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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 맛들이기] 향심기도<6> - 이승구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21 조회수883 추천수3 반대(0) 신고
 

 

향심기도 < 6 >



   몇 가지 지침 및 지향과 동의

 

 

   '내 안'에서 하느님 활동하시도록 하느님께 지향을 두고 그분 현존에 머물겠다고 동의해야…

 

   향심기도는 최소한 20분 이상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에 한다. 그러나 기도를 계속함으로써 침묵 속에 머무르는 것이 익숙해져 가면 차차 시간을 20분 이상 늘려도 좋다. 그리고 기도가 끝나는 시간을 알려면 조용한 타이머나 알람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기도를 하는 동안 사람에 따라서는 얼마 동안 신체의 어느 부위에서 약간의 통증, 가려움, 뒤틀림을 느끼거나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은 대개 신체 속에 있는 정서적 매듭들이 풀어지는 데서 오는 것이다. 또한 온 몸이 무겁거나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도 있는데, 이것은 영적 주의성이 깊어지는 데서 오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주의를 기울이지 말고 아주 부드럽게 거룩한 단어로 돌아가라.


   향심기도의 중요한 결실은 '기도 중'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체험하게 된다. 즉 기도하는 가운데 갖게 되는 영적 위로나 감각적 혹은 심리적인 느낌이나 체험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성령의 열매'(갈라 5,22)를 맺는 것, 즉 우리의 삶이 복음적인 삶으로 변형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는 것"(갈라 2,20)이라고 고백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깨닫고 체험하게 된다.


   향심기도에서 아주 중요하고 핵심적인 단어는 '지향'과 '동의'라고 할 수 있는데, 지향은 모든 기도와 기도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특히 향심기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전적 의미로 지향은 '생각이나 마음이 어떤 목적을 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도할 때 지향은 우리의 마음과 생각과 의지가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적인 기도에서의 지향은 우리가 하느님께 바라고 원하는 것이라면, 향심기도에서의 지향은 하느님께서 내 안에 현존하시고 활동하심에 동의하는 지향, 즉 기도하는 동안 내 마음과 의식 속에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그 모든 것을 주님께 맡겨드리고 그분의 현존 속에 머무르겠다고 다짐하는 지향이다.


   우리 문화 전통에서 '지향'은 결혼하기 전에 하는 '약혼식'이고 '동의'는 결혼식을 '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식 때 주고받는 결혼반지는 결혼의 상징인 것과 마찬가지로 향심기도에서 거룩한 단어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깊게 하겠다고 동의하는 것의 상징을 의미한다. 그런 이유로 향심기도는 또한 '동의의 기도' 혹은 '지향의 기도'라고 불릴 수 있다.


   그러면 동의란 무엇인가? 동의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의견이나 주장을 믿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동의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가 따라온다. 예를 들어, 결혼식에서 신랑과 신부가 서로를 부부로 받아들이겠노라고 동의함으로써 그 결과로 두 사람은 기혼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세례받기를 원하느냐?"는 주례 사제 질문에 "예, 원합니다"라고 응답, 즉 동의함으로써 그 결과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향심기도 중에는 어떤 기도문을 외우거나 묵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 자신을 온전히 열어드리고 내어드리면서 그분의 현존 안에 머무르겠다는 동의를 함으로써, 그 결과로 우리 마음 안에는 향주덕, 즉 믿음, 희망, 사랑이 점점 자라나게 되는 것이다. 이 향주덕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변형(변화)시키는 변형의 도구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의 삶은 하느님 중심적인 삶, 복음적인 삶으로 서서히 변형되게 된다


▣ 이승구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향심기도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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