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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맛들이기] 거룩한 독서(2)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26 조회수719 추천수2 반대(0) 신고
 

 [기도맛들이기] 거룩한 독서(2) 

 


   말씀 담을 마음과 들을 귀 주소서!


  마리아 어머니, 연세에 비하면 아직 건강하시지만 원체 무더워서 고생 많으시지요? 지난주에 말씀드린 대로, 거룩한 독서는 기도하면서 성경을 읽고 성경을 읽으면서 기도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실 누가 굳이 가르쳐 드릴 필요도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여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십사 몇 가지 더 말씀을 드려 봅니다.


   거룩한 독서의 관건은, 어떤 영적 기교의 수련이 아니라 믿음입니다. "하느님께서 바로 이 성경 본문을 통해 내게 개인적으로 말씀을 주고 계신다"는 믿음은 새삼스럽게 다시 터득하실 필요가 없으시지요?


   바로 이 단순한 믿음으로 성경 본문을 펼치고, 마치 일광욕하는 사람처럼 편안하고 고요하게 이 말씀의 빛 앞에 머무는 일로부터 거룩한 독서는 시작됩니다. 이 순간 굳이 말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으로부터 솟는 진실한 몇 마디 기도를 하느님께 바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부족한 제가 주님 말씀을 듣고 싶어 왔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가장 잘 아십니다. 저를 보시고,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주님의 영을 보내셔서 말씀을 귀담아 들을 줄 아는 마음, 말씀을 깨칠 줄 아는 눈을 열어 주십시오." 뭐 이 비슷한 기도면 되겠습니다.


   '시작기도'의 이 순간이 정해진 기도문을 읊는 순간에 그쳐서는 곤란합니다. 주님께서 이 본문을 통해 내게 말씀하신다는 믿음을 통해 본문에 기록된 말씀은 벌써 그분의 현존으로 가득차기 시작합니다. 이 말씀은 사실 감실 안에 모셔진 성체만큼이나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마음 역시 감실 앞에 나아와 앉은 만큼이나 하느님 현존을 의식하는 기도의 자세가 돼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믿음을 가다듬으면서, 혹은 흠숭의 침묵으로 혹은 성령을 청하는 기도로 이뤄지는 시작기도는 생각보다 많이 중요합니다. 마음이 어둡거나 흐트러져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잠깐 하고 마는 형식이 아니라, 정성스레 진심을 담아 잘 바쳐야 하고 때로 오래 바쳐야 합니다.


   그런 다음부터 본문을 읽는 것입니다. 읽되, 아주 천천히, 주의 깊게 읽습니다. 마음으로는 하느님께서 내게 주시는 말씀을 듣되, 눈으로는 그 말씀이 담긴 글자들을 읽는 것입니다. 귀한 사람이 말할 때 우리는 그의 말을 한 자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듣지요. 마찬가지로 하느님 말씀이기에, 우리는 그야말로 토씨하나 놓치지 않고 주의 깊게 읽어야 하는 것입니다.


   소리 내어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자기 귀로 들어가며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조급하거나 인위적으로 하느님 말씀을 포착하려 조바심 낼 필요가 없습니다. 태양이 늘 우리 머리 위에 떠있듯, 하느님께서는 지금 성경을 읽고 있는 마리아 어머니와 이미 함께 계십니다. 그저 그분 안에서 쉬며 들을 때, 성령께서 자연스레 마음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느끼게 해 주실 것입니다.


   이렇게 단순한 믿음 안에서 본문을 여러 번 주의 깊게 읽다보면 자연히 어떤 구절에 마음이 더 가게 됩니다. 그러면 잠깐 그 구절 앞에서 머무릅니다. 이 구절이 무슨 뜻인지,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알려 주십사 청하는 마음으로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그 때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떠오르면, 그것을 소재로 하느님께 기도드릴 수 있습니다.


   독서 전체가 이렇게 '기도로 자주 중단'되면서 진행됩니다. 그러다가 마칠 시간이 되면, 방금 들은 이 말씀이 내 마음 깊이 새겨져서 오늘 일상 안에서 생각과 느낌과 판단과 말과 행위의 기준이 될 수 있게 해 주십사 하는 간청과 깊은 감사로 마무리하시면 됩니다. 어려울 것도 새로울 것도 하나 없지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이연학 신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토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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