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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관심이 사랑임을 - 암브로시오 수사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05 조회수658 추천수9 반대(0) 신고
 

관심이 사랑임을…


청원2년 암브로시오 수사


   올해 3월부터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양성담당 수사님께서 봉사활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고 하시며, 봉사활동 나갈 곳을 정하라고 하셨을 때 어떤 시설로 갈까? 고민 하였다.


   그러던 중에 TV에서 독거노인들이 살아가는 생활에 대해서 비춰졌다.


   자녀가 없는 분들뿐만 아니라 자녀가 있는 분들도 외롭게 생활하시며 때로는 무관심과 외로움으로 자살까지도 한다는 사실이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 왔었다. 그래서 독거노인들을 찾아가서 그분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몇 일후 남평읍사무소에 찾아가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문의를 했더니 하남리에 사시는 90세 되신 할머니 한분을 소개시켜 주셨다. 그리고 광주에 있는 가정봉사원파견센터를 통해서 77세 되신 할아버지 한분을 소개 받았다. 이렇게 해서 두 분에게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는 하남리에 사시는 할머니를 찾아갔다.


   할머니께서는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흐뭇해 하셨다. 일이 없는 날에는 마을 할머니들과 경로당에 모여서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함께 하시고 차량용 카세트에 뽕짝 테이프를 틀고서는 춤을 추시며 노시기도 하셨다.


   내가 경로당에 들어가자 할머니들이 반가워하시면서 벽에 붙여있는 노래가사를 가리키며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셨다. 장윤정의 ‘짠짠짠‘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셔서 그냥 음이 맞지 않은 대로 불러드렸다.


   그랬더니 할머니들이 웃으시면서 젊은 사람이 노래를 그렇게도 못 부르냐며 한마디 한마디씩 따라서 부르게 하시면서 가르쳐주셨다. 나는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할머니들이 들려주시는 노래를 따라서 불렀다. 할머니와 만남이 끝나면 할아버지 댁에 가게 되었는데 할아버지는 광주 시내에 살고 계셨다. 할아버지께서는 13평정도 되는 빌라에서 살고 계셨는데 뇌졸중과 우울증, 천식, 당뇨 등의 병을 가지고 생활하고 계셨다.


   몇 년 전에는 길을 걸어가시다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두 차례 있었다고 한다. 마침 거리를 지나가던 학생들이 병원으로 옮겨주어서 치료를 했다고 하시면서 학생들에게 고마워하셨다. 그 후로는 밖에 나가는 것이 겁이 난다며 외출을 삼가 하신다고 하셨다.


   처음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할아버지를 찾아가서 인사를 드렸을 때 할아버지께서는 고개를 한번 드시더니 반응이 시무룩하셨다. 그 다음 주부터는 나 혼자서 할아버지께 찾아갔다.


   방에 들어갔을 때에 TV와 라디오 소리가 방안을 시끄럽게 울렸다. 할아버지는 TV를 보는 것인지 라디오를 듣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방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방바닥에 떨어져있는 머리카락은 양말에 하얗게 묻고 떨어질 줄 몰랐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께 ‘방청소 좀 해드릴께요’ 라고 말하고서는 냉큼 걸레를 잡아들고서는 방을 한 움큼을 닦았다. 그런데 갑자기 할아버지께서는 ‘누가 방청소해달라고 그랬어’ 라고하시며 화를 내셨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나의 행동이 정지되었다.


   이 모든 행동이 할아버지를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이러한 환경이 싫어서 한 행동임을 알게 되었다. 요 위에 비스듬히 누워서 다리를 포개고 계시는 할아버지 곁에 앉았다. 할아버지께서는 나에게 한 마디 하셨다. ‘이렇게 봉사활동 오는 학생의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아’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서 할아버지 눈치만 보다가 시간이 되어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수도원으로 돌아오는 동안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생각을 해보니 할아버지의 환경을 바꿔주고 마음을 여시기만 바라고 있었던 나의 생각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자신의 처지와 살고 있는 모습까지도 그대로의 나에게 보여주고 있는데 나 자신이 할아버지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변화되어야 할 사람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내 자신임을...


   1주일 후에 할아버지 댁에 찾아가기 전에 광주 버스정류장에서 전화를 드렸다.


   ‘어르신 댁에 가도 될까요’ 라고 묻자 ‘알아서 해’ 라고 대답하셨다. 


   오려면 오고, 말려면 말라는 듯하였다. 할아버지 댁에 찾아갔을 때 할아버지께서 ‘왜 왔어’라고 퉁명스럽게 말씀하셨다. 봉사활동을 하러 왔는데 할아버지의 반응이 무섭기까지 하였다. 그렇지만 그전처럼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싫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나는 할아버지께와 마음이 통하기를 바라며 웃음을 띤 얼굴로 ‘할아버지 고향이 어디세요’ 라고 물으며 친하게 해 보였다. 할아버지께서는 ‘해남에서 태어났어.’ 라고 대답하셨다. ‘아! 그러세요. 저는 완도에서 태어났는데요.’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나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되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후회하시며 가끔 눈물을 흘리시면서 이야기를 하셨다.


   오전 11시 30분부터 하시던 말씀이 오후 5시까지 계속되었다. 그 동안 사람이 얼마나 그립고 외로우셨는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도 사람이 그리우셨는데 우리는 관심을 갖지 않았고, 이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들게 되었다.


   한참을 이야기 하시다가 ‘여기 잠깐 있어’ 하시더니 맥주 두병을 사오셨다. 그러시더니 ‘목이 말라서 좀 마셔야 겠다’고 하시며 맥주 두병을 금새 마시셨다. 할아버지께서는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살아온 인생이 지금 이런 꼴로 살아가고 있어’라고 후회하시면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고 착하게 살아가라고 하신다.”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끝나고서야 나는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또 한 주가 지나가고 할아버지 댁에 가기 전에 광주 버스 정류장에서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어르신 안녕 하세요’ ‘응 채 군이여’ ‘예’ ‘어디여’ ‘네 지금 어르신 댁에 가려고 광주에 왔어요’ ‘그래~ 어서 와’ ‘네’ 몇 달간 만나면서 할아버지와 많이 친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성격도 많이 밝아지셨다. 몇 일전에도 할아버지를 만나 뵙고 왔다.


   무더운 여름동안을 방안에서 선풍기를 쐐며 지내면서도 이제는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는 많이 줄었다. 그리고 60년 동안 피어오시던 담배를 5일간 끊으셨다가 금단현상으로 죽을 뻔 했다며 농담 섞인 말씀을 하시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셨다.


  ‘이제는 담배를 끊지는 못하겠고 하루에 두 갑씩 피우는 담배를 한 갑만 피우기로 했어’ 하시며 허허허 웃으신다. ‘그러세요. 할아버지 갑자기 끊으시면 힘드시니 조금씩, 조금씩 줄이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내 자신이 인간적인 정을 더욱 느끼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할아버지께 도움을 주려고 갔었지만 사실은 내 자신이 도움을 받았고 살아가는데 힘을 얻은 것을 느낀다. 우리 주위에는 많은 독거노인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그분들이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관심과 사랑으로 나누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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