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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증언과 영광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26 조회수578 추천수8 반대(0) 신고
 
 

증언과 영광 - 윤경재

 

“나는 사람의 증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은 너희가 구원을 받게 하려는 것이다. 나에게는 요한의 증언보다 더 큰 증언이 있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완수하도록 맡기신 일들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것이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도 나를 위하여 증언해 주셨다. 너희는 성경에서 영원한 생명을 찾아 얻겠다는 생각으로 성경을 연구한다. 바로 그 성경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 와서 생명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나는 사람들에게서 영광을 받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영광을 주고받으면서 한 분이신 하느님에게서 받는 영광은 추구하지 않으니, 너희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 너희가 모세를 믿었더라면 나를 믿었을 것이다. 그가 나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하였기 때문이다.”(요한 5,31-47)

 

  공관복음서에서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가 중요한 선포의 주제였습니다. 그러나 요한복음서는 복음 선포의 대상을 하느님의 나라에서 예수님 당신으로 바꾸었습니다. 심지어 하느님의 나라라는 표현은 단 두 번만(3,3.5) 사용됩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존재 자체가 의미 있다는 선언입니다.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셨고 우리와 함께 사셨으며 행동으로 보여주신 여러 가지 일들과 죽음과 부활이라는 영광이 그 자체로 선포 대상이라는 말입니다. 추상적 의미의 하느님 나라보다 구체적 모습을 지녔던 예수가 믿음의 대상이라는 말입니다.

  예수를 왜 믿어야하는지 그 이유를 세 가지 면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그분께서 보여주신 일을 보고 믿으라는 것입니다. 그분께서 보여주신 일이 수없이 많지만 요한복음서 저자는 일곱 가지 특별한 사건으로 꼭 집어 일곱 기둥처럼 드러냈고, 그 일을 우리에게 인식시키고자 예수님의 자기 증언을 사이사이에 말씀(레마타)으로 엮어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건으로는 수난과 십자가와 부활을 한꺼번에 묶어 ‘들어올림과 영광’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즉 표징과 십자가가 예수님께서 하신 일이라는 말입니다. 그 일을 보고 믿으라는 초대입니다.

  두 번째 증언은 하느님 아버지 목소리입니다. 불행하게도 그 말씀 안에 머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거나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이 사람이 되신 것 자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세 번째 증언은 성경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영원한 생명을 얻겠다고 하면서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성경에서 영원한 생명을 발견하는 길은 예수라는 새로운 빛으로 조망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먼저 성경 안에서 예수를 증언하는 내용을 찾아보고 그에 따라 재해석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그럴 생각도 없었고 원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모세의 증언보다 자기들이 해석하는 내용에 더 비중을 두었고 그 해석 방법에 영광을 부여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모세가 와서 그들을 고발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우리도 가끔 성경을 해석하고 주석하는데 나름의 눈을 강조할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빛으로 조망한다고 말은 하지만, 인간적인 눈으로 해석할 때가 많습니다. 사리에 합당하다는 핑계로 예수님의 일을 이성적?으로 설명하려고 하였고 그런 시도에 박수를 쳤습니다. 마음에 새겨 두려하지 않고 다 까발려야 직성이 풀리는 어리석음을 자주 범했습니다. 이리저리 변죽만 울리고 핵심은 파악하지도 못한 소리에 감동 받았다고 갈채를 보냈습니다.

  현대 불교의 뛰어난 선사 스즈끼 다이세쯔는 “나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리스도교와 불교 사이에 가로 놓인 심연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라고 겸허하게 썼습니다. 죽음이 생명으로 바뀌는 장면을 침묵으로 실현하여 보여준 쾌거라는 말입니다.

  어떤 성경 해석자나 설교가의 웅변보다 이 한 마디 겸손한 고백이 예수님의 일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나는 과연 무엇으로 예수님의 일을 증언할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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