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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한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27 조회수551 추천수9 반대(0) 신고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한다 - 윤경재

“저 사람이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는데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최고 의회 의원들이 정말 저 사람을 메시아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메시아께서 오실 때에는 그분이 어디에서 오시는지 아무도 알지 못할 터인데, 우리는 저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성전에서 가르치시며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너희는 나를 알고 또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나 스스로 온 것이 아니다. 나를 보내신 분은 참되신데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한다. 나는 그분을 안다. 내가 그분에게서 왔고 그분께서 나를 보내셨기 때문이다.” 그들은 예수님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그분께 손을 대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분의 때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요한 7,25-30)

 

 현대에 들어 인간의 두뇌생리학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뇌의 구조라든가 특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의 사고 방법에 대해 부분적이나마 이해가 높아졌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뇌에 대해 알았던 것 중에 몇 가지는 착각이었음이 판명되었습니다. 우리 짐작과는 달리 뇌는 끊임없이 성장 가능하고 피로에 지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속적인 자극을 주면 연결망 회로가 증가되어 두뇌가 좀 더 효율적으로 활동한다고 합니다. 잠을 자면서도 끊임없이 운동하는 심장처럼 뇌도 쉬지 않고 활동한다고 합니다. 가끔 뇌가 정지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뇌가 피로해서가 아니라 눈이나 근육, 다른 장기가 피로해서 오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이때 두 눈을 감고 상상의 날개를 펴면 두뇌가 명석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또 뇌신경은 연결세포를 통해 작용하므로 이 연결고리를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연습을 하면 두뇌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방법은 늘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고, 이해의 폭을 넓히며, 생각을 정리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독서와 연상, 상상, 여행과 인간관계 확대가 머리를 좋게 만든다고 합니다.

  뇌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새로운 자극을 주지 않으면 쇠퇴하게 되므로 스스로 무엇인가 꾸며 냅니다. 고정된 시각으로 같은 장면을 보면 못 견뎌합니다. 그래서 사람을 방안에 가두어 두고 한 가지 사물만 보게 하면 조만간 환각이나 환청을 만들어 냅니다. 소위 미친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여행처럼 새로운 환경을 만나는 것이 우리 두뇌를 자극하고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또 뇌는 혼란시키는 것을 못 견뎌하기 때문에 적당히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되면 합리적으로 꾸며대길 좋아한다고 합니다. 자기를 지키려는 본능입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해서라도 자기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답니다.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먼저 자기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꾸며댄 결과로 빗어낸 일이라는 말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었던 군중들은 마음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드러내놓고 큰 소리로 외치는 모습을 보면 무엇인가 수긍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그가 보여주는 여러 기적들을 보면 믿을 만도 했습니다. 그래서 최고 의회 지도자들에게 판단을 미루는 듯한 발언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의 틀에 갇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고정 관념에 쌓여 새로운 정보를 차단하고 말았습니다. 예수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좀 더 살펴보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메시아께서 오실 때에는 그분이 어디에서 오시는지 아무도 알지 못할 터라는 자기들의 논리를 꾸며대었습니다.

  바빌론 유배 이후 유대인들은 메시아 사상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메시아가 다윗 왕처럼 자기들을 이끌어 정치적 독립을 이루어 줄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모두 메시아가 어디 태생인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실현 되지 않으니 이제는 사람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내려 올 것이라는 묵시 사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니엘서가 그 본보기입니다. 무엇인가 상상을 한 것이죠. 그런 연상의 결과 메시아 상이 조금 바뀌게 되었습니다. 두 가지 생각이 혼합되었습니다.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사람의 아들이 메시아가 되어 구름을 타고 나타나 자기 민족을 구할 것이라 믿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는 이 두 가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는 구름을 타고 내려오지 않았으며 또 예언서에 기록된 출신이 아니라 이방인의 땅 갈릴래아 출신이고, 정치적 지도자가 되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보기에는 사이비 메시아가 틀림없었습니다. 이미 그런 가짜 메시아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경험도 있었기에 더욱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예수는 그런 부류와는 많이 다르긴 했습니다. 언행에 권위가 있었고 실제로 병자를 치유하고 귀신을 쫒아내며 빵을 많게 하는 기적 등등을 보여주긴 했습니다. 비록 그의 말이 하도 뜬 구름 잡는 것 같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무엇인가 믿고 싶은 구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기들이 여태껏 생각해 오던 하느님과 다른 분을 말한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그를 가만히 놓아둘 수 없었습니다. 사실 예수께서 말하는 하느님은 그들의 이해를 벗어났습니다. 전 인류를 사랑하고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유대인들의 태도는 지금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예수께서 들어설 자리가 없이 고정된 하느님의 상을 만들고 있지나 않은지 모릅니다. 당신 목숨을 내어 주는 삶을 본받으라는 것은 쏙 빼놓고 합당한 보상만을 요구하는 바리사이가 만든 하느님에게 매달리고 있지나 않은지 모릅니다. 강생의 신비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나와 다른 곳에 계신 분이니 아무 상관없이 간섭하지도 말라고 요청하는 것은 아닌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고자 하는 하느님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모를 뿐입니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한 가지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스스로 십자가를 지셨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에게 성체 성사로 들어오시어 함께 사시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이것만큼은 헷갈리지 말고 고백하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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