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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 자비의 바다" - 4.5,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06 조회수426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4.5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이사50,4-7 필리2,6-11 마르14,1-15,47

                                                          
 
 
 
"하느님 자비의 바다"
 


오늘 주님의 긴 수난 복음을 묵상하며 퍼뜩 떠오른 것이
하느님 자비의 바다였습니다.
 
예수님의 수난 현장에서
하느님의 침묵이 하느님 자비의 바다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이 그대로 하느님 자비의 바다가 되어
모두를 품에 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아지셨습니다.
  …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하느님 겸손의 극치입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추시고 비우시어
하느님 자비의 땅이, 하느님 자비의 바다가 되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이 자비의 땅에, 자비의 바다에 온갖 사람들이 다 들어있습니다.

예수님 머리에 향유를 부은 사랑 가득한 여인으로 시작하여,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
세 번이나 주님을 부인한 베드로,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 동안 잠에 빠져있던 제자들,
예수님이 체포되자 모두 달아나 버린 제자들,
예수님을 십자가의 죽음에 몰아넣은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과 율법학자들과 대사제,
예수님께 침을 뱉고 주먹으로 치면서 놀려대는 사람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 질러대는 유다인들,
그리고 수난 마지막 장면에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고백하는 백인대장,
또 멀리서 지켜보던 예수님을 따르며 시중들던 여인들,
예수님의 시신을 무덤에 모신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
온갖 인간의 군상이 다 들어있습니다.
 
선인과 악인이 공존하는,
인간의 약함과 악함이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인간현실입니다.
 
과연 나는 수난 현장 어디쯤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을까요?

예수님의 침묵은 그대로 하느님의 침묵입니다.
 
아무도 원망하지도 탓하지도 않고
모두를 당신 자비와 침묵의 가슴 바다에 담아 버리는 주님의 모습은
그대로 이사야서에 나오는 하느님의 종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온통 하느님을 신뢰하여 하느님께 내어 맡긴
침묵과 자비의 바다, 하느님의 마음이 된 예수님이십니다.
 
이 깊은 침묵과 고독에서 터져 나오는 주님의 기도가 정말 감동적입니다.
 
얼마나 아버지를 사랑했고
얼마나 아버지와 깊은 신뢰 관계에 있는 지 깨닫게 됩니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우리 모두가 모범으로 삼아야 할 기도입니다.
 
이 기도와 더불어 마지막 기도 역시 감동적입니다.
 
진정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자만이 드릴 수 있는 기도입니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오늘 수난 복음 중,
이 두 기도문을 꼭 기억하시고
예수님의 아버지 사랑을, 믿음을 배우시기 바랍니다.
 
이 거룩한 성지주일 미사시간,
우리 모두 복음 서두의 착한 여인처럼
우리 마음의 옥합을 깨뜨려
사랑의 향유를 주님의 머리에 부으며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준비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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