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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땅바닥 리스트?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31 조회수626 추천수8 반대(0) 신고


 

 

 

 

요한  8,1-11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자가 가운데에 세워 지고,

예수님과 군중이 마주서 있다.

 

모두가 예수님의 입을 주시한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스승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수님께서는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신다.

 

모두의 눈이 예수님의 손가락으로 쏠린다.

무슨 글자인지 알 수가 없어 줄곧 물어댄다.

 

 

 

예수님께서는 몸을 일으키시어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누구든지, 그것이 여자이든지, 예수님이든지,

아무튼 누구든지 돌로 치고 싶은 사람들이 뺑 둘러져 있었다.

 

살의에 가득찬 그들에게,

비웃음과 악의에 가득찬 그들에게,

조바심에 시간을 재촉하는 그들에게,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 하고 말씀하신다.

 

이미 그들 가운데 '죄 있는' 여자를 세워놓았는데....

예수님은 그 여자 말고,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를 찾으라고 하신다.

 

사람들은 서로를 둘러본다.

'죄 있는 자'를 찾는 눈은 빠르나,

'죄 없는 자'를 찾는 눈은 없는 그들이다.

 

 

'죄 없는 자'이신 한 분은 

다시 몸을 굽히시어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고 계셨다.

 

혹자는 예수님이 거기 모여든 군중의 죄를 낱낱이 쓰고 계셨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른바 예수님의 "땅바닥 리스트"가 되는 것인가?  

 

 

박연차 리스트,

장자연 리스트,

그리고 누구 누구 리스트,

 

이제 '리스트'라는 소리는 지겹게 들었다.

정권이 바뀌고 나면, 지난 정권의 이부자리를 들추는 사건과 리스트들이 쏟아진다.

석연치않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스캔들과 리스트들이 난무한다.

 

성과 돈과 권력에 연루된 도덕과 윤리의 추락,

인간성의 바닥과 우리 사회의 어두운 밑바닥을

고스란히 보게 해주는 리스트들이다

 

 

"나는 너희가 회칠한 그 벽을 허물고 땅바닥에 쓰러뜨려,

바탕까지 드러나게 하겠다."(에제 13,14)

 

 

그렇다면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가게 만든 

땅바닥 리스트?

 

땅바닥에 떨어진 우리의 현실을 알려주는

땅바닥 리스트?

 

 ...............................................................

 

 하지만 그런 리스트는 없다.

그분은 죄의 목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십계명을 어긴 대죄를 지은 여인에게 하신 말씀이다.

 

 먹이를 앞에 두고 조급하게 달려드는 그들에게

느긋하게 땅에 엎드려 글을 쓰시는 예수님.

 

 흙으로 빚은 인간 존재를 상기하게 해주는 땅에 

글씨를 쓰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주시겠다" 하신 

예레미아 예언자의 말씀(31,33)을 생각하게 한다.

 

 예수님께서 바닥까지 드러난 그들의 실체를 보고 

그들의 비리와 부패를 낱낱이 적었다기 보다는

 

그들이 허물어버린 하느님의 모상을 다시 그려주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생명과 사랑의 법을 

다시 가슴에 새겨주신 것이라 믿고 싶다.

 

그래서 양심을 되돌려받게 된 그들은, 

생명과 사랑을 되찾은 그들은,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 

 

남의 부정을 탐색하는 호기심에서.

단죄를 즐기는 살의의 현장에서.

 

 예수님은 떠나가는 그들의 뒤에 대고 말씀하셨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

  

당신의 모상을 새겨 만든 인간,

당신의 목숨을 바쳐 사랑한 인간,

 

그 존엄한 존재들의 회복을 위해

땅바닥처럼 딱딱한 양심 깊숙히 

생명과 사랑의 법을 새겨주시기 위해

 

어서 오소서. 주님.

어서 오소서.

 

 

 Miserere Mei,D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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