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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묵주기도 3000단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06 조회수858 추천수8 반대(0) 신고

주보를 만들다 보니 예전에는 관심 있게 보지 않고 지나치던 것도 요즘엔 새로운 의미로 다가 옵니다. 주보 한편에 신자배가 운동을 위한 신자들이 바친 묵주기도를 합산해서 기록하는 작은 란이 있어요.

봉헌금 집계를 담당하시는 분이 봉헌 바구니에 담겨진 묵주기도 봉헌의 종이가 있을 때마다 저에게 건네줍니다. 이번 달로 제가 주보를 편집한 지 다섯 달 째가 되어 가는데 매달 어김없이 묵주기도 3000단을 봉헌하시는 올해 여든 여덟 되신 어머니께서 저희 본당에는 계십니다. 그분의 본명은 어머니이신 마리아이십니다. 그동안 몸이 아프셔서 병원에 1주일가량 입원도 하셨지만 신자 배가를 위한 묵주기도 3000단은 빠뜨리지 않고 봉헌하셨습니다.

묵주기도 3000단을 산술적으로 계산해보았습니다. 한 달에 3000단이라면 하루에 평균 100단을 바치시는 것이고 시간을 따져보면 제가 5단을 드리는데 최소 20분이 걸리니 그분은 하루에 평균 6시간 남짓 되는 시간을 묵주기도를 바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묵주기도 단수뿐만 아니라 시간을 따져도 엄청난 양으로 기도를 바치고 계신 셈입니다. 그것도 당신과 자식들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를 위한 기도를 말입니다.

오늘도 묵주기도 3000단이란 봉헌을 건네받았습니다. 그 기도 봉헌 종이에 쓰인 어머니의 글씨를 보며 마리아 어머니의 기도가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인지를 불현듯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인 오늘뿐만 아니라 월요일에도 옥합을 깨고 예수님께 귀하고 값진 향유를 바르는 여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리아 어머니의 기도 봉헌이 어쩌면 그렇게 향기로운 향유를 매일 깊은 사랑의 마음으로 예수님께 드리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모 어머니와 함께 말이예요.

언제나 인자하시고 온화하신 모습, 늘 겸손하고 섬기며 모든 이를 사랑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신앙의 모범이 되실 뿐 아니라 주님께도 아낌없이 향유를 부어드린 아마 주님의 사랑을 너무나 크게 받는 아름다운 여인이 바로 우리 본당의 마리아 어머니일거라 감히 말합니다.

참 귀한 분이 계신 우리 공동체가 축복 받은 공동체이며 그분의 아름다운 삶과 기도 봉헌으로 우리 공동체도 수적, 질적으로 더욱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가 될 것에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마리아 어머니를 보며 저도 주님께 매일 매일 향유를 부어드릴 여인이 되리라 다짐합니다. 묵주기도 5단을 매일 지켜서 하기가 힘들고 기도를 하는 중에도 딴 생각을 하기가 일수고 묵상도 관상도 서툴지만 주님을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이 되어 당신께 향기로운 향유를 바르고픈 마음만은 당신께서 아실 테지요. 주님, 이렇게 또 당신께 가는 길을 공동체 안에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 끊임없이 보여주시니 감사한 마음 한량없습니다.

당신이 예루살렘 성에 입성할 때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 오신 우리 예수님을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옷을 깔아 당신을 환영하는 수많은 군중의 하나로 저를 만들어 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당신을 환영한 사람도 당신을 못 박으라고 소리친 사람도 저이지만 그럼으로 당신의 십자가를 항구히 따라가게 해주시는 은총도 주셨습니다.

주님, 따르겠습니다. 가시관으로 피가 얼굴에서 흐르고 매 맞고 창에 찔려 찢긴 깊은 상처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테지만 당신이 가시는 그 길을 묵묵히 따라가는 한 주가 되겠습니다. 주님께서 제가 주님가신 그 길을 묵묵히 따라갈 수 있도록 이 한 주도 도와주시옵소서.

성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절정의 부활을 1주일 앞둔 뜻 깊은 성주간에 큰 은총 가득하시길 빕니다. 저는 거룩한 주님 수난 성지주일을 마무리하며 하루를 접습니다. 오늘도 주님의 평화가 가득하세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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