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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 맛들이기] 향심기도<7> - 이승구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22 조회수764 추천수5 반대(0) 신고
 

향심기도 < 7 >

 

 

    기도 중에 떠오르는 생각(분심)과 거룩한 단어의 사용

 

   기도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기도 중에 떠오르는 생각들, 즉 끊임없는 분심과 잡념들로 괴로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분심 없이 기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기도 중에 떠오르는 분심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도 향심기도를 배우기 전에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었지만, 향심기도를 통해서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잘못된 생각인지를 깨달았다. 왜냐면 우리가 살아있는 한 우리의 의식은 항상 살아 움직이기에 계속해서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분심은 몰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매달리고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생각이 떠오르는 것에 대해 나쁘다거나 기도에 방해가 된다는 부정적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다만 기도 중에 떠오르는 어떤 생각에 관심과 흥미를 느끼고 그 생각에 빠져들게 되면, 이것은 하느님의 현존과 활동에 동의해 드리겠다는 원래의 지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에 빠진 것을 알아차리면 짜증내거나 자책하지 말고 아주 부드럽게 거룩한 단어로 돌아가라. 거룩한 단어로 돌아가라는 말은 거룩한 단어를 떠올리거나 아니면 마음 속으로 암송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흩어지거나 사라졌던 지향이 새롭게 쇄신되고 다시 하느님의 현존 속에 머무르게 된다.


   기도 중에 떠오르는 생각이 어떤 것인지 식별하면 그것이 떠나가도록 놓아두는데 도움이 되므로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우리의 주의나 관심을 끌지 않고 왔다가 지나가버리는 상상이나 기억과 같은 생각들이다. 향심기도 수련을 하다보면 이런 것들에 주의나 관심을 주지 않고 떠나가도록 놓아두게 된다.


   두 번째는 우리의 주의와 관심을 끄는 생각들이다. 즐겁거나 불쾌했던 기억이 떠오르면 그것에 매달려서 따라가기 쉬운 것인데, 이것을 알아차리면 부드럽게 거룩한 단어로 돌아간다.


   세 번째는 통찰이다. 걱정하거나 고심하던 어떤 문제의 좋은 실마리나 해결책, 깨달음 등이 떠오르면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향심기도 중에는 하느님과의 일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므로 그것들을 무시하고 거룩한 단어로 돌아가면 된다.


   네 번째는 자기성찰이다. '기도를 제대로 잘 하고 있는가?' 혹은 '왜 이렇게 분심이 많은가?' 등 기도 중에 일어난 것들에 대해 분석하거나 성찰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면 거룩한 단어로 돌아간다.


   다섯 번째는 무의식으로부터 올라오는 생각들이다. 향심기도 중에 무의식에 저장됐던 상처받은 기억이나 감정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면 거룩한 단어로 돌아가거나, 만일 쉽게 떠나가지 않으면 그 상황이나 느낌 속에 머물러 있으면 된다.


   기도 중에 즐거운 생각이든, 혐오스런 생각이든, 고통스런 생각이든 어떤 종류의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그것에 '대해' 또는 '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그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드리고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열어드리고 내어드리면서 그분의 현존 속에 머무르겠다는 '원래의 지향'으로 돌아가면 된다.


   향심기도 수련을 통해 이런 습관이 자라면 하느님께서는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거의 상처와 기억을 정화(치유)시켜 주시기에 우리는 내적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변형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 이승구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향심기도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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