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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께서 생명으로 이끄시는 방법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29 조회수587 추천수5 반대(0) 신고
 

 

예수께서 생명으로 이끄시는 방법 - 윤경재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이제 제 마음이 산란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아버지, 이때를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요? 그러나 저는 바로 이때를 위하여 온 것입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십시오.” 그러자 하늘에서 “나는 이미 그것을 영광스럽게 하였고 또다시 영광스럽게 하겠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내가 아니라 너희를 위하여 내린 것이다. 이제 이 세상은 심판을 받는다. 이제 이 세상의 우두머리가 밖으로 쫓겨날 것이다. 나는 땅에서 들어 올려지면 모든 사람을 나에게 이끌어 들일 것이다.” (요한 12,20-33)

 

  작은 밀알 하나는 자신의 생명력을 담고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땅에 떨어져 단단한 껍질이 물러지고 부서지면 그 안에 있던 생명력이 비로소 싹을 틔고 나옵니다. 땅속의 수분과 공기 중의 햇빛을 향해 뿌리와 줄기를 냅니다. 그동안 밀알은 생명 활동을 만끽합니다. 생명을 만끽한 결과로 풍성한 열매를 맺으며 그 열매는 다른 생명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밀알 껍질은 반질반질 윤기가 납니다. 그 자체로도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생명력을 담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합니다. 자신이 썩지 않으면 생명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인간의 자아도 이 껍질을 닮았습니다. 그 안에 생명의 성령이 담겼다는 것을 모릅니다. 껍질인 자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반질반질 윤이 납니다. 그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자아를 지키려고만 한다면 결국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합니다. 자신의 껍질을 유지하려고 붙잡고 있는 사람은 결국 그 안에 담긴 생명의 성령을 죽음으로 이끈 것입니다.

  밀알의 껍질은 생명의 진리를 모르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인간은 거기에 두려움이라는 감정까지 지녔습니다. 인간은 무명(無明)과 공포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은 평생 생명의 안전을 추구했던 습관대로 안전이 첫 번째 본능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인간은 이 두려움을 떨쳐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죽음이 죽음으로 끝장날 것이라는 두려움, 모든 것이 덧없이 무화(無化)할 것이라는 두려움, 내가 내세우는 가치가 결국엔 아무 소용없게 될 터이니 내가 아는 동안이나마 실컷 지키자는 두려움, 과연 사랑이 모든 무명과 두려움을 이겼다는 예수님의 선언을 믿을 수 있을까하는 또 다른 두려움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인간의 이 두려움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실제로 온전한 인성을 지니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제 마음이 산란합니다.”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이 산란한 마음이 바로 피땀을 흘리신 겟세마니의 기도를 뜻합니다. 예수의 번민은 똑 같은 인간으로서 겪으셔야했던 고통의 진실성을 보여줍니다. 우리도 이런 번민의 과정을 겪어야하며 어떻게 그 결과가 이루어질지 미리 보여주신 것입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22,42) “‘아버지, 이때를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요? 그러나 저는 바로 이때를 위하여 온 것입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십시오.”(요한12,28)

  깜깜한 어둠 속에서 드린 겟세마니의 기도와 환한 대낮에 겪으신 ‘마음(프쉬케)의 산란함’은 모두 예수의 진정성을 드러냅니다. 다시는 두려움의 위력에 지지 말라는 격려를 보내주신 것입니다. 몸소 보여주신 주님의 길을 따르는 자는 풍성한 열매를 맺어 새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도 껍질인 마음(프쉬케)의 산란함을 이겨내고 알맹이인 생명의 영(프네우마)을 지키고 열매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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