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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1일 사순 제5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01 조회수1,101 추천수18 반대(0) 신고
 
 

4월 1일 사순 제5주간 수요일-요한 8,31-42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하수구 주님>


   사순시기의 막바지인 요즘 저희 사제들 ‘대목’입니다. 답답하고 좁디좁은 고백소 안에서 몇 시간 씩 앉아계셔야만 하는 신부님들, 참으로 고생들이 많으십니다.


   판공성사를 도와드리러 가보면 사죄경을 셀 수도 없이 반복해도 고백성사는 계속됩니다. 두 시간 가까이 지났길래, 화장실도 갈 겸, 줄이 얼마나 되나 확인할 겸, 잠깐 고백소 밖으로 나왔는데, 아직도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오늘 대박이로구나!’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래도 몸은 비록 힘들지만 고백성사를 통해서 그간 이고 지고 왔던 무거운 영혼의 짐들 다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서는 신자들을 바라보며 큰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 주님은 마치 하수구 같습니다. 쓰레기통 같습니다. 우리가 오랜 세월 무겁게 끌고 다니던 잡동사니들, 불순물들, 지저분한 것들, 죄들, 어두운 과거,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무조건 무조건입니다. 따지지 않고 다 받아들이십니다. 그리고 말끔히 정화시키십니다. 온전히 원상복귀 시키십니다.


   고백성사를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더 이상 입을 수도 없고, 기울수도 없는 우리의 낡아빠진 옷을 도로 받으시고, 백옥같이 하얀 새 옷을 무상으로 나눠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진리는 곧 하느님이십니다. 진리는 하느님 사랑의 최종적인 결론인 육화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진리는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것입니다. 진리는 하느님께서 우리 죄인들을 각별히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진리는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구원하신다는 것입니다.


   비록 우리 죄가 진홍빛 같을지라도, 우리가 지난 세월이 아무리 보잘것 없어보일지라도, 그래서 우리의 삶에 대한 의미부여가 도무지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우리의 주님께서는 우리의 그 철저한 부족함 때문에 우리에게 오시고, 연민의 마음으로 다가오시고, 결국 우리를 구원하신다는 그것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진리가 아닐까요?


   한계를 지닌 우리 인간들입니다.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우리들입니다. 때로 비참하기 그지없는 우리들입니다. 마치 죄라는 새장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이런 우리를 자유롭게 하실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느님이십니다. 그분의 한없는 사랑, 바다 같은 그분의 자비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며 우리 역시 이웃들에게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습니다.


   크게 한발자국 뒤로 물러섬을 통해서, 이웃들의 부족함을 기꺼이 참아냄을 통해서, 왠지 밑지는 것 같아도 그러려니 마음먹음으로써, 이웃들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줌을 통해서, 진리가 무엇인지를 세상 앞에 보여주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10번 / 나의 생명 드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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