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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22일 사순 제4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22 조회수817 추천수7 반대(0) 신고
  
 

3월 22일 사순 제4주일-요한 3장 14-21절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지금이야말로>


   여기저기서 다들 힘겨워하시니 세상물정도 모를뿐더러 땡전 한 푼 손에 쥔 것 없는 저희까지 덩달아 조바심이 나고 불안해집니다. 어서 빨리 긴 터널 같은 이 어둠이 지나가고 다들 얼굴 활짝 피는 환한 세상이 도래하길 바랄 뿐입니다.


   계속되는 장기 경제 불황의 여파로 인해 암울하고 참담한 나날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환한 빛이 절실합니다. 너무나 어두울 때는 빛이 생겨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빛을 찾아나서야 되겠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빛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빛이 우리 가운데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날 필요가 있겠습니다. 빛을 찾기 위해 눈 부릅뜬 채 앞만 볼 것이 아니라 가끔씩 저 높은 위쪽도, 평소 바라보지 않았던 내 발밑도 쳐다볼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빛’과 관련된 한 말씀을 던지십니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여러분들 인생에 있어 이 빛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간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물질만능주의의 늪에 빠져 들어가 있었습니다. 은연중에 배금사상에 물들어 있었습니다. 지속적인 상승곡선, 고도성장, 경제창출능력...이런 단어에 너무나 익숙해졌습니다.


   우리에게 있어 어느새 ‘경제’ ‘성장’ ‘출세’같은 단어들이 빛의 반열에 올라있었습니다.  


   이제야말로 모든 것을 원 위치 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하느님은 하느님의 자리로, 경제는 경제의 자리로, 돈은 돈의 자리로...


   우리가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돈, 명예, 지위, 학벌... 사실 다 물거품 같은 대상, 뜬구름 같은 허상과도 같습니다. 움켜쥐었다 싶지만 어느새 소리 소문 없이 우리를 떠나갑니다.


   세월과 함께 모두 사라져버리고 결국 우리 앞에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진리입니다. 빛이신 하느님뿐입니다. 우리가 쌓아둔 사랑의 흔적뿐입니다.


   지금이야말로 기회입니다. 이제 그간 우리가 뒷전으로 던져두었던 소중한 단어들을 다시금 끄집어낼 순간입니다. 신앙, 자비, 연민, 용서, 화해, 배려, 나눔, 격려, 지지, 신뢰, 치유, 인간중심...


   곰곰이 생각해보니 행복은 별것도 아니더군요. 마음 한번 크게 먹으면 거기서부터 즉시 불행 끝 행복시작입니다. 행복은 우리 마음먹기에 달려있습니다.


   힘겨운 세상, 어두운 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지는 중차대한 과제가 하나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경제가 어려워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세상 사람들 앞에 보여주는 일입니다.


   우리 교회는, 사목자들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힘들고 지친 세상 사람들에게 따뜻함이 무엇인지, 포근함이 어떤 것인지, 하느님 자비가 무엇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하며, 그 사랑의 표시로 그에게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그가 크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기회와 자유를 준다는 것, 어떻게 보면 더 큰 행복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이런 노력이야말로 그에게 빛을 건네주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가운데 있다는 것은 새벽이 멀지 않았다는 표시입니다. 혹독한 고통 한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다면 충만한 평화의 순간이 멀지 않았다는 표시입니다.


   묵묵히 견뎌 나가다보면, 마음 크게 먹고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큰 빛이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그분께서 우리 옆으로 다가오실 것입니다. 따뜻한 손 내밀어 주실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66번 / 생명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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