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꿈이 있어 행복하다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07 조회수593 추천수7 반대(0) 신고
 
시간이 있을 땐 지난 사진을 보고 추억을 꺼내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 사진은 사실 별로 오래된 사진도 아니다. 봄방학때 아는 식구들과 함께 갔던 오클라호마의 비버스밴드에서 찍은 사진이다. 강에서 발로 젓는 작은 페달 보트를 타며 이곳 저곳을 사진에 담았었다. 함께 탔던 우리 큰 아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보트를 앞으로 가게 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발을 젓는데 엄마는 유유자적 사진만 찍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갑자기 이 사진을 꺼내 보며 또 글을 쓰고 싶어서 끄적여본다. 사실 이곳은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방이지 내가 마음대로 습작과도 같은 글을 함부로 올릴 곳은 아닌데 난 또 글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나서인지 아님 내가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랑을 표현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글을 마구 마구 써내려 간다.
 
식구들을 학교로 직장으로 보낸 후 8시 미사를 시작으로 내 일과가 시작된다. 미사를 참례하고 월요일이라 소성당에 주님의 성체를 모시고 성체 조배도 드리고 또 매일의 일과인 운동도 하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는 본당 웹페이지에 매일 쓰는 성서 쓰기도 하고 성서 읽기 진도에 맞추어 마르코 복음도 읽고...2007년 여름부터 시작했는데 이미 구약을 다 끝내고 신약으로 들어갔다. 청소 설겆이 등 집안 일을 하고 아이들을 학교에서 픽업한 후에는 꼼짝없이 아이들 스케줄을 따르고 또 아이들을 돌봐야하므로 데리러 가기 전까지 약 40여분이 남아 이 황금같은 시간을 내가 제일로 사랑하는 일을 하기 위해 묵상방에 들어 왔다. 
 
가끔은 참 단순한 나의 일상이 너무나 무료하지만 가끔 친구들을 만나고 또 변화를 주면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니 그리 지겹지도 않다. 지난 주에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영주권도 나오고 이제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도 있으니 내가 좋아하고 또 사람들과도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어 내가 고립되어 있지 않고 사회적인 인간으로 보람있는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미국에 오기전까지는 전공을 살려 나름대로 보람있는 일을 하며 행복했었다. 워낙 내가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내가 배운 지식을 동원해서 도와주는 일을 큰 보람있는 일로 여기며 살았다. 그런데 여기 와서는 나의 실력이 모자라 내가 하던 일을 살리지도 못하고 집안에서만 줄곧 지내다 보니 처음엔 많이 답답하고 나는 지금 무엇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그랬다. 그렇다고 또 내가 그렇게 머물러 있는 사람도 아니고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며 나름 보람있는, 우리 남편이 최고로 쳐 주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스스로를 칭찬하며 지냈다.
 
점점 더 아이들은 커 가고 이제 나도 뭔가 일을 해야하지 않나 진지하게 고민이 된다. 우리 큰 아들은 벌써부터 자기가 중학교에 가면 간식도 혼자 챙겨 먹고 숙제도 잘 할테니 엄마는 밖에서 엄마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한다. 몇일 전 선배 언니의 전화를 받았다. 그 언니도 뭔가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다시 하리라 결정을 내리고 이번 가을 학기부터 학교를 다닐 거라고 한다. 그 언니에게 힘이 되는 격려의 말을 해 주고 용기를 주며 여지껏 이곳에서 가정 주부로만 살아 온 나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뜻이 있는 곳에 반드시 길이 있을 것이다. 꿈을 버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하느님 좋아하실 모습으로 이루어주실 거라 믿는다. 내 꿈이 주님의 일에 정말 합당하다면 주님 당신께서 능력이 없는 나를 키워주실 것이고 모자란 부분은 채워주실 거란 믿음도 가진다.  
 
더 큰 사람으로 저를 만들어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더 많이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느님 저를 키워주소서....
 
제가 물 속에서 자라는 나무를 보다 저의 신세한탄(?)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냐하면 물에서도 뿌리내리며 자라는 나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어진 환경에 자신을 가장 좋은 모습으로 바꾸어 적응하여 사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땅이든 물이든 뿌리내리며 살 수 있는 그런 나무같은 사람...제가 사실 그런 성향이 강해서 맘대로 되지 않고 좌절하는 일이 있어도 또 금방 툴툴 털어버리고 일어나지 않나 싶습니다.
 
성체조배를 하며 성주간 1주일 동안의 복음 말씀을 천천히 읽어 보았습니다. 주님을 세 번이나 배반하는 베드로의 이야기가 화요일의 복음 말씀입니다. 베드로는 아주 똑똑하지도 않고 주님의 말씀을 바로 바로 이해하는 현명함도 없지만 저는 베드로의 주님을 배반하는 부족하고 약한 모습 그렇지만 그 약함을 통해 환골탈태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이고 주님의 첫 제자가 되기에 충분한 자질과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쓰러져도 넘어져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주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베드로...그 베드로가 오늘은 아주 가깝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고국을 떠나 많은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가는 제 모습도 보이거든요. 그러면서 당신께도 더욱 가까와지고...
 
암튼 또 수다가 길어졌습니다. 이제 아이들 픽업을 가야 할 시간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날도 복된 성주간 화요일이 되세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고맙고 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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