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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 맨 땅에 헤딩?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03 조회수569 추천수7 반대(0) 신고


 

맨땅에 헤딩?

   바오로 사도는 ‘제2차 선교여행’에서 유럽까지 진출하게 된다. 필리피, 테살로니카, 베로이아를 거쳐 아테네, 코린토로 나간 바오로. 그는 자칫 유다교의 한 종파로 끝마쳤을지 모르는 그리스도교를 세계적인 종교로 거듭나게 한 일등 공신이다.


   흔히 바오로 사도를 열정 하나만 가지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선교한 분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그 많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바오로 사도에게는 ‘믿음과 사랑과 희망에 기초한 정교한 선교전략’이 있었다는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제한된 지역에서의 집중적 선교 활동으로 그 효율성을 높였다. 사도는 가급적 널리 다른 민족들에게 가서 복음을 전달해야 하는 자기사명을 인식하고 있었으나(사도 22, 21), 한꺼번에 하려고 시도하지 않았고 매번 새로운 곳으로 진출하려고 서두르지도 않았다.

  곧 바오로 사도는 제1차 선교여행 때에는 소아시아 지역에만 치중했다. 그리고 두 번째 선교여행 때 그곳을 답방하여 튼튼하게 기초를 다져놓고 인근 지역으로 나갔다. 세 번째 여행에서도 이미 세운 교회들을 돌아보며 그곳을 발판으로 더 넓게 뻗어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이렇게 ‘다지고 넓히는’ 선교방식을 통해 십여 년 만에(45-58년) 수많은 교회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선교란 복음을 알지 못하는 곳에 새롭게 복음을 전파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사도 바오로의 선교방식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미 세운 교회의 기초를 공고히 하고 그곳을 전초기지로 또 다른 곳을 개척하는 것이 사도의 선교방식이기 때문이다. 즉 교회 안에서 내실을 다지는 것도, 교회 밖으로 뻗어나가는 것도 모두 넓은 의미에서의 선교에 해당되는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이처럼 교회 안팎의 복음화 모두에 총력을 쏟았다.


   가톨릭교회는 재정도, 봉사자들도 많지 않아 교회 밖으로 나가는 선교에는 집중하지 못하는데도, 다행히 상당수의 예비신자가 스스로 교회를 찾아오고 있다. 그들은 천주교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큰 역할을 했고, 타종교에 비해 비교적 청빈하고 투명하기에 선택했다고 말한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선종 이후에 부쩍 그런 현상이 늘었다. 하지만 이런 후광을 믿고 언제까지 뒷짐 지고 있어도 되는 것인가?


   교회 안에서의 선교(또는 사목)는 또 어떤가? 주일미사 참례자들이나 교무금 신입자의 비율을 보면 결코 태평할 수 없다. 세례자는 해마다 배출되고 있지만, 기존 신자들의 열의는 점점 미지근해지고 쉬는 교우도 늘어나고 있다. 요란하게 앞문으로 들어왔다가 슬그머니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몇 년 동안 교리교사를 하며 느낀 일이지만,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세례자들의 신심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 도울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우리사회에서 이만큼 터 잡은 가톨릭교회가 이제 외형적인 성장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기존 신자들의 영적·질적인 성장에 관심을 기울여 내실을 다지면서 외부로 뻗어나가는 바오로 사도의 균형 잡힌 선교방식을 배워야할 것이다.

 

이인옥(체칠리아) 말씀봉사자,

- 수원교구 주보 3면에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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