보여준다.

   아무튼 베드로의 선언을 듣고 “온 회중이 잠잠해졌다”(12절). 격렬한 의견충돌과 논쟁에도 불구하고 결국 교회의 최종결정에 따르는 모습, 이것이 네 번째 원칙이다. 다섯 번째로 야고보는 예언서를 인용하여 교회의 결정이 하느님에게서 온 것임을 재천명하면서 자신의 제안 하나를 덧붙인다. 곧 다른 민족들에게는 율법이 제시한 어려움을 주지 말되, 그 대신 그들도 유다인들이 혐오하는 일, 즉 우상에게 바친 음식이나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피를 먹는 일, 또 불륜(근친상간)을 삼가 달라고 요청한다. 야고보가 제시한 안건은 서로를 형제로 받아들이는 사랑에 기초하고 있다. 형제적 사랑으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이것이 바로 마지막 원칙이다.
   이로써 첫 공의회는 양쪽 모두의 동의를 이끌어내며 막을 내린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인옥(체칠리아) 말씀봉사자

- 수원교구 주보 3면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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