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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서약과 책임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25 조회수1,071 추천수13 반대(0) 신고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 서약과 책임

 

혼인서약은 혼인하는 당사자들이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서 이런 식으로 서약을 합니다.

“나 신랑 아무개는 신부 아무개를 아내로 맞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하거나 병들거나, 부요하거나 가난하거나... 아내만을 사랑하고 신의를 지키며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것을 서약합니다.”

물론 신부의 서약도 이와 크게 다름이 없습니다.

이미 혼인서약을 하면서 두 사람은 그들이 함께 걸어가야 할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직감합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울 때가 오더라도 사랑엔 변함이 없을 것임을 미리 서약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혼인 서약은 죽을 때까지 그 사랑의 의무 안에서 살기를 결심하는 것이지 혼인식과 함께 끝나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성직자나 수도자들도 하느님 앞에서 서약을 합니다. 수도자들은 순명, 정결, 가난 서약을 하고, 수도자가 아닌 성직자들은 가난 서약은 하지 않습니다. 이 서약은 혼인 서약과 마찬가지로 죽기까지 지켜야 할 의무로 남습니다.

부부가 부부로 남기 위해서는 이 서약을 서로 존중하며 지켜야하는 것처럼 성직자나 수도자도 그렇게 남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한 서약을 지켜야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서약을 다 잘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부부는 이혼하기도 하고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옷을 벗기도 합니다. 이혼하거나 옷을 벗지 않는다고 해서 그 서약들을 완전하게 지키는 것도 아닙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우리는 서약했던 것들을 어긴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서약들이 지켜가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가브리엘 대천사가 성모님께 나타나 주님의 뜻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묻습니다. 오늘 축일을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이라 부르는데 사실 ‘예고’라는 말에는 그저 주님 탄생을 미리 알려준다는 의미가 있지만, 이 순간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순간입니다.

만약 성모님께서 천사의 말에 “예!”라고 대답하지 않았다면 예수님은 온전한 방법으로 세상에 오실 수도 없으셨을 것입니다. 천사는 마치 사제가 혼인하는 신부에게 ‘아무개를 남편으로 맞아들이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대답이 없다면 모든 게 허사가 됩니다. 이 순간은 인류 역사 안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성모님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대답하십니다. 이렇게 해서 성령님의 힘이 성모님을 덮고 하느님이 사람이 되게 된 것입니다.

 

히브리서 10장 5절 이하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그분은 세상에 오시며, “당신은 나를 위해 한 ‘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 예! 제가 당신의 뜻을 이루러 갑니다.”

이는 성자께서 세상에 내려오기 전에 하신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성모님의 육체를 아들을 위해 마련하시고 아들에게도 그 육체를 받을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보시는 것입니다. 아들은 성모님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다고 기꺼이 선언합니다.

이렇게 성자의 ‘예!’와 마리아님의 ‘예!’가 결합되면서 두 분이 한 몸이 되신 것입니다. 한 육체 안에 두 개의 심장이 뛰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육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계약입니다.

성모님께서 시메온에게 “당신의 영혼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라는 말씀을 듣기 이전에도 구원자와 한 몸이 되는 것이 어떠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지 잘 아시고 계셨습니다. 물론 성자께서도 육체를 취하시기 이전에 육체를 취하는 것이 결국 어떤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잘 아셨습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종을 자신의 고향으로 보내며 아들인 이사악의 아내를 구해오라고 합니다. 그 종은 우물가에서 만난 레베카를 이사악의 아내가 될 것인지를 청하고 결국 승낙을 얻어냅니다.

교부들은 이 내용을 오늘 축일을 지내고 있는 가브리엘 대천사의 방문과 비유하였습니다. 즉,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이 종을 보내듯이 당신 아들의 신부가 될 사람의 동의를 받도록 천사를 보낸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렇게 보자면 오늘은 성자와 마리아와의 혼인서약일입니다.

두 분은 당신들이 하신 혼인의 서약을 한 치의 부족함도 없이 지키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 혼인의 계약은 이제 그리스도와 우리 사이에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를 사랑하여 그 분과 한 몸이 되는 것은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시밭과 십자가도 동시에 주어집니다. 우리의 혼인 서약은 세례 때 하였습니다. 세례 때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분을 죽기까지 사랑하겠다는 서약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처럼 우리는 그 서약을 잘 지키며 살지는 못합니다. 그렇더라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 성모님께서 영혼을 관통하는 고통까지도 감수하며 온전히 그 약속을 지키셨듯이 우리도 성모님을 본받을 결심을 하고 매일 성모님의 모습을 목표로 새롭게 변화되어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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