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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맛들이기]거룩한 독서(1)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25 조회수784 추천수4 반대(0) 신고
 

 [기도맛들이기]거룩한 독서(1)

 


   마리아 어머니, 글월 드리니 놀라셨지요? '거룩한 독서'(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글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진솔하고 쉽게 쓸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형식을 빌려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편지는 단지 마리아 어머니께만 드리는 사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제 수도생활의 여정에서 만났던 많은 참 신앙인들 모두에게 드리는 것입니다.

 

   어쩌다 보니 저는 몇 년 전부터 거룩한 독서에 대해 말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러나 제 얘기가 사람들에게 정작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별로 자신이 없습니다. 장황하고 식자연(識者然)한 이야기로 거룩한 독서의 지극히 단순한 본질을 오히려 가리기나 한 것이 아닌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특히 어머니처럼, 어쩌면 수도자인 저보다 더 진짜 '수도자'의 모습으로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하느님 말씀을 살고 계시는 분들 앞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사실 여러 이유로, 거룩한 독서 자체에 관해서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무한경쟁의 소비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요즘은 영성이나 기도마저 사람들에게 소비되는 '상품'으로 포장되어 진열된 채, 거대한 시장이 되어버린 사회 안에서 고객을 모으는 '마케팅'의 주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거룩한 독서를 전파하는 일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거룩한 독서라는 '영성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전하고자 하는 바, 즉 하느님 말씀이 중요할 따름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말씀은 참으로 살아있고 힘이 있어서, 창세 이래 사람들 가운데서 끊임없이 활동해 오셨습니다. 부디 이 글월이, 하느님 말씀의 기운이 우리 교우들로부터 시작해서 이 땅에 널리 세력을 확장하시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랄 따름입니다. 나중에 더 말씀드리겠지만, 거룩한 독서는 이 일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거룩한 독서를 배우고자 할 때 우선 중요한 것은, 기도와 성경 독서가 깊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깊은 기도생활은 성경 독서와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초세기 신앙인들 기도는 성경 독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음이 너무도 분명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말씀드리기로 하고, 거룩한 독서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인지 한 마디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그저 기도하면서 성경을 읽고, 성경을 읽으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성경을 읽기 전에 먼저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도 기도로 마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성경 독서가 "기도로 말미암아 자주 중단돼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사실 초세기 그리스도인들이 읽어왔던 방식으로 성경을 읽으면, 기도하느라 중간 중간에 자주 멈추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거룩한 독서' 혹은 '렉시오 디비나'같은 유식하고 대단해 보이는 말투에 주눅 드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저 기도하며 성경을 읽고, 성경을 읽으며 기도하는 이 자연스런 일이 무슨 영적 비법이라도 되는 양 누가 굳이 폼 잡고서 가르쳐 줄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당장 오늘부터 어머니께서도 거룩한 독서를 실천하실 수 있습니다. 실천하시면서 제 말씀을 더욱 잘 알아들으실 뿐 아니라 제 이야기의 부족한 점에 대해 조언해 주실 수도 있으실 것입니다. 그리 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연학 신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토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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