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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교만한 겸손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03 조회수964 추천수11 반대(0) 신고

 

 

 

사순 5주간 금요일 - 교만한 겸손

 

성당에서 봉사를 하라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대답이 “능력이 안 돼서요.”입니다. 물론 정말 능력이 안 된다고 느껴서 그렇게 대답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는 “하기 싫어요.”라는 말을 그렇게 돌려 말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거부하면서도 사실은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입니다. 저는 그런 대답이 나오면 으레 “그런 것이라면 상관없어요. 어차피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요. 주님께서 어떤 일을 위해 부르신다면 합당한 능력도 주실 거예요.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어쩌면 참 좋은 일입니다.”하며 응수합니다.

그러면 실제적인 이유들을 댑니다. “시간이 없어서요.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아서요. 아는 것이 없어서요. ...” 저는 이런 말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그것이 큰 이유가 되지 않음을 설명합니다. 정말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어가서 보면 봉사를 하지 못할 이유를 지닌 확률은 5%도 안 됩니다.

 

“능력이 안 돼서요. 아는 게 없어서요. 저보다 더 잘 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전 못해요...”

저도 주님께서 사제성소로 부르실 때 주님께 했던 말들입니다. 가만히 보면 다 자신을 낮추는 말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주님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교만함에서 나오는 말들입니다.

그러나 참 겸손은 받아들이는 능력이지 거부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겸손한 사람은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하며 주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겸손이지 ‘감히 내가 어떻게?’라고 하며 거부하는 것이 겸손이 아닙니다.

겸손은 받아들이기 위해서 자신을 비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겸손이 사랑입니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전 당신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못돼요.”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에게 커다란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겸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랑을 받아들이기 싫다는 말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가 “나는 신이다.”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교만한 걸까요, 겸손한 걸까요? 아주 교만하여 자신을 정말 하느님처럼 생각하든지, 아니면 진리를 깨우쳤든지, 둘 중의 하나일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스스로 당신이 하느님이라고 하십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을 모독한다고 하면서 예수님을 돌로 치려고합니다.

“좋은 일을 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을 모독하였기 때문에 당신에게 돌을 던지려는 것이오. 당신은 사람이면서 하느님으로 자처하고 있소.”

예수님은 성경 구절을 들어 당신의 말씀을 정당화합니다.

“너희 율법에 ‘내가 이르건대 너희는 신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으냐? 폐기될 수 없는 성경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이들을 신이라고 하였는데, 아버지께서 거룩하게 하시어 이 세상에 보내신 내가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하였다 해서, ‘당신은 하느님을 모독하고 있소.’ 하고 말할 수 있느냐?”

성경에는 정말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인 이들을 모두 신, 즉 ‘하느님’이라 불렀습니다. 그 이유는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하느님의 말씀, 즉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됨으로써 그 분의 신성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하느님이 될 수는 없지만 인간은 그분의 말씀을 통하여 하느님의 영원성에 참여하고 그렇게 영원한 신들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입니까? 예수님만이 그리스도라고 한다면 아직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니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들입니다. 그리스도는 ‘기름부음 받은 자’라는 의미이고 기름은 성령님을 상징합니다. 세례를 통하여 성령님을 받은 모두는 그리스도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사신 것처럼 살아야지요.”라고 신자에게 말하면 “제가 감히 어떻게 예수님처럼... 전 예수님이 될 수 없어요.”라고 겸손하게 대답합니다. 우리는 이 말이 이젠 주님처럼 살기를 원치 않는 마음이고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는 교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당당하게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는 은총과 더불어 그리스도와 함께 수난을 당해야 하는 고통까지 받아들인 성모님의 겸손을 본받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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