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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요셉 수사님의 성소 이야기] 나를 이끄신 하느님 2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30 조회수785 추천수7 반대(0) 신고
 

[요셉 수사님의 성소 이야기] 나를 이끄신 하느님 2

   나는 나의 신앙생활과 성소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떨칠 수 없답니다. 즉 "씨를 뿌리는 이는 인간일지 몰라도 그것을 싹트게 하고, 자라게 하여 열매를 맺게 하시는 이는 하느님" 이라고…


   저와 함께 영세한 저의 동료들 2200명 중에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계속하는 이가 얼마나 될 런지, 그리고 성소를 받아 하느님께 봉헌된 생활을 하는 이가 저 외에 또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씨를 뿌릴 때 장래 어떻게 될지 미리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다시 저의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성세성사와 견진성사까지 받은 신자였지만, 실상 그 당시 군대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기는 어려운 여건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신자 군인들은 다른 비신자들과 똑같이 생활하며 겉으로 보기에는 누가 신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데, 가끔은 식당에서 부끄러운 듯이 성호를 긋는 동료 군인들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어보면, 그들 중에 의외로 구교우 신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한테 신자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일을 배우고 싶어 이것, 저것 물어봐도 시원스런 답변을 얻어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시절  제가 알기로는 그 날이 분명이 사순절 금요일, 그것도 예수님의 수난을 기념하는 성 금요일 이었는데,  그날따라 식당에서는 오랜만에 소고기국이 나왔습니다.


   내가 배워 알기로는 사순절 금요일 그것도 성금요일인 이 날은 금육과 단식의 의무가 있는 날이라는 걸 알고 ,  나름대로 의무를 지키겠다고 , 연일 계속되는 고된 교육과 훈련으로 배가 몹시 고팠지만, 나는 조금의 밥만 타가지고 김치로 요기를 하였는데,  별 것도 아닌 이 일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어려운 군대생활 중에서도 신자생활을 제대로 하며  깨어있는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는 중에도, 국방부의 시계는 쉬지 않고 잘 돌아가서 어느 듯 때가 되어 , 나는 34개월의 의무 기한을 채우고, 1973년 11월 말에  제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약 두 달 후에  나는 단순히 교리를 더 배우고 싶어서  <서울 가톨릭교리신학원)의 신입생 모집 광고를 가톨릭 신문에서 보고, 거기 입학하기 위해 본당신부님의 추천을 받으려 찾아갔는데 신부님께서는, 그곳을 졸업해 봐야 별로 장래성도 없으니 차라리 취직자리를 알아보라고 하셔서, 순명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얼마 후에 <가톨릭출판사>에 홍보사원으로 취직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가톨릭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서적 월부 외판사원이었습니다. 그 당시 출판사에서는  가톨릭성인전이 상, 하권 한 질로 해서 새로 발행되었는데, 우리는 그 책을 신자들의 가정을 찾아다니며 판매하는 일을 했습니다.


   1974년 1월 하순에 내가 가톨릭출판사 홍보부에 입사하여  <가톨릭 성인 전- 상, 하권>을 본당 신자들에게 광고하고 판매하기 위하여 일을 시작한 곳이 서울의 <오류동 성당> 이었는데, 그날 아침에 나는 그 성당으로 가서, 제단 한쪽에 모셔진 성모상 앞에서 잠시 기도를 하였습니다.  나중에  오류동 성당의 주보가 <가르멜 산의 동정마리아> 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그때부터 나는 가르멜과 인연이 맺어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아직 할 때가 아니고,  나의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우리가  가톨릭 성인 전을 신자들에게 광고하고 판매하는 방식은 먼저 본당사제한테 가서 인사를 드리고, 주일미사 후에 성당현관이나 마당에서  판매할 허락을 받고, 또 사무장의 협조를 받아 신자들의 주소를 가지고 각 신자가정을 개별 방문하여 판매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서울의 오류동본당, 부산의 태종대 본당, 양정본당, 초량본당 그리고 전북 김제 본당까지 우리는 지방으로 몇 주씩 출장을 다니며 일을 하였는데, 처음에는 내성적인 성격과 숫기가 없는 태도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차츰 적응하게 되어 얼마 후에는 신입사원 중에서 판매실적이 가장 좋을 정도로 일에 재미가 붙었습니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신자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이고, 그리고 책을 판매하는 것보다도 신자들(대부분은 가정주부인 자매님들)과의 대화가 좋았고, 신앙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그들은 신앙상담을 하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참으로 친절하고, 진정으로 주님 안에서 형제적 사랑을 느끼게 해 주었고, 처음 보는 저에게 가족과 같이 함께하는 식사에 초대해 주는 이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나의 초창기 직장생활, 또는 사회생활은 순조롭게 되어가는 듯 했습니다.


   두어 달이 지난 뒤 회사에서는 저에게 다른 일을 맡겼는데, 그것은  다른 사원들이 계약해 놓은 월부서적에 대한 것을 일일이 집을 찾아다니며 수금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여간 어려움이 많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애써 찾아간 집에는 아무도 없는 곳이 많았고, 혹시 누가 있다고 해도 금방 대금을 납부하는 것이 아니고, 반품하려하는 이, 다음에 다시 오라는 이 등등 하루 종일 집을 찾아서 헤매고 다니며  애써 봐도 허탕 치는 날도 많았습니다. 결국 입사한지 석 달 만에 거기서는 장래성이 없어 사표를 내고 말았습니다.


   나는 그때 받은 몇 푼 안 되는 월급을 통 털어 바오로 서원에 가서 신앙생활을 위한 양식으로 신심서적과 수녀님들이 직접 불러 취입한 음반(LP)을 샀습니다. 그리고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영혼을 살찌우는 그 책들을 읽고, 영혼을 고양시키는 음악을 들으면서 몇 달을 지냈습니다.


    그 무렵, 가톨릭 신문사에서는 신인 작가들의 원고 모집이 있었습니다. 시, 수필, 소설 등 여러 장르에서 투고를 받았는데, 나는 두어 달 동안에 원고지 500 매 분량의 소설을 <흔들리는 십자가> 라는 제목을 붙여 보냈는데, 내용은 신앙생활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갈등을 그려낸 자전적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보기 좋게 낙선을 하였지만, 글을 쓰는 동안 그 일에 몰두할 수 있었고, 신앙생활의 여러 문제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에 취직을 했다가 몇 주 만에 그만두기를 두 번 더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내와 끈기가 없어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듯 보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인생의 목적을 찾아다니는 청년기의 방황이었습니다.


   당시 나의 관심은 오로지 진리 추구에 있었지, 세상에서 먹고 살며 결혼하고, 출세하는 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무렵 매일 같이 몇 페이지 씩 썼던  일기장에도 <영원한 진실을 기리며>라고 제목을 붙였는데, 그 몇 년 동안에 쓴 것이 두꺼운 대학 노트 10 권이 넘었습니다.


   그 무렵, 마침 우리 본당(서울 돈암동 성당)에 주임 사제가 새로 부임해 오셨는데, 그분이 바로 내가 군대생활을 할 때 우리 부대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오셔서 미사 드리던 군종사제였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신부님과 좀 더 가까이 지내며, 본당 활동에도 적극성을 띄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해가 가고 새해 1975년 1월이 되어 다시 가톨릭교리신학원의 학생 모집이 있어, 입학원서를 사서 본당신부님의 추천을 받아 입학시험에 응시했습니다. 시험과목은 국어, 국사, 일반상식, 교리였는데 다른 것은 다 자신이 있었지만, 교리 과목은 자신이 없어 몇 주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결국 신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처음에도 이야기하였지만, 교리를 한 시간도 못 배우고 영세한 탓으로 나는 단순히 교리를 배우기 위하여 그 신학원에 입학을 하였는데, 막상 학교에 들어와 보니 모든 학생들이 교리의 전문가들 즉, 수사, 수녀, 사무장들이었습니다. 물론 몇 명의 남여 평신도들이 있었지만 나 같은 초보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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